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외교, 마지막 출근… "허전하고 쓸쓸"

  • 입력 2006년 11월 10일 14시 21분


코멘트
"나 만은 기쁘게 떠날 거라고들 생각하지만 나 역시 허전하고 쓸쓸하다."

유엔 사무총장으로 자리를 옮기게 된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은 10일 동고동락하던 외무부 후배들과 마지막 인사를 나눴다.

평상시와 마찬가지로 아침 6시경 기상한 반 장관은 마지막까지 바쁜 일정을 소화했다. 국회에서의 연설 및 이임 인사차 공관에서 국회로 가는 차 안에서도 연설문을 검토하고 전화보고를 받았다.

오전 10시 10분경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연설을 하고 이임인사를 가진 마친 반 장관은 곧바로 동료 후배들이 기다리는 종로구 외교부 청사로 향했다. 한국 외교관으로서는 이 것이 마지막 출근.

오전 11시 청사 2층 대강당에서 열린 이임식 때 직원들의 박수 속에 단상에 오른 반 장관은 감회 어린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1970년 5월 1일 외무부에 몸을 담은 뒤 37년여간 동고동락해온 조직을 떠나는 아쉬움이 짙게 묻어 났다.

그는 "보통 장관직을 떠나는 사람은 허전하고 쓸쓸한 마음을 갖게 되는 게 인지상정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나는 기쁜 마음으로 이임하게 될 것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고 운을 뗐다.

잠시 뜸을 들인 그는 "그러나 나 역시 요 며칠간 마음 한구석에 불안한 마음을 금할 수 없었고 오늘 이 자리에 서니 허전하고 쓸쓸한 심정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심지어 "국제공무원이 되어 한국을 떠나려고 하니 마치 내가 한국으로부터 억지로 떨어내져 나가는 상실감이 온 마음을 사로잡는 기분"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평소 공개석상에서 극도로 신중한 언행을 보여 온 그였기에 "여러분들과 머리를 맞대고 식사하면서 오순도순 얘기할 기회가 없어진다고 생각하니 마치 문밖에 내동댕이쳐지는 듯한 상실감과 외로움을 느끼게 된다"는 극단적인 표현에도 '진정성'이 묻어났다.

반 장관은 그간 외교관으로서의 성취를 언급하며 △주요국과의 양자관계 발전 △북핵 9·19 공동성명 도출 △개도국들과의 관계 개선 △영사 및 홍보분야의 혁신 등에 대해 나름대로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그는 "장관으로서 역부족으로 우리 부의 조직과 예산을 선진외교를 수행할 만큼 충분히 키우지 못한 것은 매우 안타깝다"면서 "내가 못다한 부분은 여러분들이 중장기 청사진을 만들어 완수해 달라"고 당부했다.

유엔 사무총장으로서의 포부도 드러냈다.

그는 "북핵 문제와 한반도 평화정착, 동북아 지역 다자안보체제 도입 등 안보분야를 일정한 궤도에 올려놓고 싶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아 아쉬움이 컸다"며 "사무총장의 권한을 최대한 활용해 이 문제들이 조속히 해결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한편 반 장관은 "민주화 과정에서 유권자의 다양한 의견이 표출되면서 외교를 하기 어려워진 측면이 있으나 외교정책이 힘을 얻으려면 국민적 지지를 얻어야 한다"면서도 "외교는 일부 유권자의 이해관계와는 구별되어야 하는 국가의 대계이므로 정부가 중장기적으로 국익에 부합하는 방향을 설정해 주도해나갈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직원들은 그를 박수와 환호로 배웅했다. 정든 직원들과 점심을 같이한 그는 15일 사무총장직 인수를 위해 뉴욕으로 떠난다.

디지털뉴스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