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NE지표 분석 결산]공약 점수화… 후보간 비교 틀 마련

  • 입력 2006년 5월 29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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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서울 서초구 반포동 팔래스호텔에서 열린 매니페스토 결산좌담회. 오른쪽부터 이현출 국회 입법정보연구관, 한진수 동국대, 박찬욱, 정광호 서울대 교수. 강병기 기자
27일 서울 서초구 반포동 팔래스호텔에서 열린 매니페스토 결산좌담회. 오른쪽부터 이현출 국회 입법정보연구관, 한진수 동국대, 박찬욱, 정광호 서울대 교수. 강병기 기자
동아일보는 한국의회발전연구회(이사장 오연천 서울대 교수)와 공동으로 자체 개발한 한국형 매니페스토(참공약 선택하기) 평가지표인 ‘FINE(파인)’에 근거한 16개 시도지사 후보들의 공약 평가 작업을 27일 완료했다.

2월 FINE 지표를 개발한 뒤 준비작업을 거쳐 1일부터 경기지사 후보들을 시작으로 16개 시도지사 선거의 주요 후보 39명이 제시한 공약 117개를 상세히 평가했다. 평가 작업에는 의회발전연구회 매니페스토연구팀(팀장 박찬욱 서울대 교수·이하 연구팀) 소속 전문가 7명 외에도 각 지역의 대학교수 57명이 참여했다. 연구팀은 28일 그동안의 공약 평가 작업을 돌아보는 결산 모임을 열었다.

○공약의 가치 평가 가능해져

연구팀은 실제 공약 평가 작업을 진행해 본 결과 최초의 한국형 매니페스토 평가지표인 FINE의 장점이 두드러졌다고 입을 모았다.

일본 등에서 개발된 기존 매니페스토 평가지표들은 공약 이행계획의 구체성을 주로 따지는 실현성(Feasibility) 평가에 치중하는 반면 FINE은 지역 주민의 수요를 어느 정도 반영했는지(반응성·Interactiveness), 투입비용 대비 효과는 어느 정도인지(효율성·Efficiency) 등 가치적인 측면도 평가할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는 것이다.

요컨대 공약의 다면(多面) 평가가 가능했다는 것으로, 본보의 FINE 평가 이후 시작된 타 기관들의 매니페스토 평가도 실현성뿐만 아니라 가치 평가까지 포함했다는 점에서 FINE의 유효성이 증명됐다는 분석이다.

특히 FINE의 경우 각 후보의 공약을 점수화함으로써 비교 평가가 가능하도록 했다는 점도 돋보였다는 의견이 많았다. 충실한 평가를 위해 연구팀은 그동안 거의 매주 토요일 자체 모임을 여는 강행군을 해 왔다.

지방 전문가의 참여도 이번 평가 작업의 특징으로 꼽혔다. 박찬욱 교수는 “후보들의 공약이 현지 실정에 맞는지, 주민의 수요를 반영했는지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데 지역 전문가들의 평가가 크게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지지율 높은 후보 실현성 중시 ‘안전 공약’ 경향

공약 평가 결과 실현성이 높은 공약은 반응성이 떨어지는 경향이 나타났다. 당선 가능성이 높은 후보들은 ‘헛공약’이란 비판을 듣지 않기 위해 재원조달 방안 등 주로 실현성을 중시한 ‘안전 공약’을 제시했던 것.

반면 서민 생활보장 지원 확대 등 주민의 반응성이 높은 공약의 경우 실현 방안이 덜 구체적이었다. 대체로 지지율이 낮은 후보들에게서 이런 경향이 많이 나타났다.

초반부터 열세가 확실한 일부 후보의 공약은 무성의하다는 비판도 받았다. 그러나 접전지 후보들은 공약 수준도 높았고 아이디어 경쟁도 치열했다. 대전시장 및 제주지사 후보들이 대표적인 사례다.

여당인 열린우리당 후보들의 공약 평가 점수가 대체로 높지 않았다. “중앙정부의 도움을 끌어낼 수 있다”며 단체장의 권한 밖인 사안을 공약으로 내건 것이 오히려 실현성 점수를 떨어뜨린 요인이라는 지적이다.

