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6정치인들과 친분관계… 정국 뒤흔들 뇌관될 수도

  • 입력 2006년 10월 27일 02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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前 민노당 중앙위원 구속 올해 3월 중국에서 북한 공작원을 몰래 만난 혐의를 받고 있는 이정훈 전 민주노동당 중앙위원이 26일 구속 수감되면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前 민노당 중앙위원 구속
올해 3월 중국에서 북한 공작원을 몰래 만난 혐의를 받고 있는 이정훈 전 민주노동당 중앙위원이 26일 구속 수감되면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노동당의 전현직 간부가 올 3월 중국에서 북한 공작원을 만난 혐의로 26일 구속되자 민노당은 이날 국회에서 최고위원회를 여는 등 하루 종일 대책 마련에 분주했다. 서울 여의도의 민노당사 모습. 김경제 기자
민주노동당의 전현직 간부가 올 3월 중국에서 북한 공작원을 만난 혐의로 26일 구속되자 민노당은 이날 국회에서 최고위원회를 여는 등 하루 종일 대책 마련에 분주했다. 서울 여의도의 민노당사 모습. 김경제 기자
■ ‘北공작원 접촉’ 5명 수사

민주노동당 전현직 간부와 386 학생운동권 출신 인사들이 연루된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이 터지면서 노무현 정권 출범 이후 최대의 공안 사건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국가정보원과 검찰은 이들이 단순히 북측 공작원과 접촉했다는 국가보안법상 회합 통신 혐의 외에 북측에 중요 정보를 건넸을 가능성도 조사하고 있다.

게다가 이들이 현재 여권을 비롯한 정치권에 진입해 있는 일부 386 인사들과 친분이 있다는 얘기가 나돌아 경우에 따라선 정치적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10여 년 동안 주시=국정원은 1989, 1998, 1999년 세 차례 북한을 방문한 재미동포 장민호(44) 씨를 10여 년간 주시해 왔다.

국정원은 장 씨의 동선을 추적하고 증거를 보강하는 과정에서 장 씨가 고려대 삼민투위원장을 지낸 이정훈 전 민노당 중앙위원을 포섭했으며, 올 3월 중국 베이징에서 북측 공작원을 접촉했다는 사실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원은 처음에는 장 씨를 미국명인 ‘마이클 장’으로만 알고 있었고, 그가 장민호라는 이름으로 한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사실을 확인하는 데에도 꽤 많은 시간이 걸렸다고 한다.

국정원의 한 관계자는 “마이클 장이란 사람이 당국의 허가 없이 북한을 방문한 혐의를 포착한 뒤 충분한 증거를 확보할 때까지 확인에 확인을 거듭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북한의 핵실험 사태가 터진 지 10여 일밖에 지나지 않은 시점에 이번 사건이 불거진 것을 놓고 여러 가지 해석이 나오고 있다. 북한 핵실험 이후 정권 내부에서 이제는 국가안보 사범을 방치할 수 없다는 기류가 강해졌다는 관측도 있다.

검찰의 경우 북한 핵실험 이후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유언비어를 유포하거나 북한의 ‘선군정치’를 찬양하는 행위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는 등 최근 공안사범에 대한 엄격한 수사를 강조해 왔다.

국정원 관계자들은 김승규 원장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고 말한다. 김 원장은 평소에도 “국가안보에 관한 한 한 치의 틈도 허용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해 왔고, 최근 수년 동안 위축돼 온 국정원 내 대공수사 파트가 지난해 7월 김 원장 취임 이후 조금씩 힘을 회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국정원은 올해 들어 군사 시설물 등을 찍어 북측에 넘긴 직파간첩 정경학 씨 사건, 6·15 민족통일대축전에 참석한 북측 인사에게 ‘충성 서약’을 담은 디스켓을 전달한 범민련 우모 씨 사건, 국내 정보를 중국의 북한 공작원에게 넘긴 화교 정모 씨 사건 등을 잇달아 적발했다.

▽간첩사건 비화되면 파장 커=지금까지 국정원이 신병을 확보한 사람은 장 씨를 포함해 5명이다. 국정원과 검찰은 일단 이들이 올 3월 중국 베이징에서 북한 공작원을 만난 부분에 대해 국가보안법상 회합 통신 등의 혐의를 적용했다.

국정원은 앞으로 이들에 대해 간첩 혐의가 있는지 조사하겠다는 방침이다. 특히 장 씨가 1990년대 중반 다시 한국에 들어온 뒤 국내에서 거점을 확보하고 간첩활동을 해온 것은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아직 간첩 혐의까지 있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장 씨가 북한에 세 차례나 갔다 온 적이 있는 만큼 이 부분을 조사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이 사건이 간첩사건으로 확대되면 정치적 폭발력은 그만큼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건 연루자들이 정치권의 일부 386 운동권 출신들과 가깝게 지내왔다는 점도 뇌관이 될 수 있다. 국정원이 압수한 장 씨의 컴퓨터와 서류에서 여당 국회의원 보좌관과 시민단체 간부 등의 이름이 나왔다는 이야기도 흘러나온다.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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