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북한, ‘핵 폐기-終戰 선언’ 수용이 賢策이다

  • 입력 2006년 11월 30일 23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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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18일 “북한이 핵 폐기에 나설 경우 노무현 대통령,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6·25전쟁 종전 선언 문서에 공동 서명할 용의도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 도중에 한반도 정전(停戰)체제를 평화협정체제로 바꾸는 구상을 서명 주체까지 포함해 구체적으로 밝혔다는 얘기다.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과 대북(對北) 적대시 정책 중단에 관한 의지를 분명히 보인 것이다.

‘핵 폐기-종전 선언’ 카드는 미 백악관이 한미 정상회담 직후에 밝힌 것이지만 서명 주체를 3자로 특정한 것은 의미가 작지 않다. 북이 1974년부터 줄기차게 주장해 온 ‘북-미 양자 간 평화협정 체결’ 방식에 대안을 제시한 것이기 때문이다. 북은 정전협정의 서명 당사자가 북한 미국 중국이라는 이유로 한국을 평화협정 논의 구조에서 일방적으로 배제하려 해 왔다. 그러면서도 동유럽 및 소련 붕괴 때나 미국과의 관계가 안 풀려 정치·경제적으로 어려울 때는 ‘민족끼리’를 들고 나와 우리의 지원을 받아 내고 그걸로 체제를 지탱해 왔다. 북은 이런 이중적 태도를 버려야 ‘진짜 민족’이다.

6자회담 참가국들은 이미 작년 9·19공동성명에서 “한반도의 영구적 평화체제에 관한 협상을 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한미 정상도 작년 11월 경주에서 이를 위해 함께 노력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평화협정 체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고 험하다. 중국도 협정에 관여할 것이고, 북의 핵 포기와 평화협정 체결의 단계적 연계 방안에 대한 협상도 결코 쉽지 않다. 더욱이 북은 평화협정 체결의 전제로 주한미군 철수, 유엔군사령부 해체를 요구하고 있다. 자칫하면 북이 더 정교한 핵무기 체계를 구축할 시간만 주고 말 우려도 있다.

이번 주 중국 베이징 북-미 접촉에서 김계관 북 외무성 부상은 미국의 한반도 비핵화 구상에 대해 “귀국 후 검토해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북의 결단이 필요하다. 김 위원장을 ‘폭군’으로 부르던 부시 대통령이 그를 ‘공동선언’ 상대로 인정한 만큼 이쯤에서 핵을 포기하고 대화를 시작하는 게 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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