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핵실험 선언]핵실험 한다면 언제 어디서…D데이는?

  • 입력 2006년 10월 5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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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전격적인 핵실험 발표는 꼬리에 꼬리를 잇는 물음표를 던지고 있다. 북한이 핵실험을 한다면 언제 어디서 할까, 핵실험은 사전과 사후에 어떻게 감지할까. 무엇보다 북한은 과연 핵실험이라는 도박을 감행할 것인가…. 북한 핵실험에 대한 의문점을 Q&A 형식으로 정리한다.》

■ 한다면 언제 할까

북한의 핵실험 발표가 단순한 위협용이 아니라는 게 정부 당국의 분석이다. 4일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와 국방위원회 연석회의에 출석한 이종석 통일부 장관과 윤광웅 국방부 장관은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할 가능성이 높다는 취지로 답했다.

북한이 핵 보유를 선언한 지난해 2월 10일 이후부터 핵실험을 위한 기술을 갖춰 왔다고 가정할 경우 가장 유력한 시기는 미국의 중간선거일인 11월 7일 직전으로 상정해 볼 수 있다. 핵실험을 강행하는 주된 이유가 미국을 겨냥하고 있으므로 조시 W 부시 행정부에 미치는 영향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중간선거 직전을 D데이로 삼을 가능성이 높다.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 소속 열린우리당 최성 의원은 4일 국회에서 브리핑을 갖고 “북한 외무성의 핵실험 성명이 과거 전통적인 벼랑 끝 협박외교와 달리 실제 핵실험으로 이행될 가능성이 높다”며 “다음 달 7일 미국의 중간선거 직전에 핵실험을 단행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내부 결속의 목표를 다지려 할 경우 조선노동당 창당 기념일(10일)이나 김정일의 노동당 총비서 추대일(8일)을 기해 감행할 가능성도 있다. 9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서울을 방문하는 점을 염두에 둘 수도 있다. 미 정보당국에서 1주일 안에 핵실험 가능성을 점치고 있는 것도 이런 점을 고려한 것이다.

하지만 핵실험 선언이 미국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기 위한 협상용이므로 당장 핵실험을 하겠다는 뜻이 아니라는 분석도 있다. 백학순 세종연구소 남북관계연구실장은 “미국이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며 신중한 전망을 내놓았다.

북한은 핵실험을 하겠다고 밝히면서도 “대화와 협상을 통하여 조선반도의 비핵화를 실현하려는 우리의 원칙적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밝힌 것도 미국과의 협상 가능성을 열어 놓은 것이라는 분석이다.

■ 어디서 할까

함경북도 길주군 지역을 포함해 7, 8곳이 유력한 후보 지역으로 꼽힌다. 8월 미국 ABC방송은 길주군 풍계리에서 차량의 의심스러운 움직임과 지하 핵실험장과 관측장비 등을 연결하는 데 사용되는 케이블을 하역하는 장면이 미 첩보위성에 포착됐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국회국방위원회 소속 한나라당 송영선 의원은 4일 자료를 통해 길주군을 포함해 △평안북도 영변시 2곳 △평안북도 구성시 △자강도 강계시 △평안남도 평성시 △함경북도 청진시 △평안북도 태천군 등 8곳이 핵실험 가능 지역이라고 밝혔다.

이에 앞서 국회 정보위원회 소속 한나라당 정형근 의원은 지난달 20일 북한이 핵실험을 위해 함경북도 만탑산에 지하 700m의 갱도를 팠다고 주장했다. 또 자강도 시중군 무명산 계곡에서 70km 떨어진 지역에 지하 갱도가 추가 건설 중이라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정형근 의원은 “국가정보원은 북한이 만탑산의 1500m 고지에서 수직으로 700m를 파고 인근의 다른 지점에서 각각 동서 방향으로 수평 갱도 2개를 판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해발 2205m의 만탑산은 함북 길주군 양사면과 어랑군 주남면 경계에 있다.

