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최성용]납북자 가족상봉 ‘정치’에 막혀선 안돼

  • 입력 2006년 6월 26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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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북자 김영남 씨의 어머니 최계월 씨와 함께 김 씨를 만나러 28일 북한으로 갈 예정이다. 1978년 전북 군산의 선유도해수욕장에서 납치된 김 씨는 당시 고등학생이었다. 잃어버린 아들을 28년 만에 만나는 어머니의 심정을 어찌 헤아릴 수 있을까. 또 어머니의 품을 그리워했을 그 아들의 마음은 어떨까. 그러나 이번 상봉은 이들 가족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우리의 방북 길은 300여 명의 납북자 가족의 희망을 함께 품고 가는 길이기 때문이다.

납북자 가족을 대변하고자 나선 지 7년여의 시간이 흘렀다. 그동안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지만 이룬 것보다 이뤄야 할 것이 더 많아 납북자 가족들에게 그저 미안할 뿐이다. 납북된 아버님의 유해라도 찾기를 39년 동안 고대하다가 끝내 뜻을 이루지 못하고 작년 8월에 돌아가신 어머님께도 용서를 비는 심정이다.

납북자 가족들에게는 그동안 납북자의 존재 자체를 인정하지 않던 북한의 주장을 뒤엎는 증거를 마련하는 것이 최대의 숙제였다. 이루 말할 수 없이 어렵고 힘든 역경이었지만 혈육에 대한 정은 그 어려움을 이겨 내고 작은 결실을 거뒀다. 그동안 납북자 4명을 북한에서 탈출시키고 납북자 130명의 생사를 확인함으로써 북한의 납치 행위를 입증했던 것이다. 그리고 납북 일본인 요코타 메구미와 김 씨의 관계에 대한 정보를 처음으로 입수하고 결국 그들의 딸의 유전자(DNA) 검사를 통해 이들이 부부였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는 북한의 납치 행위를 비판하는 세계적인 여론 조성으로 이어졌다. 그 결과 납치 행위에 대해 부인으로 일관했던 북한이 김 씨와 그의 노모의 상봉을 주선한 것이다.

하지만 일본의 피랍 관련 단체가 김 씨 가족의 방북을 반대하며 정치게임을 하고 있는 것 같아 가슴이 아프다. 이들은 김 씨가 어머니를 만나 “아내 메구미는 죽었다”는 말을 할까 봐 걱정하고 있다. 이들은 메구미에 대한 일본 사회의 관심이 높은 것에 편승해 자신들의 정치적 입지를 계속 넓혀 가야 하는데 가족 상봉이 이뤄지면 이런 계획이 차질을 빚을까 걱정하는 것이다. 이들은 역사 교과서를 왜곡하고 일본군위안부 문제를 날조라고 주장하는 단체의 구성원과 동일한 자들이다.

놀라운 것은 일본에서뿐 아니라 국내 일각에서도 “김 씨 가족의 상봉은 북한의 정략에 이용당하는 것”이라며 반대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점이다. 특정한 정치적인 목적을 가졌기 때문이리라 생각된다. 그러나 정치적 목적 때문에 납북자 가족들의 아픔을 외면하려는 이러한 시각에는 결코 동의할 수 없다. 납북자 문제는 정치인들과 사회단체가 어깨띠를 두르고 구호를 위치며 이벤트성 행사를 반복한다고 해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 구체적인 행동이 필요하다. 상대는 납북자를 인정하지 않는 북한이기 때문이다.

이번 김 씨 가족의 상봉은 납북자 문제의 끝이 아니라 의미 있는 첫걸음이 되어야 한다. 납북자 300여 명의 가족이 아직 생사조차 모른 채 눈물짓고 있다. 이들의 한을 풀어 주는 길은 남북 정부가 인도주의적 접근으로 납북자들의 생사 확인과 송환을 이뤄 주는 것뿐이다. 부디 금번 김 씨 가족의 상봉을 축복해 달라. 그리고 아직 가족의 생사 확인과 만남을 고대하고 있는 납북자 가족들에게 관심을 가져 달라.

한 많은 납북자 가족들이 지금도 북한에 납치된 가족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우리에게 나라가 있고 국민이 있으며 그 국민이 납북자 가족들의 아픔에 동참해 줄 것이라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최성용 납북자가족모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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