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國 ‘마이웨이’… 아무것도 달라진게 없다

  • 입력 2006년 9월 18일 02시 56분


코멘트
“돌아왔습니다”해외 순방을 마치고 16일 서울공항에 도착한 노무현 대통령이 환영 나온 정부 관계자 등에게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노 대통령은 14일 미국 워싱턴에서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공동의 포괄적 접근방안’ 마련에 합의했지만 구체적 내용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석동률 기자
“돌아왔습니다”
해외 순방을 마치고 16일 서울공항에 도착한 노무현 대통령이 환영 나온 정부 관계자 등에게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노 대통령은 14일 미국 워싱턴에서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공동의 포괄적 접근방안’ 마련에 합의했지만 구체적 내용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석동률 기자
한미 양국이 14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공동의 포괄적 접근방안’을 마련하기로 합의했지만 후속 조치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미국이 북한의 달러 위조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대북 금융제재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고 북한도 “제재가 계속되는 한 6자회담 복귀는 없다”고 천명했다.

결국 한국이 미국과의 정상회담에서 외교적인 해결의 단초를 만들려고 했지만 북-미 양국은 회담 전과 전혀 달라지지 않은 행동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워싱턴의 한반도 문제 전문가들은 대북 제재와 관련해 제대로 논의하지 못한 이번 회담에 대해 “변죽만 울리다 말았다(beat around the bush)”고 혹평했다.

▽점점 강화되는 미국의 대북 제재=싱가포르에서 열리고 있는 선진 7개국(G7) 재무장관 회담에 참석 중인 헨리 폴슨 미 재무장관은 16일 각국의 재무장관들에게 북한과 이란의 불법 금융 활동에 대한 주의를 촉구하면서 이를 저지하기 위한 국제적인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무현 대통령이 14일 폴슨 장관과의 면담에서 “대북 제재가 6자회담 재개 노력에 방해가 안 됐으면 좋겠다”고 요구했지만 미 재무부의 입장에는 변화가 없음을 여실히 보여 주는 대목.

미 행정부가 마련해 온 경제제재 안도 이달 중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제재 내용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 유예에 따라 2000년 해제한 대북 경제제재 항목들, 즉 대북 송금과 대북 투자, 관광 전면 금지 등의 조치 복원이 주가 될 전망이다.

확산방지구상(PSI)을 통한 모든 북한 선박의 검색 조치도 일각에서 검토되고 있으나 국제법상의 문제와 다른 나라들의 반응 때문에 아직 확정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대북 제재에 대한 노 대통령의 거부감이 미국과의 갈등을 부를 가능성이 높다. 노 대통령은 14일 정상회담 직후 언론접견에서 “북한의 미사일 발사 후 쌀 제공을 중단한 상황은 사실상 제재와 다를 바 없다”는 발언을 했다가 한반도 전문가들과의 간담회에서는 “한국은 이 대응에 (제재라는) 딱지를 붙이지 않는다”며 ‘대응(reaction)’이라는 표현을 사용해 미국 주도의 대북 제재에 동참하지 않겠다는 기존 방침에 변화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이와 관련해 이종석 통일부 장관은 최근 “미국이 하는 것(대북 추가제재를 의미)이 다 국제사회의 대의에 맞는 것인지 살펴봐야 한다”며 “쌀과 비료 지원을 유보한 것은 대북 제재보다 오히려 더한 것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제이 레프코위츠 미국 북한인권담당특사는 17일(현지 시간) 미국의 소리(VOA)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부시 대통령이 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북한 인권문제를 적극 거론하면서 북한주민의 인권 실상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북한, “제재 철회부터 하라”=북한 내 권력 서열 2위이자 대외적으로 북한을 대표하는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은 17일 쿠바의 수도 아바나에서 열리고 있는 비동맹운동(NAM) 정상회의에 참석해 “북한은 미국이 제재를 유지하는 한 6자회담에 복귀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 위원장의 이날 발언은 한미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6자회담 복귀를 위한 외교적 노력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데 대한 첫 반응이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방코델타아시아(BDA)은행 계좌동결 등 금융제재와 관련한 직접적인 조치가 언급되지 않은 것에 대한 실망감을 표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이 밖에 미국이 북한을 ‘악의 축(axis of evil)’이라고 평가한 사실을 환기시키며 “우리는 핵무기를 보유할 필요가 없지만 (미국에 대한) 억지력 확보의 일환으로 핵무기를 보유하지 않을 도리가 없게 됐다”고 주장했다.

이에 앞서 조선중앙통신도 “미국이 다른 나라의 달러 위조사건에 대해서는 침묵을 지키면서 공화국에 대해서만 금융제재를 가하고 있다”며 대미 비난에 가세했다. 중앙통신은 16일 논평을 통해 최근 포르투갈에서 세계 최대 규모인 750만 달러 위조사건이 발생했지만 침묵하고 있다고 언급한 뒤 “이것은 미국이 화폐 위조의 타당한 근거와 물질적 증거도 없이 우리에게 ‘화폐 위조국’의 감투를 씌우고 부당한 금융제재를 가하고 있는 것과는 너무나도 대조된다”고 비난했다.

하지만 북한이 6자회담을 완전히 거부하고 있지는 않다. 지난달 26일 외무성은 대변인 담화를 통해 “9·19공동성명이 이행되면 우리가 얻을 것이 더 많으므로 6자회담을 더 하고 싶다”고 말했다.

워싱턴=이기홍 특파원 sechepa@donga.com

하태원 기자 taewon_ha@donga.com


클릭하면 큰 이미지를 볼 수 있습니다.

(▲위의 이미지 클릭후 새창으로 뜨는 이미지에 마우스를 올려보세요. 우측하단에 나타나는 를 클릭하시면 크게볼 수 있습니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