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北 인권, 행동하는 미국과 침묵하는 한국

  • 입력 2006년 5월 8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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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부가 동남아를 거쳐 5일 밤 입국한 탈북자 6명에게 2004년 10월 발효된 북한인권법에 따라 처음으로 난민지위를 부여했다. 이는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미국의 관심이 말이 아닌 구체적인 행동으로 표출되기 시작했음을 보여 주는 것이다. 이에 앞서 로스앤젤레스 이민법원은 지난달 탈북자 출신 서재석(40) 씨에게 정치적 망명을 처음 허용했다. 북한 인권문제에 침묵으로 일관해 온 우리 정부의 슬기로운 대처가 절실한 상황이다.

한미 간 갈등은 갈수록 깊어지는 듯한 양상이다. 주한미대사관은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지난달 백악관에서 탈북자 김한미(6) 양 가족을 만난 직후 제이 레프코위츠 북한인권특사의 보고를 받는 사진을 4일 이례적으로 공개했다. 레프코위츠 특사는 북 인권 상황에 대한 거침없는 비판으로 우리 정부의 반발을 사고 있는 인물이다. 미국은 이 사진을 통해 그에 대한 부시 대통령의 신임을 보여 줌으로써 한국 정부를 우회적으로 압박했다는 해석들이 나왔다.

레프코위츠 특사도 최근 의회 청문회에서 “탈북자들이 미국에 정착할 수 있도록 우리는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음을 우방과 동맹들에게 분명히 알릴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런데도 이 정권의 핵심 세력은 미국의 문제 제기를 ‘북한을 압박하려는 정치적 행위’쯤으로 보는 경향이 여전히 강하다. 따라서 북한을 자극하지 말고, 경제 회생을 도와야 한다는 것이다. 이 정권의 대표적 이데올로그인 문정인 국제안보대사도 지난주 워싱턴에서 “미국이 인권을 명분 삼아 다른 나라의 내정에 간섭했다가 성공한 일이 없다”는 주장을 폈다.

그러나 한국 정부가 남북관계를 의식해 북의 인권상황에 침묵하는 것이 오히려 더 정치적일 수 있다. 탈북자들이 한국이 아닌 미국을 ‘희망의 땅’으로 여기게 해서는 곤란하다. 마침 유엔 난민고등판무관실(UNHCR)이 탈북자 보호를 위해 적극 노력하겠다고 나섰다. 우리도 생각과 태도를 바꿀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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