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압박 강화땐 핵 실험 강행?…北 외무성 담화 3대 포인트

  • 입력 2006년 8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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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외무성이 지난달 16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對北) 결의문 채택에 대한 규탄성명을 낸 지 40여 일 만에 미국을 포함한 국제사회에 대해 목소리를 냈다.

외무성은 26일 ‘6자회담에서 얻을 것이 더 많아 6자회담에 복귀하고 싶다’는 뜻을 직설적으로 피력하는 한편 금융제재의 강도를 점차 강화하는 미국을 ‘6자회담 파행의 진범’이라고 몰아세우기도 했다.

▽6자회담, 얻을 게 더 많다?=북한 외무성 대변인 담화는 2005년 4차 6자회담 결과 도출된 9·19공동성명을 언급하며 “이 합의가 이행되면 우리가 얻을 것이 더 많으므로 6자회담을 더 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2003년 8월 6자회담 시작 이래 “6자회담에 반대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표명한 적은 있지만 이번처럼 득실을 따지며 ‘얻을 것이 많은’ 6자 회담을 원한다는 노골적인 표현을 사용한 적은 없다.

실제 공동성명의 내용을 따져 봐도 북한이 얻을 것이 많다. 북한이 모든 핵무기와 현존하는 핵 계획을 포기하면 6자회담 참가국들은 경협 증진과 에너지 지원에 나서며 미국은 대북 불가침을 약속하는 한편 궁극적으로 관계 정상화로 나아간다는 것. 남측은 이와 별개로 200만 kW의 전력을 직접 송전 방식으로 공급하기로 약속했다.

아울러 북한의 핵에너지의 평화적 이용을 보장하며 경수로 제공을 논의하겠다는 대목도 있다.

‘6자회담 복귀는 북한에 오히려 득이 된다’는 논리는 그간 한국과 미국 정부가 북한을 회담 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해 사용해 왔던 표현이라는 점에서 이번 북측 성명이 특히 눈길을 끈다.

6자회담 미국 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5월 “공동성명이 이행되고 있다면 에너지 지원 조항만 따져도 매주 마카오 방코델타아시아(BDA)은행에 동결된 2000만 달러와 같은 액수가 북한에 생길 것”이라며 북한의 회담 복귀를 촉구했다.

▽모든 대응조치?=“사상과 제도, 자주권과 존엄성을 지키기 위해 필요한 모든 대응 조치를 다 강구해 나갈 것”이라는 북한의 위협은 상투적인 논리구조이며 대응조치의 구체적인 내용도 밝히지 않았다. 그럼에도 이번 담화가 예사롭게 들리지 않는 이유는 최근 북한이 함경북도 길주군에서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진 핵실험설과의 관련 여부 때문.

2001년 조지 W 부시 행정부 등장 이후 미국에 경제적 보상과 관계 정상화를 요구하면서 하나씩 사용해 오던 핵카드가 이제 거의 소진돼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손에는 핵실험이라는 카드만 남은 상황. 북한은 지난달 5일 미사일 연쇄 발사로 ‘무력시위’를 했지만 미국은 대화에 나서기는커녕 압박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하지만 핵실험 위협이 미국과의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한 협상 카드라고 한다면 적어도 수주 내에 핵실험을 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는 분석이 많다.

동국대 북한학과 고유환 교수는 “북한이 명백히 레드라인(금지선)을 넘는 행동이자 최후의 카드로 생각되는 핵실험을 쉽게 강행할 것 같지는 않다”며 “핵실험 실패의 부담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왜 지금?=미사일 발사라는 북한의 벼랑끝 전술에 대한 미국의 전략은 철저히 압박이다. 미사일 발사 이후 두 달여의 시간이 흘렀지만 미국은 안보리 결의문을 토대로 북한의 불법자금거래는 물론 합법적인 은행거래마저 틀어쥐겠다는 각오를 밝히는 등 압박의 수위를 최고조로 올려 왔다.

실제로 스튜어트 레비 미 재무부 테러·금융정보 담당 차관이 베트남 몽골 등을 방문한 이후 이들 국가의 은행이 북한 기업의 계좌를 잇달아 폐쇄하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의 성명 발표는 금융제재 확산에 대한 위기의식의 반영”이라며 “9월 14일 한미 정상회담에서 자신들이 체면을 살리면서 6자회담에 복귀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 달라는 신호로도 보인다”고 말했다.

하태원 기자 taewon_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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