현직 단체장들의 평가 점수가 대체로 높았던 것도 특징. 이미 추진해 오던 사업의 연장선에 있는 ‘익숙한’ 정책을 공약으로 제시한 경우가 많고, 공약 작성에 공무원들의 조력을 받을 수 있었기 때문인 것 같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따라서 도전자들에게도 충분히 좋은 공약을 마련할 수 있는 기회를 주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연구팀의 이현출 국회입법정보연구관은 “후보자들이 구체적인 공약을 담을 수 있도록 선거공보물의 양이 늘어나야 하며 후보에게 공평한 기회를 주도록 공약 개발비용을 선거비용에 포함시켜 보전해 주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체적으로 각종 후보 초청 토론회에서 실질적인 공약토론이 활발히 벌어지는 등 매니페스토의 효과가 확실히 나타났다는 것이 연구팀의 총평이다.

연구팀 전문가들은 “정책 선거를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선거 이후 당선자의 공약 이행 평가도 1, 2년 단위로 꼭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16개 시도지사 후보 대표공약 및 공약별 FINE지표 점수
지역후보대표공약실현성반응성효율성
서울강금실(열)여성공약, 맞춤형 육아지원 서비스52.8270.3860.77
오세훈(한)강북 도심부활 프로젝트73.5973.4671.54
경기진대제(열)일자리 100만개 창출66.072.564.7
김문수(한)수도권정비계획법 폐지 등55.471.669.4
인천최기선(열)동북아경제중심도시 건설53.3371.9263.08
안상수(한)도시 재생사업74.6271.5464.62
김성진(노)자립경제기반구축, 활력 있는 경제인천45.2863.3351.67
부산오거돈(열)유라시안 관문 프로젝트48.2165.7755.38
허남식(한)10대 전략산업별 선도기업 지정 육성66.9269.2363.85
대구이재용(열)신대구 프로젝트61.3363.0057.00
김범일(한)미래형 첨단산업 육성61.3371.0063.50
광주조영택(열)21세기 첨단경제도시 건설48.3368.0060.00
박광태(민)국립장수과학연구소 유치65.0070.0059.00
대전염홍철(열)정보통신 전용 산업단지 조성54.6762.5058.00
박성효(한)3000만 그루 숲의 도시 그린 플랜62.3366.0057.00
울산박맹우(한)공장용지 공급 및 버스생산 메카로 육성70.5164.6262.31
노옥희(노)취학전 아동 1년간 무상교육57.4467.3157.69
충북한범덕(열)오송 복합민자역사건설48.0661.6756.67
정우택(한)체계적 균형발전 방안 강구56.6771.6763.33
충남오영교(열)행정중심복합도시 사실상 수도로 건설44.6761.0055.00
이완구(한)유비쿼터스 충남·농촌 건설68.0065.5056.50
이명수(국)체감 경기가 가장 활기찬 충남 건설56.6770.5060.00
전북김완주(열)아시아농업 클러스터 국책사업화55.6471.1559.23
정균환(민)민속올림픽 개최48.9760.3854.62
전남서범석(열)10만 개 일자리 창출50.6764.0062.50
박준영(민)고속도로 교통망 확충61.3371.5065.50
경북박명재(열)도청 이전59.0058.5050.00
김관용(한)도청 이전71.0063.5054.50
경남김두관(열)뉴 마산프로젝트 시행58.6162.9259.58
김태호(한)남해안시대 프로젝트 추진56.6768.7563.33
강원이창복(열)평창동계올림픽 남북 공동 유치45.9368.8966.67
김진선(한)800개 기업 유치, 5만 개 일자리 창출64.4471.1168.33
제주진철훈(열)제주특별자치도비 유학생선발제 실시63.3365.0056.88
현명관(한)항공요금 50% 인하50.4270.6368.75
김태환(무)관광 800만 명, 관광수입 3조 원65.0071.2566.88
*23일 발표된 본보 여론조사에서 10% 이상 지지율을 보인 후보를 대상으로 했으며 각 후보가 1순위로 제시한 공약에 대한 점수임. 열=열린우리당/한=한나라당/민=민주당/노=민주노동당/국=국민중심당/무=무소속
*FINE지표 항목별 점수는 100점 만점 기준. 중앙선관위의 가이드라인에 따라 후보별 종합점수는 내지 않았음.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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