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장 2년만에 재대결]오거돈-허남식 후보공약 분석

  • 입력 2006년 5월 13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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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장 선거에서는 해양수산부 장관 출신의 열린우리당 오거돈(吳巨敦) 후보와 현 부산시장인 한나라당 허남식(許南植) 후보가 다시 맞붙는다. 2004년 당시 안상영(安相英) 시장의 갑작스러운 유고로 치러졌던 보궐선거 이후 2년 만이다. 허 후보가 독주하는 가운데 설욕을 다짐하는 오 후보는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민주노동당 김석준(金錫俊) 후보는 지금까지 다져 놓은 인지도를 바탕으로 선전하고 있다. 본보와 한국의회발전연구회는 12일 세 후보의 공약을 서면 인터뷰로 검증했다. 허 후보는 현직 시장답게 실현성 부분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고, 오 후보는 주민들의 요구사항을 반영한 반응성 부분에서 상대적으로 평가가 좋았다. 이들의 공약은 부산경제 활성화와 관광사업 개발 등에 초점이 맞춰졌고 삶의 질 향상을 내세운 다양한 생활 공약도 빼놓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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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우리당 오거돈 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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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거돈 후보는 말더듬이라는, 정치인으로서는 치명적인 한계를 지니고 있다. 그렇지만 오히려 이번 선거에서 ‘말은 더듬어도 양심은 더듬지 않습니다’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었다.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에서는 한나라당 이상배(李相培) 의원이 당시 해양수산부 장관이었던 오 후보의 말더듬을 비하했다가 여론의 반발에 사과한 일이 있었다. 이로 인해 오 후보의 인지도는 되레 올라갔다.

말더듬 장애를 고치려고 시작한 성악은 이제 음반을 낼 정도로 수준급이 됐다. 오 후보의 홈페이지(www.okbusan.org)에 가면 그가 직접 부른 가곡과 가요를 들을 수 있다.

2004년 6월 부산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했다가 허남식 현 시장에게 패한 뒤 오 후보는 지난해 1월 해양부 장관으로 입각했다.

이번 지방선거를 앞둔 올해 초 다른 장관들이 불출마를 선언하거나 출마를 기피할 때 오 후보는 부산에서 수필집 출판기념회를 여는 등 출마 의사를 분명히 했다. 그로서는 이번 선거가 벼르고 별러 온 설욕의 기회였기 때문.

부산에서 태어나 경남중·고와 서울대 철학과를 졸업한 뒤 1974년 행정고시(14회)에 합격해 부산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할 때까지 30년간 공무원 생활을 한 관료 출신이다. 내무부 과장을 지낸 뒤 1992년부터는 계속 부산에서 공무원 생활을 했다.

특히 관선으로 부산 동구청장을 지냈으며 2000년 11월부터 2003년 10월까지 3년 가까이 부산시 부시장을 지냈다. 또 안상영 전 시장이 비리 혐의로 구속된 뒤 6개월여 동안 시장 직무대행을 맡아 부산시 행정에 밝은 편이다.

북항과 원도심을 재개발하겠다는 오 후보의 ‘유라시안 관문 프로젝트’는 반응성 측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재원조달 방안이 구체적이지 않다는 이유로 실현성 측면에서 다소 낮은 평가를 받았다.

일자리 창출을 위한 ‘부산 뉴딜 플랜’은 지역 주민의 수요에 부응한다는 평가다.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한나라당 허남식 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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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남식 후보는 12일 여느 때와 다름없이 부산시청 집무실로 출근했다. 회의에 참석하거나 서류를 결재하는 등 시장으로서의 일에만 매달렸을 뿐 선거운동이라고 할 만한 일정은 없었다.

허 후보의 홈페이지(www.lovebusan.co.kr)는 새 단장을 하고 있다는 이유로 사실상 문을 닫은 상태다. ‘부산의 공기가 되겠다’는 말과 함께 사진 몇 장만 올려놨을 뿐 공약이나 후보 소개 내용은 한 줄도 없다. 아직 개소식도 하지 않은 캠프 사무실은 썰렁하다.

허 후보는 “선거운동이 과열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해 시정(市政)에만 전념하고 있다”고 말했다. 16일 후보 등록 전까지는 이 기조를 유지할 생각이다.

최근 본보와 코리아리서치센터 여론조사에서 허 후보의 당선 가능성은 72.6%로 전국 16곳의 시도지사 후보 가운데 가장 높았다. 한나라당 지지세가 워낙 강한 데다 2004년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뒤 2년도 채 안 된 현직 시장을 바꿀 이유가 없다는 지역 정서도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그래서 선거캠프의 분위기도 여유롭다. 캠프의 이름은 ‘허남식 7075’. 당선이 목표가 아니라 이번 선거에서 70%의 득표율, 2007년 대선에서 75%의 득표율을 올리는 게 목표라는 의미다.

현직 시장으로서 재신임을 묻는 선거인 만큼 허 후보 측은 “북항 재개발 등 지금까지 구상해 온 중장기 사업들을 해낼 기회를 달라”고 호소할 계획이다. 부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무난히 마쳤다는 것을 공적으로 내세웠다.

다소 딱딱한 인상을 바꾸기 위해 카메라 앞에만 서면 굳어지는 얼굴 표정을 바꾸는 연습도 했다고 한다. 미니홈피에는 대학 시절 러닝셔츠 차림의 사진도 올렸다.

주요 공약으로 내세운 ‘10대 전략산업별 선도기업 1000개 지정 및 육성’은 실현성과 반응성에서 무난한 점수를 받았다.

‘동부산 관광단지 조성’은 실현성이 높았지만 효율성과 반응성에 대한 평가는 상대적으로 낮았다. ‘충무동 뉴타운 사업’도 반응성과 효율성이 모두 50점대였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민주노동당 김석준 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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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준 후보는 요즘 자신의 홈페이지(www.ohmybusan.com)에 선거운동 과정을 기록하는 일기를 쓴다. 11일자에는 ‘D-20일인데 판갈이 묘수는 없을까’라며 고민을 털어놨다.

김 후보 캠프는 최근 몇 차례 TV토론을 거치면서 지지도가 상승세를 타고 있다고 자평한다. 최근 여론조사에선 15% 안팎의 지지율을 보이며 열린우리당 오거돈 후보를 추격 중이다.

이번 선거는 2004년 17대 총선과 부산시장 보궐선거에 이은 세 번째 출마. 그동안의 선거에서 쌓은 인맥과 라디오 프로그램 진행자로서 얻은 인지도가 김 후보를 받치고 있다. 부산대 최연소 교수로 지역활동을 활발히 해 왔고, 일명 ‘부산학’을 연구한 저서를 출판하는 등 ‘부산 빠꼼이’라는 것도 강점이다.

김 후보는 인물론과 함께 보수 양당 심판론을 내세우며 표심을 공략하고 있다. 반(反)한나라당 연합을 구축하자는 열린우리당 측의 연대 제의도 일축했다.

주요 공약으로 내놓은 ‘국공립 보육시설의 단계적 설치’는 주민들의 요구를 잘 반영했다는 점에서 괜찮은 점수를 받았다. 그러나 공공분야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와 대형할인점 규제 등 민노당의 색깔이 강하게 드러나는 공약들은 40점대에 그쳤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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