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서울시장후보 오세훈]‘吳風’이 黨心 삼켰다

  • 입력 2006년 4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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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色 표정 25일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 경선에서 승리한 오세훈 후보(가운데)가 경쟁을 벌였던 맹형규(오른쪽) 홍준표 후보의 박수를 받으며 당원들의 환호에 답례하고 있다. 김경제 기자
3色 표정 25일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 경선에서 승리한 오세훈 후보(가운데)가 경쟁을 벌였던 맹형규(오른쪽) 홍준표 후보의 박수를 받으며 당원들의 환호에 답례하고 있다. 김경제 기자
25일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 경선에서 개혁과 참신성을 앞세운 40대 중반의 오세훈(吳世勳) 전 의원이 당선됨에 따라 당 내외의 5·31지방선거 구도에 변화가 예상된다.

‘오풍(吳風)’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강세를 보이는 오 후보의 여론 지지율이 본선까지 이어질지, 그의 당선이 다음 달 2일로 예정된 열린우리당의 서울시장 후보 경선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당내 역학구도에는 어떤 변화를 초래할지가 관심이다.

▽“네거티브 선거전 않겠다”=오 후보는 이날 당선 직후 기자회견에서 “열린우리당 서울시장 후보가 될 가능성이 높은 강금실(康錦實) 전 법무부 장관이 정책 경쟁을 하고 싶다고 했는데 나도 마찬가지다. 네거티브 공격은 없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젊고 개혁적인 평소 이미지를 살려 ‘클린(clean) 이미지’를 계속 이어 가겠으며 시장에 당선될 경우 “모든 행정을 투명하게 하는 클린 시장이 되겠다”는 것이 그의 다짐이다.

오 후보가 밝힌 서울의 미래상은 ‘매력 있고 재미있는 도시’다. 세계 10위권의 도시 규모에 걸맞은 문화 콘텐츠 확충을 통해 삶의 질도 끌어올리겠다는 것이다.

공약으로 내건 강북 도심 부활 프로젝트 등을 통해 경제 살리기와 강남북의 균형발전을 이루는 것도 중요한 과제라고 오 후보는 설명했다.

▽해결해야 할 과제=오 후보에 대해서는 일부 당원들 사이에 ‘자기 이미지만 가꾸는 신세대 후보’라는 인식이 있다. 경선 과정에서 홍준표(洪準杓) 의원에게서 “당이 어려울 때 손에 흙을 묻히지 않고 혼자 이미지만 가꾸고 다녔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중진급에서는 이에 공감하는 분위기가 상당하다.

오 후보는 이들 ‘비토세력’까지 껴안고 본선에서 총력체제를 구축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그는 “서울시장 선거 승리가 대선과 직결된다. 못 이기면 한나라당에 미래가 없다”는 점을 강조하며 이들을 적극 껴안는다는 구상이라고 한 핵심 관계자가 전했다.

특히 삼고초려(三顧草廬)를 해서라도 경쟁자였던 맹형규(孟亨奎) 전 의원을 선거대책위원장으로 ‘모시는’ 방안도 적극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맹 후보의 ‘대(大)한강 프로젝트’ 등 좋은 공약도 적극 활용한다는 복안이다.

오 후보는 콘텐츠가 부족하다는 비판에 대해서는 자신의 이미지 자체가 개혁을 위한 지난한 노력의 산물임을 강조한다는 전략이다. 개혁적 이미지를 내세워 한나라당 지지를 망설이는 20, 30대 젊은 층의 표와 중도 또는 개혁 성향의 유권자들까지 적극 견인하겠다는 각오다.

▽본선에 미칠 영향=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오 후보는 열린우리당 서울시장 후보로 유력한 강 전 장관을 5∼15%포인트 차로 앞서 있다. 일단은 오 후보가 유리한 고지를 차지한 형국이지만 선거가 다가올수록 지지율 격차가 좁혀질 것이라는 게 열린우리당의 주장이다.

그러나 열린우리당 내에서는 오 후보의 출마 선언 이후 강 전 장관의 여론 지지율이 지속적으로 하락해 왔다는 점에서 내심 우려가 큰 게 사실이다.

오 후보와 강 전 장관 모두 이미지형 후보여서 지금과 같은 격차라면 특별한 변수가 없는 한 강 전 장관이 반전의 계기를 잡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 때문에 열린우리당 일각에서는 ‘전략적 후보론’도 고개를 들고 있다. 현대자동차 전문 경영인 출신인 이계안(李啓安) 의원을 내세워 ‘최고경영자(CEO)형 시장’ 대 ‘이미지형 시장’ 구도를 형성해야 열린우리당이 이길 수 있다는 주장이다.

▽당내 역학구도에 변화=오 후보의 당선을 두고 한나라당의 한 소장파 의원은 “민심의 바다에서 변화의 바람을 거스를 수는 없지 않느냐. 한나라당이 바뀌어야 한다는 거대한 물결이 일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당내 역학구도에 미칠 파장이 적지 않을 것이란 얘기다. 그의 경선 참가를 이끌어낸 소장파 의원들이 당내 입지 강화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소장파 의원들이 주축이 된 새정치수요모임 측은 1월 원내대표 경선에서 이재오(李在五) 의원을 지지해 당선시켰고 김문수(金文洙), 남경필(南景弼) 의원의 경기도지사 후보 단일화를 성사시켜 김 의원을 경기도지사 후보로 만드는 데도 성공했다.

소장파가 박근혜(朴槿惠) 대표와 다소 껄끄러운 관계라는 점에서 박 대표와 소장파 간의 긴장 관계가 심해질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이명박(李明博) 서울시장은 이번 경선에서 중립적인 태도를 취했지만 오 후보의 경선 참여를 내심 바랐던 만큼 소장파와 연대를 모색할 수도 있다.


박성원 기자 swpark@donga.com

정용관 기자 yong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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