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핵 얘기하려면 핵군축회담 열자”

  • 입력 2006년 12월 19일 02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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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오전 북핵 해결을 위한 6자회담이 개막된 중국 베이징 댜오위타이 회의장. 이날 북한을 제외한 각국 대표들은 기조연설을 통해 북한의 핵 폐기를 촉구했다. 베이징=연합뉴스
18일 오전 북핵 해결을 위한 6자회담이 개막된 중국 베이징 댜오위타이 회의장. 이날 북한을 제외한 각국 대표들은 기조연설을 통해 북한의 핵 폐기를 촉구했다. 베이징=연합뉴스
18일 중국 베이징(北京) 댜오위타이(釣魚臺)에서 개막된 제5차 2단계 6자회담은 첫날부터 북한과 미국의 팽팽한 줄다리기로 긴장이 감돌았다.

북한 측 수석대표인 김계관 외무성 부상은 기조연설에서 “현 단계에서 핵 문제를 논의하려고 할 경우 핵 군축 회담을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한국 미국 일본 등이 북한의 추가 핵실험 의지를 꺾기 위해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지 않겠다고 여러 차례 밝혔음에도 북한이 핵보유국의 지위를 공식적으로 요구한 것이다.

김 부상은 “핵 폐기 절차를 담은 9·19 공동성명을 논의하려면 먼저 미국의 금융제재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에 따른 제재가 해제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김 부상은 북핵 프로그램 폐기를 위한 선결 조건으로 ‘미국의 법률적 제도적 대북 적대정책 철폐’와 경수로 제공을 요구하면서 경수로 완공 전 중유 제공 또는 전력 지원 등의 대체 에너지 공급을 요구했다.

또 김 부상은 “대북 제재가 지속될 경우 핵 억지력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추가 핵실험 가능성을 시사했다.

미국 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기조연설에서 “미북 관계 정상화는 ‘완전하고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가 달성돼야 가능하다. 비핵화가 되면 모든 게 가능하지만 비핵화가 안 되면 모든 게 불가능하다”면서 선(先)비핵화를 요구했다.

이날 오후 댜오위타이에서는 한미 한일 미일의 양자(兩者) 접촉이 각각 이뤄졌으나 북한은 전날에 이어 미국을 비롯한 참가국들의 양자 접촉 제안에 응하지 않았다. 이번 회담은 이번 주 내에 끝날 것으로 예상돼 북한과 다른 회담 참가국 간의 견해차가 좁혀지지 않을 경우 다음 회담 개최 일정도 잡지 못하고 회담이 끝날 수 있다.

특히 북한이 이날 핵보유국의 지위를 얻기 위해 제시한 핵 군축 회담은 그동안 미국 일본에 비해 상대적으로 북한의 태도를 이해하는 자세를 보였던 중국과 러시아도 받아들일 수 없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던 사안이다.

또 미국의 대북 금융제재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에 따른 대북제재 해제 등의 선결 요구 역시 지난달 한국 미국 일본이 합의해 북한에 전달한 ‘비핵화와 상응 조치의 동시 이행’ 방안과 전면 배치된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은 기조연설에서 요구할 수 있는 최대치를 가장 강한 방법을 통해 백화점식으로 나열했다”며 “이는 협상 과정에서 깎여 나갈 부분을 미리 감안해 최대치를 제시한 것으로 진짜 요구라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남-북-미 6자회담 기조연설 비교
요구조건상응조치
북한-금융제재 해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해제
-경수로 제공과 완공 시까지 대체 에너지 제공
-미국 내 법률적 제도적 대북 적대 장치 철폐
-조건 성숙 시 9·19 공동성명 이행 등 핵 프로그램 포기 논의 가능
-대북 제재 압력 강화 시 핵 억제력(핵개발) 강화 조치
미국-완전하고 돌이킬 수 없는 핵 폐기-북-미 관계 정상화
-9·19 공동성명에 명시된 에너지 지원 등 보상 조치
한국-북한의 핵 폐기-9·19 공동성명에 명시된 에너지 지원 등 보상 조치

베이징=이명건 기자 gun43@donga.com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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