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北은 잠재적 적대국가”]“테러와 기나긴 전쟁”

  • 입력 2006년 2월 6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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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발표된 QDR에선 미 군사전략의 큰 개념적 변화가 몇 가지 눈에 띈다. 아직까진 다소 실험적인 측면이 없지 않지만, 과거 수십 년을 지탱해 온 군사전략의 기본 틀을 바꾸려는 시도들이다.

○ 9·11 이후 ‘장기전’ 개념 도입

QDR는 9·11테러 이후 미국은 ‘냉전(the Cold War)’에 이은 새로운 ‘기나긴 전쟁(the Long War)’에 접어들었다고 규정했다. 그 적은 핵무기와 재래식 군사력을 가진 공산주의 강대국이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산재해 있는 테러 조직. 따라서 새로운 장기전은 대게릴라 작전, 전후 재건 지원 등 비정규전을 특징으로 한다.

‘기나긴 전쟁’은 그동안 미 행정부가 사용해 온 ‘테러와의 지구적 전쟁(Global War on Terror)’을 대체하는 용어가 될 전망이다. 지난해 미 국방부 일각에선 ‘폭력적 극단주의와의 지구적 투쟁(Global Struggle Against Violent Extremism)’이란 대체 용어를 제시했으나 네오콘(신보수주의) 그룹이 “9·11 이후 상황은 명백한 ‘전쟁’이며 ‘투쟁’으로 격하해선 안 된다”고 반격해 사실상 철회한 바 있다.

‘기나긴 전쟁’의 끝은 어디일까. “아무도 냉전이 언제 끝날지 몰랐다. 하지만 45년이 걸렸다”는 도널드 럼즈펠드 미 국방부 장관의 말로만 짐작해 볼 뿐이다.

○ 변화하는 ‘1-4-2-1’

미 국방부는 2001년 10월 발표된 QDR에서 군사력 준비 태세를 ‘미국 본토를 방위하고(1) 유럽 중동 아시아연안 동북아시아 등 4개 지역에서 전쟁을 억지하며(4) 2개 지역에서 동시에 전쟁을 수행하는(2) 한편 이 중 1개 지역에서 결정적으로 승리하는 것(1)’으로 규정했다. 9·11테러가 반영되지 않은 전통적인 개념이었다.

이번 QDR는 기존의 재래식 전쟁에 기초한 ‘1-4-2-1’ 군사 태세를 ‘본토 방위-대테러·비정규전-재래식 전쟁’의 3가지로 수정했다. 본토 방위와 재래식 전쟁 태세라는 기존 틀에 추가로 ‘기나긴 전쟁’의 핵심인 대테러·비정규전쟁을 포함시킨 것이다. 덧붙여 각각 평상시(steady state)와 격동기(surge)의 대응 전략을 따로 규정했다. 다만 긴급사태 발생이 우려되는 지역을 명시하지는 않았다.

새 QDR가 주한미군을 포함한 해외 배치 미군의 전략적 유연성과 기동성 확보를 강조하는 것도 기존의 특정 지역 방위에 얽매이지 않겠다는 구상에 따른 것. 그에 따른 미 군사력의 한계와 공백은 자연 동맹국 및 우호 국가의 파트너십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 우발적 핵전쟁 가능성 없나?

미 국방부는 이번 QDR에서 “해군의 핵탄두 미사일인 트라이던트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일부를 재래식탄두 미사일로 바꿀 것”이라고 밝혔다. 은밀히 숨어 있는 적의 통제본부와 대량살상무기(WMD)를 20∼30분에 타격하는, 이른바 ‘전 지구적 즉각 타격’ 능력을 갖추기 위한 구상의 일환이다.

이를 위해 2011년까지 전체 336개의 D5 트라이던트 핵미사일 가운데 24개에 재래식탄두를 설치한다는 것.

이는 핵무기와 재래식 무기의 엄격한 구분을 무너뜨리는 것으로, 많은 군사 전문가는 “우발적 핵전쟁을 낳을 수 있다”며 우려를 표명해 왔다. 가령 북한에 재래식탄두 트라이던트 미사일을 발사했을 때 중국이나 러시아는 이를 핵미사일로 오인해 보복 핵 공격을 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철희 기자 klim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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