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대연합론, 대분열 뇌관 되나…정치판 지각변동 회오리

  • 입력 2006년 6월 1일 03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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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담 31일 저녁 서울 영등포 당사에서 개표상황을 지켜보던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가운데)이 참패 상황에 곤혹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자리를 뜨고 있다. 이종승 기자
참담 31일 저녁 서울 영등포 당사에서 개표상황을 지켜보던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가운데)이 참패 상황에 곤혹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자리를 뜨고 있다. 이종승 기자
미소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오른쪽)가 31일 서울 강서구 염창동 당사 상황실에서 이재오 원내대표 등 당직자들과 함께 흐뭇한 표정으로 개표방송을 지켜보고 있다. 이종승 기자
미소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오른쪽)가 31일 서울 강서구 염창동 당사 상황실에서 이재오 원내대표 등 당직자들과 함께 흐뭇한 표정으로 개표방송을 지켜보고 있다. 이종승 기자
흡족 민주당 한화갑 대표(왼쪽)가 31일 저녁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당직자들과 함께 선전하고 있는 소속 후보들의 개표 상황을 지켜보며 박수를 보내고 있다. 김경제 기자
흡족 민주당 한화갑 대표(왼쪽)가 31일 저녁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당직자들과 함께 선전하고 있는 소속 후보들의 개표 상황을 지켜보며 박수를 보내고 있다. 김경제 기자
집권 여당인 열린우리당이 5·31지방선거에서 참패하면서 정치권 전체가 빅뱅의 소용돌이에 빠져들 전망이다. 열린우리당이 지금 모습을 그대로 유지할지, 노무현 대통령이 어떤 정치적 선택을 할지가 특히 관심사다.

▽열린우리당, 통합이냐 분열이냐=열린우리당은 급속하게 정계 개편의 폭풍에 휘말릴 것으로 보인다. 정동영 의장 등 열린우리당 지도부는 31일 개표방송이 시작되자마자 침통한 표정이 돼 자리를 뜨면서 1일 거취를 결정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지도부의 사퇴 여부가 문제가 아니라는 게 당의 분위기다. 이 상태로는 내년 대선을 치르기가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어떻게든 정국을 반전시키지 않으면 생존 자체가 어려울 수 있다는 공감대가 강하다.

수도권과 호남 출신 의원들은 물론 일부 친노(親盧) 인사, 386 운동권 출신들에 이르기까지 상당수가 정권 재창출을 위해서는 특단의 조치가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대안으로 나오고 있는 게 민주당과의 통합이나 고건 전 국무총리와의 연대다.

하지만 김두관 최고위원 등 영남 출신 친노 직계는 민주당과의 통합을 ‘호남 지역정당 부활’로 규정하고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노선투쟁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차기 대권 후보를 놓고도 고 전 총리를 옹립하자는 사람들이 조금씩 세를 형성하고 있는가 하면 정동영계와 김근태계는 다른 생각을 하고 있다. 제3의 대안을 모색하는 측도 있다. 한마디로 동상이몽(同床異夢)의 형국이다.

창당(2003년 11월)한 지 3년도 되지 않아 당의 간판을 내리거나 분당(分黨)에 이르는 등 극단의 위기에 빠질 수도 있다.

▽고건과 민주당의 선택은=열린우리당의 불안정한 상황은 민주당과 고 전 총리 측의 움직임과 연동될 가능성이 크다.

민주당은 이미 열린우리당과의 ‘당 대 당’ 통합은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광주시장 전남지사 선거 승리를 바탕으로 앞으로 정계 개편의 중심에 서서 여권 일부를 개별 흡수하고 고 전 총리를 아우르겠다는 게 민주당의 복안이다.

고 전 총리는 당분간 어느 쪽과도 손을 잡지 않고 ‘나 홀로’의 길을 걷겠다는 생각이다. 그는 각계의 핵심 지지 인사를 중심으로 느슨한 형태의 정치 조직을 띄운 뒤 언제라도 신당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한다는 복안을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차기 대권주자 지지도에서 여전히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와 1, 2위를 다투고 있는 고 전 총리의 행보는 확실한 인기 주자가 없는 열린우리당에 직간접의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일부 의원이 당을 나와 고 전 총리 쪽으로 달려가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

▽노 대통령, 어떤 길 택할까=청와대 관계자들은 이날 여당 참패에 대해 침묵했다. 1일 발표하기로 한 공식 입장은 노 대통령이 선거 결과에 관계없이 앞으로 당파를 떠나 양극화 해소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 국정과제에 전념하겠다는 기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당파를 초월해 양극화 해소 등의 국정과제에 전념하면서 야당과의 대화정치를 다시 복원하겠다는 생각이다. 정치권 논의에 섣불리 끼어들 경우 임기 말 ‘레임덕(권력누수 현상)’이 가속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깔려 있다.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의 ‘분리’는 더욱 강조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여당의 낮은 지지율에도 불구하고 대통령 지지율은 40%선을 유지하고 있다”며 “여당의 지방선거 참패를 대통령 탓으로 돌리는 것은 억지”라고 말한다.

하지만 열린우리당의 내분이 격화할 경우 노 대통령이 방관만 하기는 힘들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노 대통령이 이미 ‘열린우리당의 창당 초심’을 강조하며 민주당과의 통합 반대를 공언했다는 점에서 당내에서 통합론이 본격화할 경우 탈당 카드를 꺼낼 수도 있다.

한편으로 지난해 한나라당을 향해 꺼낸 대연정 제안에서 보듯 노 대통령이 먼저 나서 정치 지형의 재편을 위한 승부수를 던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는 분석도 있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정연욱 기자 jyw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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