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격 드러난 정부의 대북 유엔 제재 이행조치

  • 입력 2006년 10월 26일 20시 1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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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핵실험이 낳은 유엔 안보리의 대북 결의 1718호에 따라 정부가 취할 이행조치의 윤곽이 드러났다.

이종석 통일부 장관은 26일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 국감에서 '북한 핵실험 관련 정부 조치방향'에 대한 보고를 통해 결의안 이행 조치의 골격을 발표했다.

이행조치는 크게 ▲대량살상무기(WMD), 재래식 무기, 사치품 등의 공급·판매·이전 금지 ▲제재 대상 개인·단체에 대한 자산 동결 및 자산활용 방지 ▲북한 출입화물 검색 ▲제재위 지정 북한 인사 및 가족의 출입·체류 금지 등으로 분류됐다.

그러나 당국 간 경협이나 민간 차원 교류에 대한 정부 지원의 대상과 범위에 대해서는 추가 검토할 사항으로 남겨 놓으면서 상황에 따라 '플러스 알파'가 뒤따를 가능성을 열어놓은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이 장관은 이날 "유엔 안보리 결의를 지지, 이행하고 그 외에 정부 판단에 따른 독자적 조치를 시행할 것"이라며 '독자적 조치'가 검토 중임을 분명히 했다.

◇ 4대 기본방향

정부는 향후 조치의 기본 원칙을 크게 네 가지로 짰다.

우선 북한 핵개발이 한반도 평화와 안전에 대한 심각한 위협에 해당하는 만큼 '북핵불용(北核不容·북한 핵무기를 허용하지 않음)'의 원칙에 따라 북핵 폐기를 지속적으로 추진한다는 방향이 들어갔다. 이는 북핵 문제를 보는 종전 정부의 시각이 그대로 들어가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와 함께 유엔 안보리 결의에서 요구하는 의무사항을 회원국으로서 준수하고 그 밖의 정부 판단에 따른 독자적 조치를 취해 나가겠다는 입장도 집어넣었다.

아울러 핵실험에 대한 제재가 한반도 정세를 불안하게 하거나 물리적 충돌을 일으키지 않도록 노력하고 국민 경제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방지하겠다는 원칙도 세웠다. 이는 남북 마찰이 우려되는 미국의 확산방지구상(PSI) 정식참여 압박을 놓고 정부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 주목하게 만드는 대목이다.

마지막으로 정부는 대화를 통한 문제해결 노력을 계속해 나가겠다는 입장도 분명히 했다.

여기에는 국제사회의 결의에 따라 제재는 하지만 그 목적이 문제 해결을 위해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다시 불러들이는 데 있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이에 따라 적절한 계기가 있으면 북한의 태도변화를 유도하는 노력하기로 했다.

◇ 유엔 결의안 따른 법령 강화에 집중

이행 조치는 유엔 결의 8조를 반영해 국내 법령을 개정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8조는 WMD 및 주요 재래식 무기, 사치품의 이전 금지와 북한 출입화물에 대한 검색 강화, 금융제재 등에 초점이 맞춰진 이번 유엔 결의의 알맹이에 해당한다.

정부는 우선 WMD 공급·이전 금지 조치와 관련해서는 이미 시행되고 있는 전략물자 수출통제시스템을 더 강화하는 방향으로 이행조치를 만들기로 했다.

이미 바세나르협약을 포함해 미사일과 WMD 관련 5개 국제협약에 가입했고 2004년부터 전담부서까지 설치한 만큼 종전 시스템을 철저히 가동하고 교역업자나 협력사업자에 대한 경각심 환기 차원에서 안내 활동을 강화하면 충족할 수 있다는 게 정부 판단이다.

실제 현재 대북 반출 품목에도 전략물자는 포함돼 있지 않다고 정부는 설명했다.

다만 제재위원회가 품목 리스트를 정하면 이를 바탕으로 국내 규정을 점검해 보완하기로 했다.

예컨대 ▲전략물자·기술 수출입 통합공고 ▲반출입 승인대상 물품 및 승인절차에 관한 고시 ▲남북 왕래자의 휴대금지품 및 처리방법 ▲남북 왕래자 휴대품 통관에 관한 고시를 개정키로 했다.

특히 사치품도 현재 대북 반출품목에는 없지만 제재위의 판단을 관련 고시에 반영할 예정이다.

하지만 현재 관광객을 포함해 우리측 인원을 위한 위스키 등이 일부 반출되고 있는 만큼 고급 위스키가 사치품으로 지정될 경우 유엔에 대한 적절한 해명작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관심을 끄는 것은 대북 송금의 투명성 확보 문제다.

