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대운하 건설, ‘솔로몬 지혜’냐 ‘돈키호테 발상’이냐

  • 입력 2006년 11월 8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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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마그데부르크에 위치한 유럽 최대의 운하교. 독일 중부 미텔란트 운하와 엘베 하벨 운하를 연결하는 912m 길이의 이 운하교는 1350t급 대형 선박도 운항이 가능하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독일 마그데부르크에 위치한 유럽 최대의 운하교. 독일 중부 미텔란트 운하와 엘베 하벨 운하를 연결하는 912m 길이의 이 운하교는 1350t급 대형 선박도 운항이 가능하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한나라당의 유력 대권주자 가운데 한 명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밝힌 ‘한반도 대운하’ 건설 구상을 둘러싸고 벌써부터 정치권 안팎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정치권뿐 아니라 환경단체와 전문가그룹에서도 운하 건설에 대해 엇갈린 평가를 내놓고 있다. 한국의 제2의 도약을 이끌 대사업이 될 것이라는 긍정적 평가가 있는가 하면 표를 겨냥한 실현 불가능한 공약이라는 부정적 견해도 있다. 대선후보로 확정도 되지 않은 이 전 시장의 공약에 대해 다른 대권주자는 물론 전문가들이 촉각을 곤두세우는 이유는 뭘까. 이 전 시장이 밝히는 ‘한반도 대운하’ 구상과 전문가들의 평가를 알아본다.》

‘한반도 대운하’ 건설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은 엇갈린다. 경제 도약의 발판이 될 것이라는 쪽과 생태계 교란 및 환경 파괴만 가져올 것이라는 견해가 맞서고 있다.

▽경제적 타당성=운하를 만들자는 주장의 핵심 근거는 ‘획기적인 물류비 절감’이다. 석유 목재 시멘트 유연탄 자동차 제철 등 시간이 급하지 않고 덩치가 큰 화물을 배로 수송하면 운송비를 지금에 비해 25∼33% 줄일 수 있다는 것. 한국의 연간 물류비는 90조3450억 원(2003년 조사 결과)으로 국내총생산(GDP)의 12%를 넘는다. 운하 건설로 연간 22조∼30조 원의 물류비를 줄일 수 있다는 얘기다. 세종대 이상호(경제학) 교수는 “운하 건설비용보다 건설 이후 사회적 편익을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반대 의견도 있다. 한양대 홍종호(경제학) 교수는 “경부운하가 개통되면 컨테이너 화물선이 인천에서 부산까지 40시간에 갈 수 있다고 하지만 이는 짧은 시간이 아니다”며 “시간의 가치를 따져 보면 도로나 연안을 통한 운송이 더 경제적”이라고 말했다.

운하가 낙후된 내륙지역 발전에 효과가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물류 수단만 생기면 크게 발전될 것이라는 견해와 이미 국토 개발의 양극화가 심해 물길만 잇는다고 상황이 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견해가 맞서고 있다.

▽환경 영향=찬성론자들은 운하 건설이 환경 훼손으로 이어지지 않는다고 말한다. 운하의 물은 계속 움직여 자정작용을 하는 데다 배가 다니면서 산소 공급도 원활해지기 때문이라는 것. 자연 하천을 이어주는 방식의 운하를 만들면 환경 훼손도 크지 않다고 주장한다. 연세대 조원철(토목환경공학) 교수는 “세계적으로 운하 때문에 수질이 문제 된 사례는 없다”며 “생태 수로를 보완해 자연친화적 운하를 만들면 수생 생태계를 새로 조성하고 홍수도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생태계 교란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이화여대 박석순(환경공학) 교수는 “인공적으로 한강과 낙동강을 이으면 생태계 교란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태백산맥을 기준으로 서쪽에는 중국계 어류가, 동쪽에는 시베리아계 어류가 살고 있는데 운하로 갑자기 물이 섞이면 종(種)간 이종교배가 이뤄져 돌연변이가 생길 수 있다는 것.

이 전 시장이 벤치마킹 대상으로 삼고 있는 독일과 한국의 하천 강수 유형이 다른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중앙대 김진홍(토목공학) 교수는 “유럽은 비가 1년 내내 골고루 내려 하천 유량이 일정하게 유지되지만 한국은 장마 때 강수량이 집중된다”며 “이렇게 유량 편차가 심한 강에 배를 띄우려면 인공 구조물을 높게 세워야 하는데 이 경우 물이 거의 흐르지 않아 썩게 된다”고 주장했다.

