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 400여명 직무연관 기업 재취업

  • 입력 2006년 8월 26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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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정부 출범 이후 퇴직한 고위 공무원 470명 가운데 상당수는 사실상 공직자윤리법을 어기고 퇴직 전 직무와 연관성이 있는 기업에 재취업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기업으로 옮긴 고위 공무원은 2000년 96명, 2001년 94명, 2002년 97명이었으나 현 정부 들어 2003년 98명, 2004년 132명, 2005년 161명으로 증가하고 있다. 올해는 8월 24일 현재 퇴직한 고위 공무원 79명이 공직자윤리위원회에 취업 제한 여부를 확인 요청했다.

이는 한나라당 ‘낙하산인사 조사특위’ 조사단장인 심재철 의원이 행정자치부에서 ‘취업 제한 대상 공직자의 퇴직 및 취업 현황’ 자료를 받아 분석한 결과다. 이는 재산등록 의무가 있는 고위 공무원 가운데 퇴직한 고위 공무원 전원을 대상으로 한 것이다.

공직자윤리법 17조는 ‘공무원과 공직유관단체 임직원은 퇴직일로부터 2년간, 퇴직 전 3년 이내에 소속했던 부서 업무와 밀접하게 관련 있는 영리 사기업체 또는 협회에 취업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고위 공무원이 재직 때 취득한 기밀정보와 인맥 등을 활용해 기업의 사적 이익을 위해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을 막기 위한 것.

하지만 △금융감독원 출신의 시중은행 취업 △국세청 출신의 주류협회 취업 △군 출신의 군수업체 취업 등 업무 연관성이 뚜렷한 사기업에 취직한 공무원이 많았다.

금융감독원 1급 출신 간부는 지난해 3월 퇴직한 다음 날 시중은행 임원으로, 군 장성 출신 K 씨는 퇴직 석 달여 만에 방위산업체 고문으로 옮겼다. 퇴직 당일 건설단체로 옮긴 건설교통부 출신 간부, 퇴직하자마자 회계법인으로 간 국세청 직원도 있다.

그럼에도 정부의 취업 승인심사 결과 직무 연관성으로 인해 ‘취업 불가’ 판정이 내려진 것은 2003년 1건, 2004년 0건, 2005년 1건에 그쳤다.

규정을 어기고 사기업에 취업했다가 소속 기관의 적발 또는 소송 제기 등으로 뒤늦게 사직한 사람은 2003년 4명, 2004년 9명, 2005년 6명으로 집계됐다.

심 의원은 “상당수 고위 공무원이 옷을 벗자마자 업무 연관성이 있는 사기업에 재취업하는 행태를 알고도 정부가 모른 척하고 있다”며 “이래서야 공무원이 재직 중에 ‘미래의 직장’인 사기업에 대한 관리감독을 제대로 할 수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윤종구 기자 jkm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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