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비판에 귀막는 ‘진보’…민언련 金대표 사과문 내고 사퇴

  • 입력 2006년 5월 20일 03시 02분


코멘트
언론운동단체인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의 공동대표 김동민(51·사진) 한일장신대 교수가 국정홍보처가 운영하는 인터넷 사이트인 ‘국정브리핑’에 “진보 매체가 평택 대추리 시위와 관련해 편파 보도를 했다”는 글을 올렸다가 파문이 일자 대표직에서 물러났다.

민언련은 “19일 긴급 지도부 회의를 열어 김 대표의 사의를 받아들였다”고 홈페이지를 통해 알렸다.

김 교수는 12일 국정브리핑에 고정 연재해 온 ‘정책보도 비평’ 코너에 올린 글에서 “진보 매체가 경찰의 과잉 진압을 비판하면서도 시위대의 과격성은 일언반구하지 않는 등 균형감각을 상실했다”며 “그 결과 한겨레, 오마이뉴스, 프레시안, 민중의 소리 등 진보 매체들의 편파 보도가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그는 △‘군경 1만4000명 군사작전 방불’(한겨레 5일자 1면) 등의 제목이 사실을 왜곡 과장했으며 △평택 사태를 5·18민주화운동과 비교해 불행한 사태를 유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김 교수는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에 대해서도 “시대의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구태의연한 투쟁을 고집해 역사의 유물로 전락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의 글 내용이 알려지자 민중의 소리 등이 소속된 인터넷기자협회는 16일 성명을 통해 “심각한 사실 왜곡이며 국정브리핑이 유사언론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비난했다. 민언련 홈페이지에도 회원들의 비난이 이어졌다.

사태가 격화되자 김 교수는 16일 민언련 게시판에 “문제 제기 형식과 내용이 적절치 않았다”고 사과문을 올렸고 민언련도 17일 “김 대표의 글이 부적절해 범개혁 진영의 분열을 가져올 수 있다”며 사과했다.

민언련 신태섭 공동대표는 “(김 교수의 글은) 진보 매체의 일말의 편향에 돋보기를 일방적으로 들이대 왜곡된 내용이 됐다”고 비판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민언련은 ‘김 교수의 사퇴는 신중하게 논의해야 한다’는 태도를 보였으나 진보 진영 내부의 비난이 가라앉지 않자 전격적으로 사퇴 결정을 내린 것.

그러나 이번 사태에 대해 내부 비판을 허용하지 않는 진보 진영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민언련사랑’이라는 ID의 한 회원은 “수구 언론을 향해 서로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이면서도 정작 우리 안에서의 다름이나 비판은 용납조차 하지 않으려 한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19일 본보와의 전화 통화에서 “내 글에서 편파 보도의 범위를 인터넷 언론까지 확대한 것은 무리한 점이 있었지만 진보 매체도 균형 잡힌 보도를 하지 못하면 비판해야 한다고 본다”며 “글을 기고하면서 뭇매를 맞을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이 정도로 심할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언론개혁시민연대 집행위원장과 민언련 이사를 지낸 뒤 3월 민언련 조직 개편 때 공동대표로 선출됐다. 김 교수는 2003년에도 SBS 사외이사를 맡아 언론운동 진영 내부에서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