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김정일 대화상대로 인정” 메시지

  • 입력 2006년 11월 30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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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18일 베트남 하노이 한미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핵 폐기를 전제로 남북한 지도자와 함께 6·25전쟁 종전을 선언하는 문서에 공동 서명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은 종전 선언이 단순한 선언적 의미를 넘어 실천 의지를 담고 있음을 보여 준다.

조인식에서 서명하기 위해서는 만남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에서 부시 미국 대통령이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을 대화의 상대로 공식 인정한다는 메시지를 던진 셈이다.

그러나 그 전제가 될 핵 폐기를 이끌어낼 6자회담의 재개를 위한 북한과 미국의 샅바싸움은 당초 예상대로 길어질 전망이다. 양측은 6자회담 중재국인 중국의 주선으로 베이징(北京)에서 28, 29일 양일간 15시간 가까이 협상을 벌였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잠정평화협정?=부시 대통령이 김 위원장을 대화 상대로 인정했다는 점에서 미국으로서는 북한이 지속적으로 요구해 온 ‘대북 적대시 정책’ 포기 의사를 밝힘과 동시에 북한 ‘정권교체(regime change)’ 의사가 없다는 것도 재천명할 것으로 보인다.

부시 대통령이 남북한 지도자와 함께 공동 서명하겠다고 밝힌 데 대해 통일연구원 박종철 남북관계연구실장은 “북측이 최근 들어 한반도에 군대를 주둔하고 있는 나라들이 평화협정의 당사자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해 온 데 대해 미국이 화답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정부 당국자는 “정전협정의 서명자인 중국을 현실적으로 배제할 수 있겠느냐”며 남-북-미 3자에 의한 종전 조인식의 실현 가능성에 의문을 표시했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도 “미국은 종전 선언과 평화협정 체결을 북핵 폐기 이후 맨 마지막 단계로 생각하고 있는 반면 북한은 북-미관계 정상화가 돼야 핵을 폐기할 수 있다는 생각이어서 서로 간에 접점을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미 양측 ‘줄다리기’ 팽팽=6자회담 재개를 위한 북-미 양측의 베이징 협상이 결렬된 것은 아니다. 베이징의 외교소식통은 “북한이 미국의 제안을 곧바로 거절하지 않고 검토해 회답을 주겠다고 말한 점으로 볼 때 이번 회동을 실패로 단정하긴 이르다”고 말했다.

이번 접촉에서 양측이 가장 크게 의견 대립을 보인 부분은 방코델타아시아(BDA)은행의 북한 계좌 동결 해제 문제와 핵 폐기 조치의 사전 이행 여부.

북한 측은 이날 “6자회담이 재개되면 계좌 동결 해제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약속하라”고 요구했지만 미국은 “6자회담 재개와 동시에 만들어질 워킹그룹에서 논의하겠다”는 기존 태도에서 한 발도 물러서지 않았다.

북한 역시 핵시설 가동을 중단하고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의 재입국 허용 등 비핵화 조치를 먼저 취하라는 미국 측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반면 북한은 미국이 먼저 BDA은행 계좌의 동결을 해제하고 북한에 대한 적대시 정책을 포기해야 핵 폐기에 나설 수 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태원 기자 taewon_ha@donga.com

베이징=하종대 특파원 orion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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