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병직 “6·15선언이 한국 선진화 가로막아”

  • 입력 2006년 11월 30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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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5남북공동선언은 결과적으로 한국의 선진화를 가로막는 원인이 되고 있다.”

안병직(70·뉴라이트재단 이사장) 서울대 명예교수는 29일 국회에서 열린 ‘한국 경제의 진로와 차기 정권의 과제’ 토론회 기조 강연에서 “한국은 1987년 6·29선언을 계기로 중진화에서 선진화로의 과도기에 접어들었으나 6·15선언으로 국정의 기본 방향이 선진화에서 통일로 전환돼 아직도 과도기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이날 토론회는 국회 디지털경제연구회가 주최했다.

안 교수는 “한국의 근대화는 국제협력 노선을 기초로 이뤄졌다”고 전제한 뒤 “그러나 6·15선언으로 ‘우리 민족끼리’라는 폐쇄 체제하의 자주 노선이 국정의 한 축이 됐고 결과적으로 국정 혼란의 원인이 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통일을 지향하는 남북 교류를 지양하고 선진화 작업에 본격 착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정권에 대해 “내용적으로는 독재지만 자유민주주의의 형식은 기본적으로 유지됐고 경제 발전을 달성해 민주주의의 기초가 되는 시민사회를 형성했다”고 평가하며 “6·29선언 이후 급격한 민주화 과정을 거친 한국 정치는 이제 외부 교란이 없는 한 독재 체제로 회귀할 가능성은 없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안 교수는 “여전히 불안하다. 남북 교류라는 외부적 교란 요인과 민주주의 도덕이 제대로 정착되지 못했다는 내부적 교란 요인이 있어 한국의 정치 체제는 아직 불안하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 밖에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대부분 내가 가르쳤는데 충고 하나 하겠다”며 “(이들은) 정의감을 갖고 민주화 운동을 한 사람들이지만 제대로 되지 않는 이유는 김정일과 손을 잡았기 때문이다. 이들이 남쪽만이라도 선진화하겠다고 하면 국민이 이해하고 받아들일 것이다”고 덧붙였다. 토론회가 끝난 뒤 안 교수를 만나 인터뷰했다.

―6·15선언이 결과적으로 선진화의 장애가 되는 이유는….

“6·15선언은 기본적으로 자주 노선이다. 하지만 선진화는 한미일 공조와 같은 국제협력을 근간으로 이뤄진다. ‘자주’와 ‘국제협력’은 근본적으로 모순되는 개념이다. 북한이 개혁개방 노선을 통해 국제협력에 동참한다면 이런 문제가 생기지 않겠지만 현재로서는 북한의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

―6·15선언이 이런 상황을 불러왔다는 것인가.

“그렇다. 6·15선언은 북한 자주 노선의 상징인 ‘우리 민족끼리’ 원칙에 입각하고 있기 때문에 처음부터 북한의 개혁개방을 이끌어 낼 수 없었다.”

―그렇다면 남한이 북한과 별도로 선진화를 추구해야 한다고 보나.

“현재로서는 통일이 힘들다고 생각한다. 북한은 주체사상을 유일사상으로 고수하고 있고 개방과 정반대의 정책인 핵과 미사일 개발에 주력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사회 내부적 인프라도 붕괴 상태에 있다. 따라서 우리는 통일 자주 노선을 포기하고 선진화로 가는 게 옳다고 생각한다.”

―한국 경제의 선진화를 위해 정부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한다고 보나.

“먼저 시장경제 체제를 원활하게 하기 위한 제도 개혁이 필요하다. 국민의 정부 시절 이뤄진 금융제도나 노사관계, 기업통치제도 개혁 등이 그것이다. 하지만 아직도 출자총액제한제도(출총제)나 노사정위원회제도 등 제도 개혁이 필요한 분야가 많이 남아 있다. 시장질서가 원활하게 유지·순환되도록 하는 한편 국민 통합을 위한 사회 안전망 설치가 필요하다. 다음으로는 성장 잠재력을 높이기 위한 기술 개발과 직업훈련이다. 이와 밀접한 관계에 있는 게 교육 문제인데, 이 부분은 그야말로 획기적인 개혁이 필요하다.”

―교육 개혁에 대한 방향을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먼저 정부가 사교육비 관리에서 손을 떼야 한다. 그 다음으로는 사교육의 자율성을 살리고, 마지막으로 공교육을 활성화해야 한다.”

이상록 기자 myzod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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