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대통령 ‘국정 비전’ 비웃는 자동차 번호판

  • 입력 2006년 11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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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이 어제 국회 시정연설에서 ‘비전 2030 이야기’를 또 꺼냈다. 그 목표 중 하나인 “‘혁신적이고 활력 있는 경제’를 위해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고도 했다. 그러나 ‘비전 2030’을 위해 노 정부가 할 일은 아무것도 없어 보인다. 미래를 위한 성장활력 관리, 국민연금 수술 등 기본 책무도 제대로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임기 후반에 갑자기 들고 나온 ‘비전 2030’이 연설용, 선전용으로만 비치는 이유다.

정부가 작은 약속이라도 실천해 성과를 보여 줬다면 국민은 대통령의 이날 연설에 박수를 보냈을 것이다. 그러나 사정은 정반대다. 대통령이 “부동산 문제 해결, 서민 경제의 안정과 경제 활성화”를 아무리 다짐해도 누구도 미더워하지 않는다. 보복적 ‘세금 폭탄’을 앞세운 부동산 대책, 성장을 매도하고 민간 경제를 위축시켜 온 그동안의 경제 운용에 절망한 때문이다.

정부가 혁신 실적을 아무리 부풀려도 국민은 길 가는 자동차의 번호판만 봐도 정부 능력이 바닥임을 금세 알아차린다. 건설교통부는 2003년부터 번호판 교체 사업을 시작했으나 아직도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번호판 디자인만 5차례나 변경돼 현재 운행 중인 차량들은 6종류나 되는 번호판을 서로 다르게 달고 다닌다. 같은 차량이라도 출고 시기에 따라 앞 번호판과 뒤 번호판의 형태가 다르다. 주무 부처인 건설교통부의 이 같은 ‘누더기 행정’이 선진국 진입을 호언하는 대통령의 ‘큰 연설’을 비웃고 있다.

노 대통령은 서민 경제 침체에 대해 “송구스럽다”고 사죄했지만 사죄할 일이 어디 그뿐일까. 정책 실패를 놓고서도 “시장 실패를 보완한다”면서 예산과 행정력을 퍼붓고 국민의 편의까지 제한했지만 정책 효과보다 부작용이 더 크게 나타난 사례가 부지기수다.

최근의 부동산 가격 폭등도 대부분 정부 탓인데도 이번엔 주택금융의 지도 감독을 강화하고 민간아파트 분양가를 통제하는 방식으로 풀겠다고 한다. 정책 실패가 정부 통제를 확대하는 악순환의 전형이다. 그러는 사이에 ‘혁신과 활력’은 죽어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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