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핵폐기 나서면 “韓-美-北 만나 종전선언 서명하자”

  • 입력 2006년 11월 30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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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1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렸던 한미 정상회담에서 노무현 대통령에게 북한이 핵 폐기에 나설 경우 노 대통령,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함께 6·25전쟁 종전을 선언하는 문서에 공동 서명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29일 알려졌다.

당시 한미 정상회담 후 토니 스노 백악관 대변인이 북핵 폐기 시 이에 상응하는 조치에 대해 “6·25전쟁의 공식 종료 선언이 포함될 수 있다”고 말해 종전 문제가 회담에서 논의된 사실은 알려졌지만 공동 서명 관련 내용은 처음 드러났다.

복수의 외교소식통은 이날 “부시 대통령은 노 대통령에게 ‘정전협정 체제를 평화협정 체제로 전환하자’고 말하는 과정에서 ‘남북한 양측과 함께 만나서 서명을 할 용의도 있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전했다.

부시 대통령의 발언은 스노 대변인이 한미 정상회담 후 북한이 핵 프로그램을 포기할 경우 미국이 약속한 조치를 이행하기 위해 열겠다던 ‘평화 행사(ceremony)’ 중의 하나인 것으로 풀이된다.

과거에 김 위원장을 ‘폭군’으로 불렀고, 북한을 ‘악의 축’ 국가에 포함시킨 부시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 종전 선언에 공동 서명할 뜻을 밝힌 것은 미국의 북한 ‘정권교체(regime change)’ 시도를 우려하는 북한의 의구심을 불식하고, 북핵 폐기의 실질적 성과를 끌어내겠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보인다.

남북한과 미국 등 3국이 종전 선언 문서에 함께 서명하자는 부시 대통령의 발언은 향후 한반도 평화체제 협상 주체가 남북한과 미국 3자가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낳고 있다.

부시 대통령은 또 당시 한미 정상회담에서 핵을 폐기할 경우 북한에 ‘새로운 경제적 인센티브’를 제공하겠다는 의사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이 그동안 “국제사회는 나쁜 행태에 대해 이제 당근이나 보상은 없어야 한다”고 밝혀 왔다는 점에 비춰 볼 때 상당히 이례적인 표현이라고 정부 관계자들은 평가했다.

한 외교 소식통은 “미국은 북한 핵 폐기와 북-미 관계개선 프로세스를 동시에 진행하기로 한국 정부와 의견을 모았다”며 “남북한과 미국의 종전 조인식 공동 서명은 6자회담이 본 궤도에 오르는 과정에서 본격 논의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정연욱 기자 jyw11@donga.com

:정전협정:

1953년 7월 27일 판문점에서 유엔군과 북한, 중국 측이 체결한 군사 정전에 관한 협정.

:평화협정:

군사적으로 대치하고 있는 나라나 지역에서 군사행동을 중지하고 평화상태를 회복하거나 우호관계를 발전시키기 위해 맺는 협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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