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미사일]盧대통령의 기나긴 침묵… 왜?

  • 입력 2006년 7월 8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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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은 7일 오전 서울 종로구 도렴동 정부중앙청사 별관에서 열린 ‘2006년 공공기관 CEO 혁신토론회’를 주재했다. 5일 북한의 미사일 연쇄 발사 후 노 대통령이 외부 공개행사에 처음으로 모습을 나타낸 것이다.

그러나 노 대통령은 이날 토론회에서도 국민의 관심이 쏠린 북한 미사일 사태에 대해선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주로 정부 서비스 혁신의 필요성에 대해서만 얘기했다.

북한 미사일 사태에 대한 노 대통령의 침묵이 길어지고 있다. 북한 미사일 발사가 임박했던 5월 중순 이후부터 노 대통령은 이 문제에 대해 공개적인 언급을 피하고 있다.

청와대는 6일 노 대통령이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과 전화 통화에서 “외교적 노력으로 문제를 풀자”고 의견을 모았다는 보도자료를 냈을 뿐 노 대통령의 ‘육성’ 메시지는 없었다.

평소 공개 석상에서 ‘민감한’ 발언을 쏟아내던 노 대통령의 스타일에 비춰 볼 때 그의 침묵은 더욱 이례적이다. 이번 사태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부시 미 대통령과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와 비교해도 대조적이다.

‘햇볕정책’의 전도사를 자임하던 김대중 전 대통령은 서해교전이 있었던 2002년 6월 29일 청와대에서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소집해 “북한 경비정이 무력도발 행위를 자행한 것은 명백한 정전협정 위반이자 한반도 긴장을 조성하는 행위로 묵과할 수 없다”고 강경하게 경고했다.

노 대통령의 침묵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들은 “전략적 판단에 의한 것”이라고 말한다. 북한 미사일 발사가 북-미 직접대화를 끌어내기 위한 ‘고도의 정치적 압박행위’인 만큼 차분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청와대 내엔 대통령이 전면에 나서서 ‘판’을 키울 경우 자칫 군비 증강을 노리는 일본의 의도에 말려들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최준택 국가정보원 3차장이 6일 우리 정부의 대응이 일본에 비해 늦었다는 비판에 대해 “일본이 이번 사태를 무력 증강이라는 국익에 사용하기 위해 호들갑을 떠는 것”이라고 발언한 것도 청와대의 기류를 반영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러나 일본의 군비 증강 문제는 우리가 북한에 대해 단호하게 대응하는 것과 별개라는 점에서 청와대의 이런 논리는 사후 변명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있다.

노 대통령은 미사일 발사에 대해 처음 보고받은 5일 오전 5시 12분부터 참모들과 회의를 열어 대응 방향을 숙의했지만 직접 나서지는 않았다. 오전 7시 반에 열린 NSC 상임위원회의는 NSC 상임위원장인 이종석 통일부 장관이 주재하도록 했다. 오전 11시 청와대 관저에서 열린 안보관계장관회의는 직접 주재했지만 자신의 발언은 공개하지 않았다.

정연욱 기자 jyw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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