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해골프’ 한나라보다…‘노무현의 열린우리’더 미워한 것

  • 입력 2006년 7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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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해 골프’ 한나라당보다 ‘노무현의 열린우리당’이 더 미운 것이다. 전통적인 반한나라당 성향 유권자들의 표심이 열린우리당이 아닌 민주당으로 갔다.”

열린우리당의 서울 초선인 정봉주 의원은 서울 성북을에서 민주당 조순형 후보가 당선되고, 열린우리당 후보는 3위로 밀리는 등 4개 지역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서 전패한 원인을 묻자 이렇게 말하며 한숨을 푹 쉬었다.

▽“지지층이 완전히 사라졌다”=본보가 27일 실시한 설문조사에 응한 열린우리당 수도권 출신 의원 30명 중 상당수가 호남에 이어 서울(성북을)에서마저 민주당에 밀린 현실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했다. 경기 부천에선 민주당을 앞서긴 했지만 득표율이 열린우리당 30.3%, 민주당 17.8%로 10%포인트 안팎에 불과했다는 점도 위기의식을 자극했다.

우원식 의원은 “과거 열린우리당의 지지자들이 민주당으로 간 것”이라고 했고, 정장선 의원은 “한나라당도 열린우리당도 ‘아니다’란 판단에서 민주당을 대안세력으로 평가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신학용, 제종길, 최재천, 김선미 의원은 “인물 투표였다”고 말해 구조적 문제는 아니라는 인식을 나타냈다.

조순형 후보의 당선을 2004년 3월의 노무현 대통령 탄핵과 연결시키는 시각에 대해서는 응답자 전원이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2004년 17대 총선에서 국민의 심판을 받았고, 헌법재판소의 결정으로 논란이 종료됐다는 주장이다. 열린우리당 수도권 의원 상당수가 탄풍(彈風) 덕에 당선됐다는 평가가 있었던 점을 감안하면 스스로 탄핵의 정당성을 인정하기는 어려운 측면도 있다.

▽“해답은 정계개편뿐”=패인 진단은 달랐지만, 지금의 열린우리당으로는 안 된다는 인식은 같았다. 한나라당을 제외하고, 민주당 등 호남을 중심으로 하는 ‘구여권 세력’이 결집해야만 2007년 대선이든, 2008년 총선이든 승부수를 던질 수 있다는 얘기였다.

최재천 의원은 “이번 선거 결과는 정계개편에 임하라는 국민의 채찍”이라고 했고, 이석현 의원은 “‘통합을 하라’는 국민의 메시지”라고 했다. 정계개편 시기에 대해서는 응답자 33%(10명)가 “9월 정기국회는 지나야 할 것”이라고 했고 13%(4명)는 “올해 말 아니면 내년 초”로 전망했다.

▽“대통령 탈당? 하든 말든…”=응답자 36.7%(11명)는 노 대통령의 탈당 여부를 향후 정국의 큰 변수로 여기지 않았다. 대다수는 “본인이 결정할 문제”라는 반응을 보였다.

이상경, 최재천 의원은 과거 모든 대통령이 임기 말 ‘선거중립’을 이유로 자진 탈당했다는 점을 들어 “노 대통령도 탈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덕규 의원은 “민주당 시절 김대중 전 대통령의 탈당이 당의 변신을 불러왔다는 점을 되새겨봐야 한다”고 말해 탈당해 줬으면 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정성호 의원은 “정계개편과 대통령 탈당은 무관하다”고 말했다. 대통령이 탈당하든 말든 정계개편은 추진될 것이란 뉘앙스다.

소수지만 “대통령은 탈당하지 않을 것”(이목희 의원), “집권 여당으로서 대통령의 존재는 의의가 있다”(노웅래 의원)는 반응도 있었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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