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등위와 문화부의 사행성 게임 규정 진실공방

  • 입력 2006년 8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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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이야기’를 둘러싼 문화관광부와 영상물등급위원회의 싸움이 점입가경이다.

‘영등위에 규제 강화를 수차례 요구했다’(문화부)→‘문화부가 반대로 규제 완화를 요구했다’(영등위)→‘불법적인 릴게임 허가를 막으려 공문을 보냈다’(문화부)→‘자신들의 과오를 감추기 위한 거짓말이다’(영등위).

김명곤 문화부 장관은 23일 정례 브리핑에서 “10월경 게임전문심의기구로 게임물등급위원회를 출범시킨 뒤 강화된 심의기준을 적용한 재등급 절차를 통해 바다이야기와 같은 사행성 게임물을 퇴출시키고 상품권은 내년 4월 28일 전체를 폐기하겠다”고 밝혔다.

막대한 소송 비용을 이유로 상품권 폐지에 부정적이던 문화부가 상품권 폐지로 돌아선 이유에 대해 그는 “6개월의 유예기간을 둔다면 크게 문제될 것이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이날 “정책적 문제는 철저한 사실에 근거해 책임이 가려져야 한다고 본다”며 책임 소재에 유보적 자세를 보였다. 하지만 이날 김 장관과 문화부 정책당국자의 일부 해명은 사실과 다른 것으로 밝혀졌다.

김 장관은 ‘문화부가 상품권 지정권한을 민간업체인 한국게임산업개발원에 맡기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법률자문을 무시했다’는 보도(본보 23일자 A1면)에 대해 “법무법인 3곳 중 2곳은 문제가 없다고 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확인 결과 문화부가 조언을 구한 법무법인은 3곳이 아니라 2곳이었고, ‘부적절하다’는 의견을 낸 법무법인 외에 다른 1곳도 ‘위탁 근거가 뚜렷해야 한다는 조건을 충족시켜야만 적법하다’는 조건부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날 브리핑에서는 2004년 게임 실무를 담당한 김용삼 전 문화부 게임음반과장(현 한국예술종합학교 교무과장)도 직접 나서 ‘문화부가 사행성 게임 규제 완화를 주문했다’는 권장희 전 영등위 위원의 전날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특히 김 과장은 영등위 세부기준에 빠찡꼬 등 릴게임을 본게임과 별도의 부가게임으로 허용한 것 자체가 ‘릴게임에 대해 이용불가 결정을 할 수 있다’고 한 영등위의 자체규정을 어긴 것이라며 바다이야기의 심의통과도 이 같은 잘못된 규정 해석 때문에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그는 “문화부가 본게임과 부가게임이라는 변형된 형태로 사행성이 강한 릴게임을 허용하는 영등위의 기준에 문제가 있다고 수차례 공문을 보냈으나 영등위가 묵살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권 전 위원은 23일 “문화부가 자신들의 과오를 감추기 위한 거짓말로 국민을 우롱하고 있다”고 재반박했다. 그는 “부가게임으로 릴게임을 허용하지 말라는 문화부 공문을 한 번도 받은 적이 없다”면서 “부가게임은 영등위가 게임 심의를 맡기 전인 1995년에 허가된 조항”이라고 주장했다.

권 전 위원이 거세게 반박하고 나서자 김 과장은 본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당시 부가게임 혹은 릴게임을 적시해 문제라고 지적한 공문을 보낸 적은 없으며, 사행심 게임에 대해 지적했을 뿐”이라고 뒤늦게 자신의 주장을 번복했다.

한편 이날 이경순 영등위 위원장도 한나라당 ‘권력형 도박게이트 진상조사특위’ 소속 의원들에게 현장 조사를 받는 자리에서 “권 전 위원의 발언과 그가 제시한 문건에 신빙성이 있다”며 권 전 위원의 주장을 지지하고 나서 문화부의 입지는 더욱 옹색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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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김희경 기자 susan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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