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지방 선거는 복잡하고 혼란스러워”

  • 입력 2006년 5월 31일 21시 1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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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선거 사상 처음으로 기초의원 중선거구제가 도입되고 기초의원에 대한 비례대표 투표가 실시되는 등 달라진 선거제도에 대해 투표자들은 '혼랍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31일 전국 각지의 투표소에서는 복잡한 투표방식 때문에 기표를 제대로 못해 무효표가 속출하는 등 혼선이 빚어졌다. 특히 노년층들은 '도통 복잡해서 알 수가 없다'며 고개를 갸웃거리는 모습이었다.

◇ 유권자들 혼란

오전 10시경 광주 동구 계림1동 사무소를 찾은 조현주씨(65·여)는 "후보가 아니라 당에 대해서 투표를 하라고 하는데 뭔 소린지 잘 모르겠다"며 "나같은 노인들한테는 조금 어려운 것 같다"고 말했다.

오전 11시경 서구 나 선거구의 투표소인 상무 1동 상일중학교 급식실을 찾은 김윤규씨(77)씨도 "열린우리당 3명, 민주당 3명 등 7명의 후보가 가, 나, 다 후보로 출마했는데 왜 같은 당에서 여러 명이 동시에 나왔는지 모르겠다"며 "투표용지도 6장씩이나 되고 두 번에 나눠해야 하는 통에 뭐가 뭔지 모르겠다"고 하소연 했다.

투표 방식이 복잡하고 시간이 걸리는 탓인지 유권자가 많지 않은 곳에서도 투표자들이 길게 줄을 섰다. 이날 오전 대전 서구 둔산동 대전탄방중학교에 설치된 투표소에서 나온 한 김 모 (43)씨는 "다른 선거에 비해 시간이 3배 이상 걸리는 바람에 오전에도 투표장이 혼잡했다"고 말했다.

◇ 후보자가 너무 많다

31 일 오후 2시 30분 대구 동구 신천3동 제 1 투표소 앞. 자영업자 서손근(61·동구 신천3동) 씨는 "묻지마 투표를 하기 싫어 홍보물을 꼼꼼히 읽었는데도 출마자가 10명이 넘으니 막상 투표할 때 누가 누군지 모르겠다"며 "그냥 이름과 옆에 나와 있는 당 만 보고 투표했다"고 말했다. 이 지역 기초의원 후보는 12명이다.

대구, 경북지역 각 투표소를 찾은 유권자들은 기표소에 들어가는 순간까지도 후보자 선택기준을 명확하게 찾지 못했다는 사람들이 많았다.

대구 중구의 경우 기초의원 선거구 두 곳 모두 후보가 11명이나 된다. 대구 동구의 나 선거구도 11명의 후보가 출사표를 던졌고 달성군 다 선거구는 투표용지에 무려 13명의 후보이름이 올라있다. 주민들은 "후보자들이 내놓은 공약도 비슷한데다 한 선거구에서 여러 사람을 선출하는 기초의원 중선거구제 도입으로 후보가 너무 많다"고 말했다.

◇ 투표를 2번 나눠하는 것은 복잡

부산 사하구 괴정1동사무소 투표소를 찾은 김모(72) 씨는 투표용지를 받고 기표소에 들어갔다가 기표방법을 몰라 다시 나와 투표방법을 선관위 직원들에게 물어보고 다시 들어가 투표를 했다.

또 이모(68·여) 씨의 경우 기초단체장의 의원을 뽑는 첫 번째 투표만 한 뒤 광역단체장과 의원에 대한 투표를 하지 않고 투표장을 빠져나가려다 참관인들의 안내로 두 번째 투표를 하는 등 각 투표소마다 이 같은 해프닝이 심심치 않게 빚어졌다.

아들과 함께 서울 종로구 투표소를 찾은 이모(87·여) 씨는 기초단체장과 기초의원, 기초비례대표 투표용지를 받고 한 장에만 기표해 투표함에 넣기도 했다.

이 씨는 "지지하는 정당에만 투표하는 줄 알고 하나의 투표용지에만 도장을 찍었다"며 "투표용지가 너무 많아 실수했다"고 말했다.

투표 사무원들은 "투표함이 2개라 어떤 투표함에 용지를 넣어야하는지 묻는 노인이 많았다"고 전했다.

◇ 기타

특히 부산 동구의 경우 투표용지가 5장이어서 투표소를 찾은 유권자들이 혼선을 빚었다.

이는 정원이 1명인 동구 기초의원 비례대표에 한나라당에서만 후보자를 등록해 자동 당선됐기 때문에 정당투표용지가 한 장 없었기 때문.

이 때문에 부산 동구의 투표소에서는 투표용지가 6장인데 왜 5장 밖에 안주느냐고 문의하는 유권자들이 많았다.

또 인주 내장형 기표용구가 처음 도입되면서 "왜 인주가 없느냐"고 묻는 유권자도 심심치 않게 나타났다.

성하운기자 haw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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