송영길 의원 전문

  • 입력 2006년 12월 27일 17시 1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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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움을 버릴 수는 없는가?

요즘 가급적 말을 아끼려고 했다. 그래서 의정일기조차 쓰지 않았다. 많은 논란 끝에 새벽 4시 반이 되어서야 2007년도 새해 예산안이 통과되었다. 2시간 정도 자고 일어나 국회 귀빈식당에서 열린 버시바우 주한미국대사와의 조찬 간담회에 참석하고 막 돌아와 오랜만에 의정일기를 쓴다.

대통령의 발언으로 뒤숭숭하다. 평통발언에 이어 국무회의 발언이 계속되고 있다. 참을 만큼 참은 것이 이 정도이니 앞으로 일일이 대응하게 되면 어떻게 될지 걱정이 앞선다. 대통령은 국정에 전념해야 한다. 대통령은 당총재도 아니고 지도부도 아니다. 물론 평당원이다. 평당원도 당연히 당문제에 발언할 권리가 있다. 그러나 대통령 지위를 갖고 하는 평당원의 발언은 그냥 평당원의 발언과 같을 수 없다.

그동안 노대통령이 강조해온 것은 당정분리, 제왕적 총재 제도 폐지였다. 그것은 당이 대통령의 사당이 아님을 선언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대통령은 다른 일도 아니고 당을 없애자는데 발언하지 않을 수 있냐고 반문한다. 당은 얼마든지 발전적으로 진화해 가는 것이다. 문제는 그 정체성을 어떻게 유지하고 확대해 가느냐에 달려있다. 대통령은 당의 정체성을 한꺼번에 부정하는 대연정 문제를 의원들이나 당원들과 상의하고 추진한 것인가? 비공식적 당지도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평당원으로서 당명을 어기고 거의 일방적으로 발표한 것이 아닌가?

열린우리당은 노무현 대통령의 사당이 아니다. 4.19 이후 수많은 피와 땀으로 일궈낸 산업화, 민주화, 평화개혁세력이 우리당을 통해 열망을 표출한 것이다. 그런데 대통령과 우리당이 자신들을 지지해준 국민들과 지지는 하지 않았지만 대통령과 집권여당이 위임된 기간 동안 대한민국 발전을 위해 잘해주기를 기대한 국민들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했기 때문에 지지도가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국민들은 그 동안 수 차례 치러진 보궐선거를 통해, 사실상 대통령과 우리당을 준엄하게 심판하였다. 변화와 반성 없이 쇳소리만 내는 자기 고집은 이미 대중 정치인으로서 정상궤도를 이탈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지난 탄핵 때 많은 국민들은 분노하며 대통령을 지켰다. 그때 인용되었던 헌법 조문이 헌법 제1조 1항과 2항이다. 노래까지 만들어 불렀다.

제1조 ①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②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그렇게 강조하던 국민이 10%대 지지로 대통령과 우리당을 심판하고 있다. 그런 국민의 소리를 외면하고 대통령은 21세기에 살고 국민은 20세기에 산다는 식의 철학적 궤변으로 자기를 합리화 한다면 희망이 없는 것이다.

지금 필요한 헌법조문은 제66조와 제69조라고 생각한다.

제66조 ① 대통령은 국가의 원수이며, 외국에 대하여 국가를 대표한다.

② 대통령은 국가의 독립·영토의 보전·국가의 계속성과 헌법을 수호할 책무를 진다.

③ 대통령은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위한 성실한 의무를 진다.

④ 행정권은 대통령을 수반으로 하는 정부에 속한다.

제69조 대통령은 취임에 즈음하여 다음의 선서를 한다. "나는 헌법을 준수하고 국가를 보위하며 조국의 평화적 통일과 국민의 자유와 복리의 증진 및 민족문화의 창달에 노력하여 대통령으로서의 직책을 성실히 수행할 것을 국민 앞에 엄숙히 선서합니다."

얼마나 신성한 권한과 책임인가. 누가 대통령을 하기 싫은데 하라고 했는가. 모두들 자기가 나서서 제대로 한번 해보겠다고 눈물 흘리며 국민들에게 호소해서 뽑힌 것이다. 대통령은 독선적이고 권위적인 대통령 시대를 끝내겠다며, 국민이 대통령인 시대를 열겠다고 했다. 국민이 대통령인 시대? 그 국민이 10%대 지지를 보내고 있다. 자기 방어의 무기와 칼을 놓고 맨 가슴으로 국민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언론과 야당이 사사건건 비합리적인 이유로 대통령과 여당의 발목을 잡는다 하더라도 그것은 국민들이 평가할 것이다. 국민들을 믿어야 한다. 위대한 대한민국 국민의 민주역량을 신뢰하지 않고, 얄팍하게 국민들을 가르치려 하는 오만한 자세는 버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노무현 대통령의 전시작전권회수와 한미FTA 추진 노선을 강력히 지지한다. 그러나 이를 반대한 사람을 막소리로 매도하고 비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전시작전권 문제는 미국의 전력재배치 유연성 문제와 연관되어 있고, 한미 FTA 역시 여러 가지 풀어야 할 숙제와 그늘이 있기 때문이다. 개혁은 국민들을 설득시키고 동참시키면서 추진해야지 쇳소리를 내며 상대방을 반개혁으로 몰아 부치고 편을 갈라서는 성공하기가 어렵다. 함께하는 개혁이 되어야 한다. 말로만 하는 개혁, 알리바이용 개혁을 해서는 개혁이 국민 속에 착근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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