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핵실험 선언]“핵폭탄 1개면 서울절반 잿더미”

  • 입력 2006년 10월 5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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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보유한 것으로 추정되는 핵폭탄을 스커드나 노동, 대포동 미사일 등에 실어 서울과 일본 도쿄(東京)를 공격하면 어떻게 될까.

미군의 미사일 방어망을 뚫고 1개씩만 떨어지더라도 두 도시는 절반 이상이 폐허가 된다. 15kt의 핵탄두 1개가 국방부와 미 8군이 있는 서울 용산구 삼각지 인근 500m 상공에서 폭발할 경우 반경 4.5km는 잿더미로 변하고 서울 중심부는 물론 경기 고양시 일산신도시, 성남시 분당신도시, 수원시까지 핵폭풍과 충격파, 낙진으로 파괴돼 60만∼120만 명의 인명 피해가 난다.

도쿄도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히로시마(廣島)와 나가사키(長崎)에 떨어졌던 원자폭탄보다 몇 십 배 더 큰 피해를 보게 된다. 미 국방부가 보관하고 있는 ‘히로시마 나가사키 지역 핵무기 사용 피해 비밀보고서’에 따르면 히로시마의 경우 전체 인구의 절반이 넘는 13만6000명이 현장에서 숨졌고 수년간 방사능과 낙진 피해로 인한 사망자도 수만 명이었다.

미국이 북한에 대한 핵 보복 공격에 나설 경우 한반도 전역은 핵 재앙에 휩싸이게 된다. 물론 미국이 북한의 대도시 파괴보다는 핵 시설물 등에 대한 공격을 할 가능성이 많지만 방사능과 낙진은 바람을 타고 북한 전역에 번지게 된다.

이는 미 국제천연자원보호협회(NRCD)가 2004년 국방부에 제출한 ‘제2 한반도 전쟁의 핵사용 시나리오’다. 미 국방부는 1차 북핵 위기 때인 1994년부터 한반도에 전쟁이 일어나면 핵전쟁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아래 NRCD와 군사작전 싱크탱크인 국방정보센터(CDI) 등을 통해 가상 핵전쟁 시나리오를 만들어 왔다.

3일 북한의 핵실험 선언은 이 같은 가상 시나리오의 현실화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부추기고 있다. 군사전문가들도 이번엔 북한의 벼랑 끝 전술이 아니라 핵실험 강행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한미 양국의 정보 당국은 북한이 현재 핵무기 2∼5개를 갖고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핵실험을 통해 1발을 사용한다 하더라도 핵 공격을 할 수 있는 무기가 충분한 셈이다. 특히 북한이 아직은 장거리 미사일에 핵탄두를 장착할 수 있을 정도로 핵탄두를 소형화하지 못했기 때문에 항공기를 이용해 투하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럴 경우 남한이 공격 대상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북한이 핵실험을 감행할 경우 한반도 주변 안보환경은 걷잡을 수 없는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된다. 남한은 당장 ‘핵 인질’ 신세가 된다.

또 북한 핵실험은 일본 대만 등 주변국의 핵무장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크다. 일본이 핵보유국으로 나갈 경우 중국과 러시아의 핵 활동도 가속화돼 한반도 주변 4강은 극단적인 군비 경쟁 체제에 돌입할 수밖에 없게 된다.

이런 상황을 미국이 두고 볼 리 없다. 1차 핵위기 때 대북 선제공격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물론 ‘안보 인질’이 된 한국이나 중국 러시아의 강력한 반대로 전면적인 무력 공격은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그러나 북한 주변해역 봉쇄 등 제한적인 군사제재는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가장 곤혹스러운 것은 중국이지만 군사제재에는 동참하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북한 핵실험으로 경쟁국인 일본이 핵무장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지만 미국의 공격으로 북한이 붕괴돼 중국의 ‘전략적 병풍(屛風)’이 사라지는 상황은 더욱 원치 않기 때문이다. 북한이 미국의 공격을 받을 때 개입 의무를 명시한 북-중 상호원조조약도 중국에는 부담이다.

북한의 핵실험 선언은 전시작전통제권 논란에 따른 한미동맹 균열과 ‘합의된 이혼’으로 표현된 최근 한미 정상회담이 제공한 측면도 적지 않다는 게 군사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한 전문가는 “아마추어 안보정책이 북한의 전격적인 핵실험 선언에 빌미를 준 측면이 없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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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유성 국방전문기자 ys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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