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은폐' 군 의문사 2건, '구타 사망' 확인

  • 입력 2006년 12월 12일 17시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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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 사망'으로 처리됐던 1980~1990년대 군내 2건의 의문사 사건이 상습적인 가혹행위와 폭력에 의해 발생한 사실이 드러났다.

대통령 직속 군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군의문사위·위원장 이해동)는 12일 1980년대 강원도 제1야전군사령부 소속 야전부대에서 복무 중 사망한 김모(당시 20세·경기) 하사와 1996년 강원도 모 교도대에서 자살한 박모(당시 21·서울) 이교(이등병에 해당)가 군내 폭력에 의해 사망한 사실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군의문사위는 이날 서울 중구 남창동 군의문사위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군의문사 진정사건으로 접수된 이들 두 사건에 대한 진상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김 하사는 1980년대 사망 당시 군 당국에 의해 사병 식당에서 열린 중대원 회식에 참석해 술을 마신 후 잠을 자다 음주로 인한 구토로 기도가 막혀 질식, 사망한 것으로 처리됐었다.

그러나 군의문사위는 이 사건에 대한 진정서를 제출한 동료 등의 진술을 토대로 김 하사가 회식을 마친 후 내무반 근처 창고에 불려가 선임인 A하사로부터 주먹으로 가슴을 3~4차례 맞은 뒤 쓰러져 사망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가해자인 A하사도 이번 조사과정에서 자신의 구타로 인해 김 하사가 사망했을 가능성을 인정했으며 그 죄책감으로 20여년을 살아왔다고 군의문사위는 전했다.

군의문사위는 김 하사의 사망 당시 부대 관계자들이 진실을 은폐하고 사망원인을 왜곡했다고 강조했다.

김 하사의 동료로부터 부대 인사계 간부인 B상사가 "죽은 사람은 죽은 사람이고 산 사람은 살아야 하니 다른 방법으로 처리하자. 잘 알아서 처리할 테니 함구하고 있어라"는 증언을 확보했다는 것이다.

군의문사위는 당시 군수사기관이 김 하사의 사망에 대해 심도있는 조사를 벌이지는 않았다고 지적하는 한편 김 하사는 이미 순직처리됐지만 국방장관에게 사망원인에 대한 재심의를 요청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1996년 10월 22일 강원도 모 교도소에서 전입 나흘 만에 투신자살한 박모 이교의 경우도 단순 우울증에 의한 자살이 아니라 구타와 가혹행위를 견디지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결론났다.

교도 당국은 당시 박 이교가 내성적 성격에 얼굴 피부병에 의한 우울증으로 자살한 것으로 처리했다.

그러나 군의문사위는 박 이교가 선임대원들로부터 '원산폭격'과 암기강요 등 각종 가혹행위와 심지어 성추행까지 당해 극도의 스트레스에 시달렸고 이로 인해 자살이라는 극단적 선택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군 의문사위는 "군내 자살의 경우도 가혹행위 등을 견디지 못해 자살에 이른 경우 대법원도 국가배상을 인정하고 있다"며 "법무장관에게 박 이교의 사망을 '공무상 사망'으로 재심사 해줄 것을 요청하겠다"고 강조했다.

군의문사위는 "부대 관계자들이 김 하사가 구타로 인해 사망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서도 암묵적으로 침묵했을 가능성이 높다"며 "그렇지만 당시 해당 부대 중대장 등 주요 지휘관들은 이미 군을 모두 떠났으며 가해자에 대한 공소시효도 지났다"고 말했다.

또 박 이교 사건에 대해서도 "지휘관들이 가혹행위 등을 알고 있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가혹행위가 이뤄질 수 있는 정황은 알 수 있었고 대원들을 확실히 관리하지 못한 점은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박 이교의 부친인 박모 씨는 이날 기자회견장을 찾아 "동료대원들의 양심선언으로 아들의 죽음에 대한 진실이 이 나마라도 풀려 다행스럽다. 이런 일이 다시는 발생해서는 안된다"며 한을 달랬다.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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