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정책 엉거주춤한 현상유지는 안돼”

  • 입력 2006년 8월 8일 20시 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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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오핸런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지난 10년 가까운 세월 한국과 미국은 분열의 시기를 거쳤다"고 말했다. 김대중 정권을 거쳐 노무현 정권에 이르는 동안의 한미관계를 '분열의 시기'로 규정한 것이다. 민주당 성향인 오핸런 연구원은 2004년 미국 대통령 선거 때 존 케리 민주당 후보의 아시아정책을 조언한 바 있다.

그러면서도 그는 "수십 년 간 이어져 온 한미동맹을 한, 두 정권의 정책만으로 단언할 수 있겠느냐"고 덧붙였다. 미국의 조지 W 부시 행정부, 한국의 노무현 정부가 물러가고 난 다음에는 또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인터뷰는 1, 7일(현지시간) 두 차례에 걸쳐 진행됐다.

―한국과 미국의 북한 정책을 평가해 달라.

"부시 행정부와 참여 정부는 바닥에 떨어진 현재 상황에 책임을 통감해야 한다. 미국은 북한을 너무 몰랐고, 한국은 북한이 어떤 행동을 하더라도 끌어안으려고만 했다. 어리석었다(stupid)."

―북한을 보는 한미간의 시각차를 어떻게 좁힐 수 있나.

"북한을 제대로 이해하면서 접근해야 한다. 북한이 베트남 식 개혁을 선택하도록 지원해야 한다. 국내총생산(GDP)의 30%를 군사 분야에 쏟아 붓는 북한의 비정상이 바로잡히도록 도와줘야 한다. 베트남은 김정일 정권이 가장 우려하는 정권 교체 없이 외부 세계에 문을 열었다."

―어떻게 해야 한다는 애기인가.

"어물쩍 현상 유지를 하면서 시간을 벌려는 북한의 기도를 차단해야 한다. 한미 양국은 북한이 개혁 노력을 실제로 해나가면 본격적으로 돕겠지만, 변화하는 시늉 정도에 그친다면 처벌한다는 원칙을 세워야 한다. 협조의 이익과 고립의 불이익을 지금보다 더 크게 만들고, 양자택일을 주문해야 한다. 한국 정부가 이런 해법에 관심이 없어 보인다는 점은 우려스럽다. 현상 유지는 최악의 길이다."

―지금처럼 북한이 세계와 겉돈다면 제대로 된 협상이나 개혁이 가능할 것 같지 않다. 부시 행정부는 '북한정부의 행태를 바꿔놓겠다'고 공언했는데 성공할 수 있다고 보는가.

"북한, 특히 김정일 정권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는 일은 반드시 필요한 일이며, 가능하다고 믿는다. 북한처럼 불안한 정권이 지난 3년 동안 핵무기 8개 분량의 플루토늄을 생산했다는 사실도 걱정스럽지만, 한국 정부가 북한의 위험천만한 행동을 모른 척하는 것도 놀랍다. 북한은 지난 3년간 최악의 선택만 골라서 했다. 그런데도 한국 정부는 명확한 행동이나 실천 없이 경제지원만 계속했다. 이런 구도를 북한은 이미 간파했다. 그러니 해법이 없는 것이다."

―한국에선 이종석 통일부 장관의 공개적인 미국비판이 논란을 불렀다.

"한국 정부가 부시 행정부의 구체적인 정책 각론에 반대의견을 내놓을 수는 있다. 그러나 한국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결정에 동의하면서 미국의 잘못을 비판하는 것은 상호모순 같다."

―미국의 주한미군 감축계획이 동맹관계를 더 불안하게 만든다는 우려도 크다.

"나는 부시 행정부의 많은 정책에 비판적이지만, 도널드 럼스펠드 국방장관이 추진하고 있는 미군 재편작업은 높게 평가한다. 이런 작업으로 한반도에서 한국과 미국의 연합 전력이 향상된다는 점은 분명하다. 한국은 럼스펠드 정책의 수혜자다. 안보를 걱정할 수준은 아니라고 본다."

―미 국방부는 2008년 이후 주한미군을 추가로 감축하겠다는 계획을 공개했다.

"2008년 이후 추가감축은 전 세계 미군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다. 미국은 한국을 포기하지 않는다. 한미간 위협의 개념에 차이는 있지만, 두 나라가 공유하는 가치의 무게가 대단히 크다. 역사적으로 미국은 동맹을 버린 경우가 거의 없다. 따라서 미군의 감축대상은 핵심전력보다는 사령부 및 지원인력을 줄이는 정도일 것으로 본다. 나는 한미동맹의 미래를 낙관한다. 지난 8년간 한미동맹이 분열의 시기를 거쳤지만, 모두 부시-노무현 정부가 일처리를 미숙하게 한 탓이다."

―한미 양국 정부의 동맹유지 노력에 성적을 매긴다면.

"두 정권 모두 C 학점을 넘기 어렵다. 특히 북한을 다루는 방법은 D학점이다."

워싱턴=김승련특파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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