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ABC정책으론 북핵 해결못해”

  • 입력 2006년 11월 23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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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자회담 재개를 앞두고 ‘북한의 미래’를 주제로 하는 토론회가 22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에서 코리아소사이어티와 아시아소사이어티 공동 주최로 열렸다. 한반도 관련 미국 전문가들은 이날 대체로 북한 핵문제 해결 전망을 놓고 ‘조심스러운 낙관주의(cautious optimism)’를 피력했다. 북한 핵문제 타결을 위해서는 국제사회의 철저한 공조와 함께 인내심도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

▽주목되는 ‘중국 역할론’=평양을 여러 차례 방문하는 등 북한과의 협상 경험이 풍부한 에번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담당 수석부차관보는 “중국의 변화에 놀랐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이 6자회담에 복귀한 중요한 이유는 북한의 우호조약 체결국인 중국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북한 제재결의에 2차례나 찬성하는 등 국제사회의 압력이 어느 때보다도 컸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6자회담 복귀 선언 이후 북한이 ‘지난해 합의한 9·19공동선언을 이행해야 한다’고 말한 부분은 긍정적인 반면 ‘앞으로 핵 보유 국가로 인정받겠다’는 부분은 6자회담의 전망을 어둡게 한다”고 말했다.

이어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는 북한 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외교(diplomacy)와 유연성(flexibility), 연대(solidarity), 약속 이행(commitment), 인내(patience) 등 5가지 키워드를 제시했다.

▽“미국, ‘ABC’ 접근으론 안 된다”=북한 전문가인 도널드 자고리아 뉴욕 헌터대 교수는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취임 이후 빌 클린턴 행정부의 정책을 모두 뒤집는 이른바 ‘ABC(Anything But Clinton) 정책’에도 문제가 많다고 주장했다. 자고리아 교수는 그동안 북한 외무성 미국국장의 뉴욕 방문을 주선하는 등 미국과 북한의 비공식 채널 접촉을 여러 차례 주선하기도 했다.

그는 “북한 핵문제가 악화된 데는 근본적으로 북한에 책임이 있지만 부시 행정부가 대북 정책에 지나치게 경직된 자세를 보인 것도 중요한 이유”라며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도 북한 핵문제 해결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비공식 모임에서 대북 정책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에 공감했다”고 말했다.

자고리아 교수는 “북한도 체제의 장기적인 생존을 위해서는 고립정책을 중단하고 국제사회에 동참해야 한다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만약, 북한의 진정한 의도가 핵 보유라면”=제럴드 커티스 컬럼비아대 교수는 “북한 핵실험의 의도는 아직도 정확히 알 수 없지만 만약 그 최종 목표가 협상용을 넘어 핵 보유에 있다면 상황은 매우 복잡해진다”고 우려했다.

그는 “북한의 핵무장은 동북아시아 안보에 심각한 위협이 되는 만큼 모든 당사국이 막아야 한다”며 “북한의 최종 목표가 핵 보유라면 미국 혼자서 해결할 수 없으며 중국의 협조가 필수”라고 말했다.

한편 일본 전문가인 그는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전 일본 총리를 퇴임 직전에 따로 만났는데 ‘재임 중에 북한과의 관계 정상화를 못한 점이 가장 아쉽다’고 말했다”며 “반면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납북된 일본인 문제의 쟁점화를 디딤돌로 일약 총리에 올랐기 때문에 대북 관계에서 납치 문제 해결 전까지는 강경책을 고수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 대북 특사 파견도 검토해 봐야”=리언 시걸 사회과학연구원 동북아 협력안보프로젝트 국장은 “외교에서 때로는 명분이 중요하다”며 “최근 일부 공화당 인사도 제기하는 방안이지만 부시 대통령은 평양에 고위급 대북 특사를 파견하는 것도 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와 함께 그는 “워싱턴과 북한의 광신주의가 북한 핵문제를 꼬이게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시걸 국장은 “미국은 북한 핵 제거를 위해 북한에 정치적 고립과 경제제재를 위협함으로써 북한의 핵개발을 촉진하는 결과만 낳았고 북한은 체제안전을 담보받기 위해 미사일과 핵실험을 강행했지만 미국의 태도 변화를 낳기는커녕 가장 중요한 우방인 중국이 안보리에서 대북 제재에 동참하게 만드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주장했다.

뉴욕=공종식 특파원 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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