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핵실험 선언]中-러도 “北 자제하라” 태도 사뭇 달라져

  • 입력 2006년 10월 5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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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日英佛 “북한 도발하지 말라” 북한의 핵실험 발표에 국제사회는 강한 우려를 표시하며 일제히 실험 중단을 촉구했다. 니카라과를 방문 중인 도널드 럼즈펠드 미국 국방장관을 비롯해 고이케 유리코 일본 국가안보담당 총리보좌관, 존스 페리 유엔주재 영국 대사, 장마르크 사블리에르 유엔 주재 프랑스 대사(왼쪽부터)는 모두 북한을 향해 “도발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마나과·뉴욕·도쿄=AP 로이터 연합뉴스
美日英佛 “북한 도발하지 말라” 북한의 핵실험 발표에 국제사회는 강한 우려를 표시하며 일제히 실험 중단을 촉구했다. 니카라과를 방문 중인 도널드 럼즈펠드 미국 국방장관을 비롯해 고이케 유리코 일본 국가안보담당 총리보좌관, 존스 페리 유엔주재 영국 대사, 장마르크 사블리에르 유엔 주재 프랑스 대사(왼쪽부터)는 모두 북한을 향해 “도발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마나과·뉴욕·도쿄=AP 로이터 연합뉴스
북한이 외무성 성명을 통해 핵실험을 공언하고 나서자 국제사회의 움직임은 다시 분주해지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도 일단 북한의 자제를 촉구했다.

미국 조지 W 부시 행정부 관계자들은 ‘예상했던 최악의 상황’이 막상 벌어졌을 때처럼 당혹감을 드러냈다.

우선 국무부 국방부는 이날 대변인 성명과 논평을 통해 “아시아는 물론 세계의 평화와 안정에 대한 용납할 수 없는 위협…도발적 행동”이라고 비난했다.

스티븐 해들리 백악관 안보보좌관은 때마침 워싱턴을 방문한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 일본 국가안보담당 총리보좌관과 만나 “미일 양국이 공동 대처한다”는 원칙도 천명했고, 닉 번스 국무차관은 출장 중인 콘돌리자 라이스 장관을 대신해 한중일 3국 정부와 전화 접촉을 했다.

미국은 이미 1개월 이상 일본 한국과 함께 ‘임박한 핵실험’을 전제로 대처방안을 논의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미 행정부 관리는 이날 비공식석상에서 “어떻게 한미 간에 ‘공동의 포괄적 접근법’이 논의 중인 것을 뻔히 알면서 북한이 이렇게 나올 수 있느냐”고 되물었다. 이 관리는 “핵실험이 현실화한다면 6자회담은 물 건너가는 셈”이라는 말도 했다.

특히 부시 행정부 인사들은 북한의 성명 내용이 중국의 핵무기 정책과 흡사하다는 점에 주목했다. 워싱턴의 한 고위 소식통은 “핵무기를 먼저 쓰지 않는다. 핵 기술을 유출하지 않겠다는 표현 자체가 중국이 채택한 핵정책과 일치한다”고 말했다.

일본 미국을 방문 중인 고이케 총리보좌관은 3일 워싱턴에서 해들리 안보보좌관과 회담하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북한의 핵실험 자제를 요청하는 의장성명을 조속히 채택하도록 노력하자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고 일본 언론이 전했다. 일본은 10월의 순번제 안보리 의장국이다.

회담 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고이케 보좌관은 “북한 핵실험에 대해 ‘용인할 수 없다’는 원칙을 확인했다”며 “7월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했을 때는 안보리에서 비난 결의를 채택했지만 이번에는 아직 핵실험을 한다는 성명 단계이므로 의장성명으로 대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 고이케 보좌관은 번스 국무차관과 회담한 뒤에도 “안보리에서의 대응은 핵실험을 단념케 할 강한 내용이 돼야 한다”며 강력한 의지를 보였다고 언론들은 전했다.

한편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4일 참의원 대표질문에서 “북한이 만일 핵실험을 한다면 결코 용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나아가 8, 9일 중국 한국과의 연쇄 정상회담에서 이 문제를 의제로 다룰 것임을 시사했다.

중국 중국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리자오싱(李肇星) 외교부장은 4일 오전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과 전화통화를 하고 의견을 교환했다. 비슷한 시간 추이톈카이(崔天凱) 외교부 부장조리는 데이비드 세드니 주중 미국 대리대사를 만났다.

중국 외교부는 특히 북한 외무성의 성명이 발표되자 우다웨이(武大偉) 부부장 주재로 4시간 넘게 마라톤 대책회의를 열고 북한의 진의 파악과 대응책 마련을 모색한 것으로 전해졌다. 4일 공개된 류젠차오(劉建超) 대변인의 성명은 이런 과정을 거친 것이다.

다른 6자회담 당사국들보다 하루 늦은 발표다.

류 대변인은 성명에서 “중국은 일관되게 한반도 비핵화와 함께 6자회담을 통한 한반도와 동북아 지역의 평화안정을 주장해 왔다”고 전제했다. 이어 “우리는 북한이 핵문제에 대해 차분함을 유지고 자제심을 갖기를 바란다”고 촉구했다.

또 그는 “관련국들이 긴장을 조성하는 행동을 취하는 대신 대화와 협상을 통해 관심사를 해결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러시아 외교부 국방부 장관이 4일 동시에 북한의 핵실험 자제를 촉구하고 나섰다.

키르기스스탄을 방문 중인 세르게이 이바노프 국방장관은 “북한이 핵실험을 자제하고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북한이 곧 핵실험을 한다는 발표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며 다소 시큰둥한 반응을 보인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교장관의 태도도 달라졌다.

라브로프 장관은 이날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서 열린 유럽평의회(PACE) 회의에서 “미국과 북한이 직접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금융문제와 6자회담 재개를 방해하는 문제들을 지체 없이 해결해야 할 시간이 됐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러면서도 러시아 외교부는 “북한의 계획이 한반도와 그 주변국의 정치 군사적 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에 강한 우려를 표명한다”는 공식 성명을 냈다.

러시아 주재 북한대사관의 한 외교관은 4일 러시아 언론과의 전화에서 “북한의 성명은 군사적 성격보다는 정치적인 성격을 지녔다”고 말했다고 인테르팍스통신이 보도했다. 이 외교관은 “성명 이외에 더 할 말이 없다”며 즉답을 피하면서도 핵실험 시기가 구체적으로 정해지지 않은 점을 들어 “정치적 성격이 강하다”고 대답했다는 것이다.

워싱턴=김승련 특파원 srkim@donga.com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모스크바=정위용 특파원 viyon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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