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국방“더 강력한 핵우산 보장” 럼즈펠드 “Really ?”

  • 입력 2006년 10월 23일 02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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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자 안 맞는 두 국방 윤광웅 국방부 장관(왼쪽)과 도널드 럼즈펠드 미국 국방장관이 21일 오전(한국 시간) 미 워싱턴 국방부에서 열린 제38차 한미 연례안보협의회(SCM) 직후 공동 기자회견 도중 얘기를 나누고 있다. 워싱턴=연합뉴스
박자 안 맞는 두 국방 윤광웅 국방부 장관(왼쪽)과 도널드 럼즈펠드 미국 국방장관이 21일 오전(한국 시간) 미 워싱턴 국방부에서 열린 제38차 한미 연례안보협의회(SCM) 직후 공동 기자회견 도중 얘기를 나누고 있다. 워싱턴=연합뉴스
《21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제38차 한미 연례안보협의회(SCM)는 진통에 진통을 거듭한 끝에 주요 현안에 대한 공동성명을 발표했지만 양국 간의 미묘한 견해차를 여전히 드러냈다. 특히 두 나라 장관은 SCM 직후 가진 공동 기자회견에서 한국에 대한 미국의 핵우산(nuclear umbrella) 공약의 구체화 방안을 놓고 서로 다른 견해를 피력하는가 하면 미 국방부 고위 관계자는 공동성명과 배치되는 발언을 해 그 배경을 놓고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핵우산 공약의 구체화 방안=한미 양국은 SCM 공동성명에 처음으로 ‘확장된 억지력(extended deterrence)’이란 핵전략 용어를 포함시켜 미국의 대한(對韓) 핵우산 보장 공약을 좀 더 구체화했다고 국방부는 밝혔다.

1978년 제11차 SCM 이후 지난해까지 공동성명에 포함된 핵우산 공약은 ‘선언적 공약’이었지만 이번에 추가된 ‘확장된 억지력’은 미국의 핵 태세 검토보고서(NPR)에 기반을 둔 좀 더 강력한 ‘핵 방위공약’이라는 것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확장된 억지력’ 개념이 공동성명에 포함돼 핵우산의 신속한 지원이 보장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도널드 럼즈펠드 장관은 SCM 직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공동성명에 핵우산 공약 문구가) 예년과 같은 수준으로 표현된다”며 상반된 견해를 밝혔다.

그는 한국이 핵우산 공약의 구체화를 요구했는데 왜 예년 수준으로 표현되느냐는 질문에 “그런 변화를 위한 어떤 제안도 들은 기억이 없다. 기존과 다른 표현을 보지 못했다”며 통역과 취재진을 바라보며 의아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자 윤광웅 장관은 “한미 군사위원회(MCM)와 SCM에서 핵우산에 대해 여러 얘기를 했기 때문에 공동성명을 보면 예년과 다를 것으로 기대한다”며 “너무 많은 의제를 다뤄 서로 혼란스러운 것 같다”고 사태 수습에 나섰다. 하지만 럼즈펠드 장관은 곧바로 “정말 그러냐? 나보다 더 많이 알고 있는 것 같다”며 농담인지 진담인지 모를 반응을 보였다.

공동 기자회견 직후 미 국방부의 한 고위 당국자도 “1978년 SCM 공동성명 때부터 핵우산 보장과 관련된 단어가 조심스럽게 선택됐고 한미 상호방위조약이 유지되는 한 표현이 달라질 필요가 없다”고 재확인했다.

이처럼 양측의 해석이 엇갈리면서 이번에 합의한 핵우산의 구체적인 보장에 대해 미국이 어느 수준까지 공감한 것인지 그 실체를 놓고 적잖은 논란이 예상된다.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시기 합의=팽팽한 견해차로 이번 SCM에서 합의가 힘들 것으로 예상됐지만 막판 협상 끝에 극적으로 절충안이 도출됐다.

이번 SCM의 공동성명 발표가 유례없이 늦어진 것도 전시작전통제권 환수시기를 둘러싼 양측의 ‘지루한 줄다리기’ 때문이었다.

환수시기를 ‘2009년 10월 15일 이후 2012년 3월 15일 이전’으로 못 박은 것은 한국의 2012년 안과 미국의 2009년 안을 모두 수용하는 한편 전시작전권 환수가 ‘되돌릴 수 없는 대세’임을 선언함으로써 각계각층의 반대 여론을 잠재우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국방부는 미국의 ‘고집’을 꺾고 환수시기가 유리하게 결정됐다며 만족감을 나타냈다.

김규현 국방부 국제협력관은 “앞으로 한미 군 수뇌부가 이번 SCM에서 승인된 환수 로드맵의 추진 상황을 매년 평가해 최종 환수시기를 결정하게 된다”며 “(환수시기는) 우리가 마감 시한으로 한 그 즈음(2012년)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미국은 동상이몽(同床異夢)이라는 징후가 곳곳에서 감지됐다.

SCM 직후 미 국방부 고위 관계자는 기자회견을 자청해 “전시작전권 이양은 시기를 둘러싼 (양국) 차이의 연결점을 찾아 가장 이른 시일 안에 이양하는 방안을 연구하겠다”고 밝혔다. 럼즈펠드 장관도 공동 기자회견에서 “한국은 세계 10대 경제국이고, 이에 상응한 군사력을 갖춰 전시작전권을 행사할 준비가 됐다”고 밝혔다.

군의 한 소식통은 “공동성명에 미국이 전시작전권 조기 이양의 핵심 조건으로 내걸었던 ‘보완 전력(bridging capability) 제공’이 포함된 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미국이 합의된 범위 내에서 환수시기를 가능한 한 앞당길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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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윤상호 기자 ysh1005@donga.com

●제38차 한미 연례안보협의회 공동성명 분야별 요지

▽북한 핵실험 및 핵우산=북한의 핵실험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시. 북한이 긴장을 악화시키는 추가적인 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 럼즈펠드 장관은 미국의 핵우산 제공을 통한 ‘확장된 억지력’의 지속을 포함해 한미상호방위조약에 따른 미국의 한국에 대한 굳건한 공약과 신속한 지원 보장.

▽전시작전통제권=2009년 10월 15일 이후 그러나 2012년 3월 15일보다 늦지 않은 시기에 신속하게 한국으로의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을 완료하기로 합의. 합의된 로드맵에 따라 2007년 전반기에 구체적인 공동 이행계획이 작성되도록 즉시 착수. 럼즈펠드 장관은 한국이 충분한 독자적 방위능력을 갖출 때까지 미국이 상당한 ‘보완전력’을 지속 제공할 것임을 확인.

▽북한 미사일=2006년 7월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한반도 안정과 국제평화 및 안보를 위협하는 도발행위라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및 장거리 미사일의 지속적인 개발과 확산의 위험성이 한미동맹에 대한 도전이라는 점에 동의. 북한이 탄도미사일 프로그램과 관련된 모든 활동을 중단할 것을 요구.

▽한미동맹=주한미군의 주둔을 포함해 한미동맹이 계속해서 한반도의 안보와 동북아 지역의 안정을 보장한다는 데 동의. 유엔군사령부의 중요성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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