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간 갈등은 갈수록 깊어지는 듯한 양상이다. 주한미대사관은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지난달 백악관에서 탈북자 김한미(6) 양 가족을 만난 직후 제이 레프코위츠 북한인권특사의 보고를 받는 사진을 4일 이례적으로 공개했다. 레프코위츠 특사는 북 인권 상황에 대한 거침없는 비판으로 우리 정부의 반발을 사고 있는 인물이다. 미국은 이 사진을 통해 그에 대한 부시 대통령의 신임을 보여 줌으로써 한국 정부를 우회적으로 압박했다는 해석들이 나왔다.
레프코위츠 특사도 최근 의회 청문회에서 “탈북자들이 미국에 정착할 수 있도록 우리는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음을 우방과 동맹들에게 분명히 알릴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런데도 이 정권의 핵심 세력은 미국의 문제 제기를 ‘북한을 압박하려는 정치적 행위’쯤으로 보는 경향이 여전히 강하다. 따라서 북한을 자극하지 말고, 경제 회생을 도와야 한다는 것이다. 이 정권의 대표적 이데올로그인 문정인 국제안보대사도 지난주 워싱턴에서 “미국이 인권을 명분 삼아 다른 나라의 내정에 간섭했다가 성공한 일이 없다”는 주장을 폈다.
그러나 한국 정부가 남북관계를 의식해 북의 인권상황에 침묵하는 것이 오히려 더 정치적일 수 있다. 탈북자들이 한국이 아닌 미국을 ‘희망의 땅’으로 여기게 해서는 곤란하다. 마침 유엔 난민고등판무관실(UNHCR)이 탈북자 보호를 위해 적극 노력하겠다고 나섰다. 우리도 생각과 태도를 바꿀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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