▽기타=운하 건설은 물길을 따라가는 유람선과 운하 수로변 공원화 등 관광사업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게 찬성론자들의 설명이다. 찬성론자들은 경부운하 건설로 1조4300억 원의 GDP 파급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보고 있다. 한강 물이 낙동강으로 흘러가면 영남지역의 물 부족 현상도 해결될 수 있다는 것.

하지만 운하 건설 과정에서 나올 막대한 양의 골재가 국내 골재 가격의 폭락을 부를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경부운하 공사 과정에 수질이 나빠져 낙동강 물줄기에서 식수를 해결하는 영남지역에 문제가 생길 것이란 견해도 있다.

이상록 기자 myzodan@donga.com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 정치권 핫이슈된 이명박 구상은

이명박 전 서울시장은 한반도 전역의 물길을 연결해 배로 전국 각 지역으로 갈 수 있게 하는 ‘한반도 대운하’ 건설을 주요 대선 공약으로 구상하고 있다. 먼저 한강과 낙동강을 잇는 ‘경부운하’를 만들고 이어 영산강과 금강을 연결하는 ‘호남운하’를 건설한 다음 서로 연결한다는 것. 여기에 전국 각지의 지선들을 연결하고 통일 후에는 북한 신의주까지 물길을 이어 한반도 대운하를 완성한다는 계획이다.

▽“인공수로로 한강과 낙동강 연결”=경부운하 길이는 550∼600km로 예상된다. 경부운하 건설의 핵심은 물길이 없는 낙동강 상류와 남한강 상류를 잇기 위해 인공수로를 만드는 것.

이 전 시장은 “두 강을 연결하려면 30km 안팎의 인공수로가 필요하다”며 “두 강의 수위 차(110∼120m)를 극복하기 위해 인공수로 양끝에는 배를 끌어올리고 내릴 갑문을 설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두 강을 잇는 인공수로는 25km 안팎의 터널과 5km가량의 교량 형태로 건설된다. 터널은 낙동강 상류인 경북 문경시 마성면과 남한강 상류인 충북 괴산군 장연면을 연결하게 된다. 충주호와 별도로 만든 저수지에서 야간 전력을 이용해 퍼올린 물을 인공수로에 공급하게 된다.

또 한강과 낙동강의 댐 주변에는 별도의 수로를 만들고 갑문을 설치해 배가 통과할 수 있게 한다는 것. 이런 갑문이 경부운하에만 15개가량 필요하다.

이 전 시장은 “운하의 평균 수심을 6m, 강폭을 100m로 만들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화물을 실어 나르는 바지선은 수심이 3.5m 정도면 문제없지만 유람선도 다니도록 수심을 6m로 만들 계획이라는 것.

그는 “한강과 낙동강의 강폭은 대부분 100m 이상이어서 문제가 없다”며 “다만 낙동강의 경우 퇴적물이 많이 쌓인 곳이 있어 수심 확보를 위해 일부 구간은 준설이 필요하다”고 했다.

갈수기 때도 배가 다니는 길은 일정 수심을 유지하도록 운하에 물을 공급하는 댐을 1, 2개 만들 계획이다. 경부운하 공사기간은 4년이며, 15조 원 정도로 예상되는 건설비용은 민자를 유치한다는 것.

이 전 시장은 “해안과 내륙을 균형 있게 발전시켜 새로운 도약의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 총연장 200km의 호남운하를 건설해 경부운하에 연결한다는 구상이다. 영산강 하구와 금강을 거쳐 경부운하로 이어지게 된다. 북한지역 운하는 예성강과 대동강, 청천강을 이어 신의주까지 연결하는 것이다.

▽“친환경적으로 운하 건설”=이 전 시장은 친환경적으로 운하가 건설될 것이라며 일각에서 우려하는 환경 파괴는 ‘기우’라고 했다.

친환경적 운하 건설을 위해 △자연적인 물길을 그대로 살리고 직선을 피하며 △습지나 수몰지는 그대로 두고 △기존의 구불구불한 사행강이 운하로 잘려 생기는 우각호는 그대로 둬 특이한 생태계가 유지되게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운하의 수질오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하천 주변 소도시에 폐수처리장을 건설할 계획이다. 필요하면 수질이 개선될 수 있도록 준설을 한다는 것. 독일 뒤스부르크 내항을 중심으로 한 운하의 수질은 2급수를 유지하고 있다.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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