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 票心이 갈렸다…광주-전남은 민주, 전북은 우리당 지지

  • 입력 2006년 6월 1일 03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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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지방선거에서는 1987년 이후 처음 호남의 표심이 갈렸다.

31일 치러진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광주와 전남은 민주당을, 전북은 열린우리당을 지지했다. 기초단체장은 전남과 전북에서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이 나눠 가졌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대선에 출마한 1987년 이후 각종 선거에서 호남의 표심이 양분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 정당이 ‘싹쓸이’를 하는 투표 양상을 보여 온 호남에서 처음 ‘양당 투표’ 현상이 일어난 것.

신명순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호남-영남 대결구도에는 변화가 없다”면서 “다만 열린우리당에 대한 전남 사람들의 배신감과 이에 따른 응징의 결과가 호남표를 전남과 전북으로 분산시킨 것”이라고 말했다.

신 교수는 1996년 총선에서 당시 신한국당의 텃밭인 대구 13개 지역구 가운데 자민련이 무려 8개 지역구에서 당선자를 낸 것을 이번 호남의 양당 투표와 비슷한 사례로 꼽았다. 1992년 경남 출신인 김영삼 대통령이 집권한 뒤 대구 경북 지역을 ‘홀대’하자 배신감에 따른 응징 수단으로 같은 보수 성향의 자민련을 선택했다는 설명이다.

호남을 기반으로 한 정당이 과거 1개에서 2개로 늘어남에 따라 호남 표심도 둘로 나눠진 것일 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할 필요가 없다는 의견도 있다. 손호철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과거 반(反)영남 성향의 정당은 하나였지만 지금은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으로 나뉘어 호남이 내부적으로 갈등을 겪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이번 양당 투표 현상이 호남에서 지역주의가 극복되는 전조로 보는 견해도 있다. 그동안 호남 표심은 영남정당에 맞서기 위해 반영남 정당에 표를 몰아줬다.

2004년 총선에서 민주당 대신 열린우리당에 압도적인 지지를 보낸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선 압도적인 한나라당의 우세가 점쳐진 가운데서도 호남 표가 나뉘었다.

호남에서의 양당 투표 못지않게 민주당이 전북에서 선전한 것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1일 0시 현재 전북 14개 시군 중 민주당 기초단체장 후보들은 5곳에서 1위를 달렸다. 열린우리당이 5곳에서 1위를 기록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상당한 선전이다.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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