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핵기술 보완 시간벌기일수도”…추가핵실험 하나 안하나

  • 입력 2006년 10월 21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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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의 노림수는…탕자쉬안 중국 국무위원(왼쪽)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19일 평양에서 촬영한 사진. 탕 국무위원은 20일 콘돌리자 라이스 미국 국무장관과의 회담에서 평양 방문이 헛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평양=AP 연합뉴스
김정일의 노림수는…
탕자쉬안 중국 국무위원(왼쪽)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19일 평양에서 촬영한 사진. 탕 국무위원은 20일 콘돌리자 라이스 미국 국무장관과의 회담에서 평양 방문이 헛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평양=AP 연합뉴스
“큰불은 잡은 것 같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20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방북한 탕자쉬안 중국 국무위원(부총리급)을 접견한 자리에서 “추가적인 핵실험 계획이 없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 데 대해 이렇게 평가했다.

이 당국자는 “우리도 김 위원장이 그런 발언을 했다는 사실을 전해 들었다”며 “김 위원장의 발언을 핵실험을 완전히 포기하겠다는 뜻으로 단정할 수는 없지만 추가적인 상황 악화를 일단 막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의 특사로 방북한 탕 국무위원은 추가 핵실험 등 모험주의에 대한 중국의 강한 경고를 전한 것으로 정부는 판단하고 있다. 추가 핵실험 강행은 중국의 국가 이익에도 반하는 만큼 용납할 수 없다는 내용을 담았을 것이라는 얘기다.

중국의 경고가 실질적인 효력을 발휘한 것으로 정부는 보고 있다. 정부의 다른 고위 당국자는 “김 위원장은 6자회담 재개와 관련해서도 한결 누그러진 태도를 보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이전까지 북한은 미국이 마카오 방코델타아시아(BDA)은행에 대한 금융 제재를 풀지 않으면 6자회담 복귀는 없다는 식이었는데 이번에는 상호 한발씩 물러나는 방향에서 해결책을 찾자는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정부 일각에서는 김 위원장의 발언을 액면 그대로 믿을 수 없으며 추가적인 상황 악화에 대비해야 한다는 신중론도 나오고 있다. 발언을 손바닥 뒤집듯 하는 북한 체제의 특성상 지나친 기대는 금물이라는 지적이다.

북한은 1차 핵실험의 폭발력이 1kt에도 미치지 못하는 등 사실상 실패로 드러난 만큼 ‘핵보유국’으로 인정받으려면 기술 보완을 해야 한다. 이 점에서 이번에 중국에 보낸 메시지는 핵기술 보완을 위한 시간 벌기용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북한이 정말 대화에 복귀할 생각이라고 해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에 따른 제재 압박에 굴복해 6자회담에 나오는 모양새는 취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다.

결국 북한의 향후 행동은 “미국의 동향을 주시하면서 그에 해당하는 조치를 취해 나갈 것”이라는 17일 외무성 대변인의 성명과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추가 핵실험 유보’를 지렛대 삼아 직간접의 채널을 통해 미국에 ‘양보’와 ‘성의’를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 하지만 미국은 여전히 북한의 무조건적인 6자회담 복귀를 요구하고 있어 전망이 결코 밝지만은 않다.

한편 북한은 핵실험 성공에 대한 본격적인 자축 행사를 벌였다. 평양 김일성광장에서는 20일 평양 시민과 군인 등 10만여 명이 운집한 가운데 핵실험 성공을 환영하는 군민(軍民)대회가 열렸다. 전문가들은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가 강화되면서 경제적 어려움이 예상되는 만큼 주민들에게 ‘핵보유국’이라는 자긍심을 부여하면서 결속을 도모하려는 의도로 풀이했다.

하태원 기자 taewon_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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