하지만 북한은 한미 정보당국이 주시하고 있는 장소보다는 그동안 공개되지 않은 지역에서 핵실험을 전격 결행할 가능성도 있다. 미국의 KH-11 등 첩보위성이 감시하고 있는 지역에선 핵실험 의심 활동을 계속하면서 제3의 비밀장소에서 실험을 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 실험여부 어떻게 알수 있나

북한의 핵실험 징후를 사전에 탐지하기란 매우 힘들다. 현재 북한은 8000여 개의 갱도를 갖고 있는 데다 우리 군의 대북 영상정보 수집 능력이 제한되기 때문이다.

이 같은 제한을 극복하기 위해 한국은 1996년 체결한 한미영상합의각서에 따라 미 첩보위성이 하루 1, 2차례 북한 상공을 돌며 정밀 촬영한 핵 시설 관련 사진 2500여 장을 매년 제공받고 있다. 그러나 지하 핵실험의 경우 미국이 보유한 첩보자산으로도 사전에 징후를 탐지하기 쉽지 않다는 게 많은 전문가의 얘기다.

사후에는 과학기술부 산하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지진연구센터에서 운용 중인 전국 30여 곳의 지진관측소에서 24시간 가동하는 지진계로 관측이 가능하다.

특히 1970년대 초 구소련과 중국의 핵실험 감시를 위해 세운 주한미군의 원주 관측소는 26기의 각종 지진계를 구비해 뛰어난 탐지능력을 갖고 있다. 북한이 지하 1km에서 핵실험을 할 경우 리히터규모 3.8∼4.5의 지진파가 발생하는데 핵실험장이 관측소로부터 50∼60km 떨어졌다면 몇 분 내, 200km 이상 떨어졌다면 2, 3시간 뒤에 판정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농축우라늄을 이용해 지상에서 핵실험을 한다고 해도 대기를 타고 전파되는 5Hz 이하의 저주파를 분석해 1시간 이내에 핵실험 여부를 알 수 있다. 지질자원연구원의 지진연구센터를 비롯해 강원 철원과 간성 관측소는 공중음파까지 탐지할 수 있는 장비를 보유하고 있다.

또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에서도 전국 37곳에 설치된 무인 환경방사능 감지기를 이용해 핵실험 시 배출되는 소량의 방사능 물질을 감지할 수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함께 주일미군의 RC-135S 정찰기는 핵실험 후 발생하는 미량의 방사능 가스를 감지할 수 있다.

중국도 독자적인 핵실험 관측망이 있다. 유엔 산하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기구(CTBTO)에 따르면 중국은 전국에 걸쳐 핵실험 탐지가 가능한 총 12개의 지진파, 초저주파, 방사능 관측시설을 보유하고 있다. 북한이 핵실험을 실시할 경우 수시간 내에 파악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중국은 특히 북위 49.3도, 동경 119.7도에 위치해 북한과 비교적 가까운 네이멍구(內蒙古) 자치구의 하이라얼(海拉爾)과 서부에 위치한 간쑤(甘肅) 성 란저우(蘭州)에 1곳씩 2개의 주(主) 지진파 관측소를 보유하고 있다.

특히 이들 두 관측소는 CTBTO 예하에 편입돼 한국과 일본, 몽골에 있는 지진파 관측소와 함께 24시간 한반도 주변의 핵실험 모니터링 체제를 가동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 미국 무력제재 나설까

군사 공격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게 한국 정부의 판단이다. 군사 공격의 목적은 북한 핵을 무력화하는 것인데 북한이 핵무기와 시설을 어디에 보유하고 있는지 정확하게 파악이 안 되기 때문에 군사 공격을 감행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또 상징적으로 영변의 5MW급 원자로 등 일부 시설을 파괴하더라도 북한이 보복 공격을 감행할 것이고 이는 곧 전면전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에 미국이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다는 시각이 많다.

특히 미국 정부는 북한의 반격으로 남측의 미국인들이 죽거나 다치게 되는 문제를 가장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에 섣불리 군사 공격을 하기 어렵다는 것.

만약 미국이 군사 공격을 감행할 의사가 있다면 우선 남측의 미국인들을 다른 나라로 이동시키고 전쟁에 필요한 각종 물자를 더 남쪽으로 옮기는 작업을 먼저 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태원 기자 taewon_ha@donga.com

윤상호 기자 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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