이는 유엔 결의 8조d항이 "각국의 법 절차에 따라 북한의 핵, WMD, 탄도미사일 관련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자국 내 자금과 금융자산들을 동결하고 북한 지시에 따라 움직이는 개인이나 단체들도 자국내 자금이나 금융자산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한다"고 규정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에 대해 유엔 제재위원회가 문제의 개인이나 단체에 대한 '블랙리스트'를 내놓으면 이들과의 남북교역·투자 관련 대금 결제와 송금 등을 통제할 방침이다.

이와 관련, 외국환거래법에 따른 '대북투자 등에 관한 외국환관리지침'의 개정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정부는 이와 함께 결의안 8조 e항이 북한의 핵, 탄도미사일, WMD와 연루된 것으로 지정된 사람과 그 가족에 대해 입국 및 경유 금지를 위해 적절한 조치를 취하도록 함에 따라 해당 인사나 가족에 대해서는 국내 출입 및 체류를 막기로 했다.

이는 남북교류협력법 9조에서 북한 인사가 우리측을 방문할 때 통일부 장관의 승인에 따라 방문증명서를 발급하게 돼 있는 만큼 별도의 규정을 추가하지 않고도 통제가 가능하다고 정부는 보고 있다.

화물검색의 경우 종전 규정이나 합의서로도 충분하다는 게 정부 입장이다.

이 장관은 "국내 항구를 출입하는 북한 선박에 대해서는 관세법에 따라 세관에서 검색하고 남북간 통관화물에 대해서도 남북 교역 물품 통관관리에 관한 고시에 따라 검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북한 선박에 대해서는 남북해운합의서를 근거로 활용하기로 했다. 지난해 5월 발효한 해운합의서에 무기 수송이나 상대측 평화나 공공질서를 해치는 행위 등 10개항의 금지행위를 규정한 만큼 이를 위반할 경우 검색은 물론 퇴거 조치가 가능하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 핵실험 직후 3개 조치 시행

정부는 이미 핵실험 이후 4개 조치를 취했다고 했다.

이 장관은 이날 보고에서 ▲쌀 비료 추가 지원 중단 조치 지속 ▲북한 수해복구 물자 지원 유보 ▲철도·도로 자재·장비 인도 유보 ▲개성공단 1단계 2차 분양 연기 등을 꼽았다.

이는 7월 5일 북한의 미사일 발사 이후 50만t 규모의 쌀 차관과 비료의 추가 지원을 중단한 조치를 계속 유지하는 동시에 핵실험 당일인 9일 동해항에서 진행 중이던 수해 복구용 시멘트의 선적 활동을 중단하는 등 수해 지원 물자를 전면 유보한 것을 말하는 것이다.

정부는 특히 12일에는 철도·도로 자재장비 인도를 유보하는 조치를 취했다고 했다.

실제 경의선과 동해선 북측 철도역사 공사 현장에는 미사일 발사 이후에도 우리측 기술인력들이 주 4일씩 상주했지만 정부는 핵실험 이후 이들을 철수시키고 자재의 추가 인도도 중단했다.

◇ '플러스 알파'에 관심

이 장관은 이날 보고에서 "당국 차원의 경협, 민간 차원의 교류사업에 대한 정부 지원 대상과 범위"를 향후 검토사항으로 미뤄놓은 채 구체적 내용을 밝히지 않았다.

여기에는 미국이 북한의 돈줄로 의심하고 이에 따라 우리 정부의 조치 논의 과정에서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는 개성공단이나 금강산관광이 포함될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하지만 유엔 결의안 자체가 정상적인 남북경협의 중단까지 포함하지는 않는다고 판단하고 있는 만큼 이들 사업 자체를 뒤흔드는 조치는 없을 것으로 보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다만 정부가 금강산관광의 관광 보조금이나 시설 보조금을 중단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입장을 밝힌 만큼 추가 조치에 포함될 공산이 크다. 여기에는 민관 분리 원칙이 적용되는 셈이다.

그러나 이는 규모가 미미하다는 점에서 상징적 조치일 뿐 실효성은 별로 없다는지적을 받고 있다.

한때 거론된 금강산관광 대가를 현물로 제공하는 방안은 북한이 받아들일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점에서 더 이상 검토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별개로 한미 간 양자 문제의 성격이 강한 PSI도 관심사다.

정부는 PSI 참여문제는 안보리 제재에 따른 이행조치와는 거리가 있다고 보지만 동맹국인 미국의 요구를 간과할 수도 없기 때문에 정부 안팎에서 의견수렴을 계속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PSI 참여확대를 놓고 정치권에서도 찬반이 팽팽한 데다 정식 참여를 결정할 경우 북한의 거센 반발은 물론 이행과정에서 물리적 충돌까지 우려되는 만큼 정부가 고심 끝에 어떤 묘안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디지털뉴스팀·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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