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장의 北-中… 접경도시 단둥을 가다

  • 입력 2006년 10월 21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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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 쌀 나르는 북한주민20일 북한 신의주시 압록강 부두에서 북한 주민들이 구호물자를 나르고 있다. 자루에는 ‘대한적십자사’ ‘쌀 40kg’이라는 글자가 선명하다. 중국과 미국이 북한을 향해 속히 6자회담에 복귀하라고 촉구하는 가운데 중국이 대북 제재 압박 수위를 높여 가고 있다. 신의주=로이터 연합뉴스
남한 쌀 나르는 북한주민
20일 북한 신의주시 압록강 부두에서 북한 주민들이 구호물자를 나르고 있다. 자루에는 ‘대한적십자사’ ‘쌀 40kg’이라는 글자가 선명하다. 중국과 미국이 북한을 향해 속히 6자회담에 복귀하라고 촉구하는 가운데 중국이 대북 제재 압박 수위를 높여 가고 있다. 신의주=로이터 연합뉴스
《20일 중국 랴오닝(遼寧) 성 단둥(丹東) 시에 있는 북한 식당 송도원을 찾았다. 이 식당은 중조우의교에서 500m 정도 떨어진 압록강변에 자리 잡고 있다. 테이블 10여 개의 절반 정도만 손님들이 차 있었다. 오후 8시쯤 한복 차림의 여자 복무원(종업원) 3, 4명이 마이크를 잡고 ‘반갑습니다’ ‘찔레꽃’ 등의 노래를 흥겹게 불렀다. 그러나 노래를 마치고 무대를 내려서던 이들의 표정에는 수심이 차 있었다. 》

중국 당국이 외화벌이를 하던 북한 복무원들에게 철수하라는 조치를 내렸기 때문이다. 지구촌을 깜짝 놀라게 했던 북한 핵실험의 여파가 영문도 모르는 이들에게도 닥친 것이다. ▽중국 내 북한 식당 사라진다=단둥의 한 소식통에 따르면 중국은 최근 ‘공무여권’(유효기간 6개월)을 가지고 중국 내 북한 식당에서 일해 온 종업원들에게 여권 기간이 지나면 돌아가도록 통보했다.

중국은 그동안 공무여권 소지자의 근무를 묵인해 왔으나 이제는 ‘법대로’를 외치고 있다. 이 바람에 북-중 우호의 상징으로 여겨져 온 ‘해당화’ ‘진달래’ ‘유경식당’ 등 30여 개 북한 식당이 문을 닫게 될 것이라고 이 소식통은 전했다.

▽북한 여행 중단=중국 일간지 파즈(法制)만보는 19일 중국 칭녠(靑年)여행사를 비롯한 주요 여행사가 북한 관광 상품을 취급하지 않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관광 중단에 정치적인 원인이 있으므로 언제 재개될지 확실하지 않다”고 전했다.

단둥의 한 소식통은 “단둥 지역 20여 개 여행사를 통해서만 지난 한 해 동안 11만여 명이 북한을 관광했으나 지금은 전면 중단된 상태”라고 말했다. 중국 정부가 여권과 비자 없이도 가능했던 관광을 금지했기 때문.

그동안 중국인이 단둥에서 북한 여행상품만 구입하면 1일 관광부터 평양 개성까지 갔다 올 수 있는 7일 관광까지 무비자로 가능했다. 그런데 최근 중국 당국이 ‘무여권 무비자’(여행사에서 일괄 처리) 관광을 금지하면서 절차가 까다로워져 여행이 중단됐다는 것.

▽긴장감 감도는 단둥의 북-중 국경지역=18일 오후 단둥에서 사업을 하는 J 사장은 20여 분 동안이나 국경경비대 군인에게 붙들려 있는 봉변을 당했다. 택시를 타고 단둥 시에서 둥강(東港)으로 새로 난 ‘압록강 도로’를 가던 중 잠깐 내렸다는 것이 그 이유.

단둥의 한 소식통은 “핵실험 이후 세계 각국의 관심이 단둥으로 쏠리면서 국경지대에서 사진을 찍는 행위까지도 중국 당국이 민감하게 여기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단둥=구자룡 기자 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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