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첩단 사건’ 규정하려면…

  • 입력 2006년 10월 31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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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6 학생운동권 출신 인사들이 연루된 ‘일심회’ 사건의 성격을 둘러싸고 공안 당국과 당사자들 간에는 벌써부터 법리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검찰은 장민호(44) 씨 등 5명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공통적으로 국가보안법 8조(회합·통신)를 적용했다.

이들이 중국 베이징의 북한 대외연락부 아지트인 ‘둥쉬화위안(東旭花園)’에서 북측 인사들을 만난 것에 대한 것이다.

5명 중 핵심인물로 꼽히는 장 씨는 북한에 세 차례 들어가 조선노동당에 가입한 혐의까지 보태져 있다. 당국의 허가 없이 북한에 들어간 만큼 국보법 6조(잠입·탈출)와 노동당 가입에 따른 국보법 3조(반국가 단체 가입)가 추가로 적용된 것이다.

논란의 핵심은 이들에게 간첩죄가 적용되느냐 여부다. 북한과 내통해 중요 정보를 제공한 간첩 행위가 확인될 때에는 국보법 4조(목적수행)와 형법 98조(간첩죄)가 적용된다.

일단 장 씨는 국가정보원이 자택 등을 압수수색하면서 간첩 활동의 증거로 볼 수 있는 암호문건 등의 자료를 확보한 만큼 기소 단계에서 간첩죄에 해당되는 국보법 4조 등이 적용될 전망이다.

문제는 장 씨에게 포섭돼 국내 정국 및 시민단체 동향 정보를 제공한 민주노동당 사무부총장 최기영 씨 등 나머지 4명에게 어떤 법 조항이 적용될 것이냐다.

김승규 국정원장이 언급한 것처럼 이번 사건을 ‘고정간첩이 연루된 간첩단 사건’으로 규정하기 위해서는 ‘일심회’ 조직원으로 알려져 있는 나머지 4명의 간첩 혐의도 규명돼야 한다.

이는 최소한 이들이 장 씨가 북한의 지령을 받고 있는 인사라는 사실을 알고 정보를 제공했다는 점이 입증돼야 한다.

이들이 장 씨의 정체를 모르고 단순히 친분 때문에 만나 자료를 전달한 정도만 입증된다면 간첩 혐의로 처벌이 어려워진다. 또한 북한 공작원을 만난 게 사실이라 해도 간첩 행위를 하지 않았다면 남북교류협력법 위반 정도에 그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공소 유지를 담당해야 할 검찰은 신중한 태도다. 이번 사건을 지휘하고 있는 안창호 서울중앙지검 2차장이 30일 브리핑에서 “언론 보도가 나가도 너무 앞서 나갔다”고 말한 것도 이를 염두에 둔 것이다.

검찰 내에는 김 원장이 먼저 ‘간첩단 사건’이라고 선을 그어 놓은 것에 상당한 부담을 느끼는 분위기가 있다.

조용우 기자 woogija@donga.com

▼ “친미파가 간첩사건 날조”…北 대남기구 민화협 주장 ▼

북한의 대남기구인 민족화해협의회는 30일 ‘일심회’ 간첩사건에 대해 “미국과 친미보수세력의 계획적인 날조이고 철저한 모략”이라고 주장했다.

민화협은 이날 대변인 담화를 통해 “남조선 공안당국이 우리와 연결시켜 그 무슨 ‘간첩단 사건’ 소동을 벌이고 있다”며 “이 소동은 남조선에서 우리의 핵실험을 지지하는 목소리가 더욱 높아가는 것을 가로막기 위한 것”이라고 강변했다. 민화협 대변인 담화는 일심회 간첩사건에 대한 북한의 첫 반응이다.

하태원 기자 taewon_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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