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전효숙 인준안 무산 책임 공방

  • 입력 2006년 9월 14일 18시 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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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는 14일 전효숙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임명동의안의 국회 상정이 재무산됨으로써 헌재소장의 공백 상태가 빚어진 것과 관련해 서로 상대방의 책임을 주장하며 공방을 벌였다.

열린우리당은 임명동의안이 처리되지 않은 것은 전적으로 한나라당의 책임이라고 주장했다.

김근태 의장은 본회의 직전에 열린 의원총회에서 "'홍동백서'가 안됐다고 차례상을 엎으려 해선 안된다"며 "한나라당도 상을 차리는데 함께 한 책임이 있는 만큼 더 이상 자기 주장만 반복말고 문제를 해결하는 방향으로 결단을 해야 한다"며 한나라당의 결단을 촉구했다.

김 의장은 또 "열린우리당은 고심 끝에 야3당이 제안한 중재안을 수용했다"며 "한나라당 아집과 당리당략 때문에 헌법기관의 공백사태가 빚어져선 안된다"고도 했다.

김한길 원내대표도 "한나라당이 전 후보자에 대해 자진사퇴를 요구하는 것은 원천적으로 잘못된 것"이라며 "19일 본회의에선 반드시 임명동의안이 처리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웅래 공보담당 원내부대표는 오전 원내대책회의 브리핑에서 "한나라당이 중재안을 거부하고, 계속 억지를 부리는 만큼 야3당도 기계적인 중립적 입장을 떠나 국회법에 따른 처리에 동참해야 한다"며 야3당의 전향적인 협력을 요구했다.

김현미 의원은 2000년 윤영철 헌재소장에 대한 인사청문회 속기록 내용을 소개하면서 한나라당을 비판했다.

당시 청문위원이었던 한나라당 이주영 의원이 '헌법재판소장은 국회의 동의를 얻어 재판관 중에서 대통령이 임명한다'는 헌법 조항을 들어 "절차상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지만, 더 이상 문제를 삼지 않았다는 것.

김 의원은 "당시 인사청문특위에는 한나라당 박희태 황우여 전재희 안상수 이인기 의원이 있었지만 누구도 지금처럼 위헌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은 헌재소장 공백사태에 대해서는 노무현 대통령과 정부, 여당이 책임을 져야 한다고 반박했다.

김형오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전 후보자 본인이 스스로 자진사퇴하거나 노 대통령이 임명을 철회하는 길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라며 "법사위 회부 운운하고 있지만 대통령의 위법행위를 국회가 정치적 담합으로 눈을 감아준다고 해서 될 일도 아니고, 위법이 해소되지도 않는다"며 강경입장을 고수했다.

전재희 정책위의장은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헌정공백 사태는 정부 여당과 전 후보자 스스로 자초한 것"이라며 "어제 열린우리당이 헌재소장 후보자에 대해 별도의 헌법재판관 청문회를 하지 않는 국회법 개정안을 낸 것만 보더라도 사태가 원천무효임을 재입증한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또 '전효숙 헌재소장 임명은 원천무효'란 참고자료를 배포하고 "전효숙 파동은 노 대통령이 독립성과 중립성을 지켜야 할 헌법재판소를 장악하기 위해 소위 코드에 맞는 인사를 헌재소장에 임명하고, 그 임기를 차기 대통령 임기 말까지 연장하고자 무리한 편법을 쓴 데 모든 원인이 있다"고 주장했다.

한나라당은 이어 "임명과정에서도 헌법과 국회법 등 관련법을 철저히 무시하고 의회 다수당인 여당의 힘으로 관철하려다 국민적 공분을 야기한 것"이라며 "군소 3야당의 힘을 빌어 편법으로 국회처리를 강행하려 한다면, 위헌소송 등 또 다른 법적 분쟁을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등 소수야당은 우리당과 한나라당을 싸잡아 비판했다.

민주당 이상열 대변인은 "전효숙 인준안 사태의 일차적인 책임은 헌법조항을 제대로 챙기지 못한 청와대에 있다"면서도 "국회도 법적인 절차나 조항을 꼼꼼히 점검하지 못한 부차적인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 대변인은 "국회는 헌정 공백이란 파국을 조기에 수습할 책임이 있는 만큼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은 고도의 정치력을 발휘해 이 사태를 적극 해결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주문했다.

민주노동당 박용진 대변인은 "원만한 합의 처리를 촉구한 야 3당의 중재에도 불구하고 결국 거대 양당의 무책임한 태도 때문에 헌재소장 공백 사태가 왔다"며 "특히 한나라당이 문제 해결 의지를 보이지 않는 점이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성하운기자 haw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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