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희한한 정권’ 세계에 알린 金 위원장의 잠행

  • 입력 2006년 1월 14일 03시 02분


코멘트
중국을 방문중인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행적이 ‘안개 속’이다. 10일 접경지대인 단둥(丹東)을 통과해 중국에 입국한 이후 어디에서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지 공개되지 않고 있다. 1992년 덩샤오핑(鄧小平)의 남순(南巡) 코스를 따라 우한(武漢)을 거쳐 광저우(廣州)에서 경제벨트를 시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지만 공식 확인은 안 되고 있다.

중국정부는 김 위원장의 과거 세 차례 방중 때 한국정부에 중간 브리핑한 내용이 언론에 새나간 뒤 북한의 심한 항의를 받았다고 한다. 그래서 이번에는 아예 김 위원장이 귀국한 뒤에 알려 주기로 했다는 것이다. 북한 또한 2004년 4월 중국 방문을 마치고 귀국하던 김 위원장이 간발의 차로 용천역 폭발사고를 피한 뒤 보안을 더 강화했다는 소식이다.

21세기 글로벌 시대에 국가 정상의 외국 방문 일정까지 비밀에 부치는 북한의 행태는 스스로 ‘희귀 정권’임을 드러낸다. 얼마나 신변의 위해(危害)를 느꼈으면 혈맹(血盟)이라는 나라를 방문하면서 잠행을 할까.

김 위원장은 2000년 5월 상하이(上海) 푸둥(浦東) 지구를 방문해 경이적인 발전상을 보고는 ‘천지개벽’이라고 감탄했다. 그럼에도 시장경제 도입은 시늉만 하고 있을 뿐 본격적인 개혁 개방은 하지 않고 있다. 정권 붕괴 우려 때문이다. 이로 인해 수십만 명의 주민이 아직도 굶주림에 시달리고 있다. 남측에서 연간 40만 t의 식량과 50만 t의 비료를 지원받지 못하면 먹을거리 해결 자체가 불가능할 정도다. 김 위원장은 이번에야말로 중국의 개혁 개방을 배워 실천하겠다는 결심을 해야 한다. 위조지폐나 마약 거래에 빠져 있을 때가 아니다.

책임 있는 국제사회의 일원이 되려면 기본적인 외교관례부터 지켜야 한다. 이조차도 못하는 김 위원장에게 매달려 남북문제를 풀어 보겠다고 비위 맞추기에 급급하는 남한 정권도 딱하기는 마찬가지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