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생사라도 알았으면” 납북고교생 가족들 더욱 애태워

  • 입력 2006년 6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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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자리에 내 아들도 있었으면….”

납북 고교생 김영남 씨가 어머니 최계월(82) 씨, 누나 김영자(48) 씨와 만난 28일. 김 씨와 비슷한 시기에 납북된 4명의 고교생 가족들은 슬픔을 감추지 못했다.

김 씨가 전북 군산시 선유도 해수욕장에서 실종된 1978년 8월 충남 천안상고 3학년생 홍건표(당시 17세) 씨와 천안농고 3학년생 이명우(당시 17세) 씨도 전남 홍도 해수욕장에서 납북됐다. 또 1977년 8월에는 경기 평택시 태광고 2학년생 최승민(당시 17세) 씨와 이민교(당시 18세) 씨가 홍도 해수욕장에서 납북됐다.

김 씨를 포함한 이들 납북 고교생은 1997년 검거된 부부간첩 최정남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북한에서 이남화(以南化) 공작 교관으로 활동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이들이 현재 살아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이민교 씨의 어머니 김태옥(75) 씨는 “일단 한 가족이라도 아들을 만났으니 다행”이라면서도 “기분이 울적해 어제 여행을 다녀오고 오늘도 하루 종일 바깥을 쏘다녔다”고 말했다.

김 씨는 “가족들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생사확인이라도 할 수 있지 않을까 내심 기대하고 있지만 내 눈치를 보느라 아무 말도 꺼내지 않는다”고 말했다.

최승민 씨의 아버지 최준화(77) 씨는 이날 TV로 김 씨 가족의 상봉 장면을 보며 눈물을 지었다.

최 씨는 “반가운 일인 것은 틀림없지만 내가 저 자리에서 아들을 만났으면 하는 간절한 소망이 더욱 커진다”면서 “내가 살아 있는 동안 아들을 만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커졌다”고 말했다.

홍건표 씨의 동생 홍광표(39) 씨는 “김 씨 가족의 상봉이 희망을 줬다”고 말했다. 그는 “일단 납북자 문제 해결의 첫걸음을 뗀 것”이라며 “북한이 다른 납북자 가족들의 아픔을 생각해 빨리 생사 확인을 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1978년 실종된 이명우 씨의 부모는 모두 숨을 거뒀고 가족은 철저히 외부와 연락을 끊은 채 살고 있다.

속초=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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