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나쁜 행동은 어느 누구도 보호해줄 수 없다”

  • 입력 2006년 10월 9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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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리 “北에 경고”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원국들이 6일 북한의 핵실험 계획에 대한 우려와 경고의 메시지를 담은 의장성명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이 성명에서 “북한의 핵실험 강행은 국제 평화와 안정에 대한 명백한 위협”이라며 “북한이 국제사회의 요구를 무시할 경우 안보리는 유엔헌장에 대한 책임과 일치하게 행동할 것”이라고 밝혔다. 뉴욕=AP 연합뉴스
안보리 “北에 경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원국들이 6일 북한의 핵실험 계획에 대한 우려와 경고의 메시지를 담은 의장성명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이 성명에서 “북한의 핵실험 강행은 국제 평화와 안정에 대한 명백한 위협”이라며 “북한이 국제사회의 요구를 무시할 경우 안보리는 유엔헌장에 대한 책임과 일치하게 행동할 것”이라고 밝혔다. 뉴욕=AP 연합뉴스
중국 ‘공개 경고장’에 “美앞잡이 말 왜듣나” 北 군부등 강력 반발

“나쁜 행동에 대해서는 어느 누구도 보호해 줄 수 없을 것이다(I think that for bad behavior, no one is going to protect them).”

왕광야(王光亞) 유엔주재 중국대사가 5일 북한의 핵실험 강행 계획을 두고 강도 높은 경고를 했다. 북-중 관계가 더는 과거처럼 순망치한(脣亡齒寒·입술이 없으면 이가 시리다)이 될 수 없을 것임을 시사한 것이다.

▽중국과 북한의 긴장감 고조=북한 핵실험 임박설이 돌기 시작하면서 중국은 북한과의 접경지역에 군 병력을 추가 배치하고 있다고 영국 선데이타임스 인터넷판이 8일 전했다. 양국 관계에 이상기류가 흐르는 듯한 구체적인 징후다.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하면 동북아시아의 균형이 무너지면서 최악의 경우 김정일 정권이 붕괴할 가능성이 있고 그렇게 되면 북한 난민 수십만 명이 국경을 넘어 중국으로 몰려들 것이라는 게 중국 정부가 가장 우려하는 시나리오다.

중국을 향한 북한의 분노도 만만치 않다.

로이터통신은 8일 중국 베이징(北京)의 한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왕 대사가 ‘보호’라는 표현을 사용한 데 대해 북한 군부가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고 전했다. ▽북-중 관계 변화 전망=북한의 핵실험 움직임을 둘러싼 양국의 감정적 골도 점점 깊어지는 형국이다.

북한은 7월 미사일을 발사한 뒤 국제사회의 제재 움직임에 동참한 중국에 노골적으로 불만을 나타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그 직후 북중 우호협력조약 체결 45주년 기념행사 참석차 방북한 후이량위(回良玉) 중국 부총리를 노골적으로 외면했다. 명목은 기념행사 참석이었지만, 후이 부총리는 사실상 중국 정부의 ‘미사일 특사’로 평양을 방문했었다.

특히 북한은 최근 중국에 “미국의 주구(走狗·앞잡이)인 중국 얘기는 듣지 않겠다”는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대만 중앙통신은 5일 곧 발간될 홍콩의 시사 잡지 카이팡(開放) 최신호를 인용해 중국이 이미 북한의 핵실험으로 야기될 제3국의 침략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조-중 우호조약’ 개정 카드를 꺼내 북한 핵실험을 간접 경고했다는 미확인 보도를 내보내기도 했다. 핵실험을 둘러싸고 북-중 관계도 최대의 위기를 겪고 있다는 징후가 여기저기서 쏟아져 나오고 있는 것이다.베이징=하종대 특파원 orionha@donga.com

김영식 기자 spear@donga.com

유일한 교섭창구 ‘뉴욕채널’ 끊기나

외교관계가 없는 미국과 북한 간의 교섭창구 역할을 맡아 왔던 ‘뉴욕 채널’이 와해 위기에 빠졌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그동안 북한은 한성렬 유엔 주재 북한대표부 차석대사를 통해 뉴욕채널을 유지해 왔다. 유엔 주재 북한대표부는 박길연 대사가 유엔 업무를, 한 차석대사가 대(對)미국 업무를 맡는 식으로 역할 분담을 해 왔기 때문이다. 한 차석대사는 미국과의 창구이자 북한의 6자회담 수석대표인 김계관 외무성 부상의 보좌역도 담당해 왔다.

한 차석대사는 5년간의 임기를 마치고 돌아갈 예정이다. 현재까지는 김명길 군축평화연구소(외무성 산하) 수석연구위원이 한 차석 대사의 후임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일본의 마이니치신문이 7일 북-미 관계 소식통을 인용해 “당초 한 차석대사 후임으로 알려진 김 수석연구위원은 차석대사보다 아래 단계인 참사관으로 내정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한 차석대사의 후임을 임명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 같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이어 “북한 당국이 외교관들에게 미국 정부와 접촉을 하지 말라고 지시한 것으로 보인다”며 “북-미 간 채널이 기능 정지에 빠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북한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대북 경고 성명을 채택하는 과정에서도 ‘묵비권’을 행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을 요구한 한 유엔 소식통은 6일(현지 시간) “북한은 이번 의장성명 채택 과정에 아무런 관심도 나타내지 않았다”며 “스스로 고립을 자초하는 이런 북한의 태도에 대해 안보리가 우려하고 있을 정도”라고 밝혔다. 7월 북한의 미사일 발사 직후 안보리가 결의문을 채택할 때에는 박 대사가 안보리 회의에 참석해 반박하기도 했다.

뉴욕=공종식 특파원 kong@donga.com

“부시, 후진타오에 특사요청 계획”

대북 제재의 성공 열쇠를 중국이 쥐고 있다고 보는 미국 행정부는 물밑 외교라인을 통해 중국의 협조를 강력히 요청하고 있다.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은 조만간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에게 전화를 걸어 대북 특사 파견을 촉구할 계획이라고 뉴욕타임스가 미 행정부 관리들의 말을 인용해 보도한 바 있다. 특사를 통해 핵실험이 초래할 놀랄 만한 결과를 경고해 달라는 것.

그러나 미 행정부 내에는 “7월 미사일 발사 직전 중국 측 특사가 북한에서 ‘찬밥 신세’를 당하고 돌아온 것에 비춰 볼 때 이번에도 설득을 통해 북한을 저지할 수 있는 중국의 영향력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결국은 중국이 실제로 제재에 동참할지 여부가 관건인데 미국은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하면 중국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유엔헌장 제7장을 포함하는 제재 결의를 하는 데 반대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소식통은 “미 행정부는 중국이 ‘조-중(朝-中) 혈맹’과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국가’라는 두 축 사이에서 아주 느리지만 한발 한발(step by step) 국제사회 쪽으로 옮겨가고 있다고 보고 있다”며 “핵실험이 중국의 그 같은 보폭을 빠르게 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중국이 대북 석유공급 중단 같은 실질적인 제재조치를 취할 가능성은 여전히 낮다는 게 미 행정부의 분석이다.

워싱턴=이기홍 특파원 sechep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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