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로에 선 전효숙…“헌재 공백보다 권위추락 더 문제”

  • 입력 2006년 9월 14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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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전효숙(사진) 헌법재판소장 후보자가 기로에 섰다.

전 후보자의 임명 절차 논란과 관련해 이병완 대통령비서실장이 13일 유감을 표명했지만 정치권과 법조계에서는 전 후보자의 자진사퇴만이 꼬이고 꼬인 이번 사태를 정리할 유일한 해법이라는 공감대가 오히려 확산되고 있다.

임명동의안의 국회 제출과 관련해 절차 문제를 충실히 챙기지 못했다는 청와대의 유감표명 내용 자체가 임명동의 절차의 법적 하자를 사실상 시인한 것이다. 이에 따라 ‘하자 절차’를 수용해 임명동의 절차를 밟아 오던 전 후보자도 입장을 밝혀야 할 처지가 됐다.

전 후보자는 6일 국회 인사청문특별위원회에서 ‘헌재 소장은 헌재 재판관 중에서 임명’하도록 한 헌법 규정으로 볼 때 헌재 재판관 청문 절차를 거쳐 재판관에 임명된 후 헌재 소장 청문회를 다시 받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야당의 질의에 “그렇다”고 답했다.

당시 청와대와 열린우리당은 헌재 소장과 헌재 재판관의 청문회를 겸할 수 있다고 강력히 주장하던 상황이었다. 전 후보자도 이런 상황을 인식했는지 조금 뒤 “아까는 질문을 잘못 들었다. 헌재 소장 청문회와 재판관 청문회를 겸한 것으로 안다”고 말을 바꿨다.

이제 청와대와 열린우리당은 임명 절차의 하자를 인정하고 전 후보자에 대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청문 절차도 할 수 있다고 물러섰다. 헌재 재판관 청문회를 별도로 열겠다는 취지다.

전 후보자가 법사위 청문회를 수용하려면 임명 절차에 관해 6일 밝힌 입장을 바꿔야 할 상황이다. 최고 헌법기관인 헌재 소장 후보자로서는 하자 있는 절차에 따르고 그 논리를 수긍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중대한 결격 사유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 후보자는 지난달 16일 전해철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이 전 후보자의 임명 과정에서 전화를 걸어 “소장으로서의 임기 6년을 새로 시작하기 위해서는 재판관직을 사퇴해야 한다”고 하자 그대로 수용했다. 임명 절차 논란에서도 청와대의 논리를 받아들였다.

청와대의 의지에 따라 움직이는 듯한 이런 전 후보자의 모습은 정치적 중립이 필수적인 헌법 기관의 수장으로서 자격이 있느냐는 논란을 자초했다.

본보는 청와대의 유감 표명 등에 대한 전 후보자의 입장을 듣기 위해 여러 차례 통화를 시도했으나 전 후보자는 이날 내내 연락이 닿지 않았다.

법원의 한 중견 판사는 “이대로 가면 헌재가 사사건건 정치적 논란에 휩쓸려 헌재 권위가 추락할 것”이라며 “전 후보자 스스로 사퇴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말했다. 한 법조인도 “헌재 소장의 공백보다 헌재의 권위가 흔들리는 것은 더욱 원하지 않는다”며 전 후보자의 자진사퇴를 기대했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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