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헬기사업]美軍무기와 상호운용성 확보 ‘숙제’

  • 입력 2005년 12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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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책사업인 한국형헬기사업(KHP)의 해외 참여업체로 유로콥터사가 선정된 것은 그동안 대형 무기도입사업에서 미국이 누려 온 독점적 지위가 사실상 무너졌음을 의미한다.

군내에선 이번 결정이 참여정부 출범 이후 변화된 한미동맹의 현실을 잘 보여 주는 것이라는 평가가 많다.

▽미국의 프리미엄은 더 없다=2월 국방부가 KHP 계획을 공식 발표했을 때만 해도 군내에선 미국 업체가 유리할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한국군이 보유 중인 대부분의 헬기가 미제인 데다 수조 원대에 이르는 대형 무기도입사업의 경우 그동안 한미동맹 및 미군과의 상호 운용성을 비중 있게 고려해 왔기 때문이다.

따라서 KHP에 뛰어든 3개 업체 중 2강 구도를 이룬 미국 벨사와 유로콥터사(프랑스와 독일의 합작사) 가운데 벨사의 우세가 당연시되기도 했다.

그러나 국방부가 KHP 해외업체의 선정기준으로 한미동맹과 같은 정책적 요소는 배제한 채 가격과 성능, 기술이전을 철저히 따질 것이라고 수차례 공언하면서 분위기는 반전되기 시작했다.

유로콥터사는 한국 주도의 핵심부품 개발 일정을 수용하며 대폭적인 기술 이전을 제안했지만 벨사는 자사 주도의 개발 방식을 고수해 한국 측과 제대로 협상도 하지 못한 채 탈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2002년 5조 원대의 공군 차기전투기(FX) 사업 때와는 극명히 대조된다. 당시 프랑스 다소사의 라팔이 1차 성능평가에서 미 보잉사의 F-15K를 근소한 차로 앞섰지만 국방부는 2차 평가에서 한미동맹과 상호 운용성을 앞세워 보잉사의 손을 들어 줬기 때문이다.

▽다른 사업에도 영향 미칠 듯=군 일각에선 이번 결정이 이달 말 기종이 결정될 공중조기경보기(EX) 사업을 비롯해 앞으로 대형 무기도입사업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가운데 특히 관심을 끄는 것은 EX사업. 현재 우수한 레이더 성능과 한미 간 상호 운용성을 내세운 미 보잉사의 E-737과 상대적으로 저렴한 이스라엘 기종의 G-550이 치열하게 경합 중이다. 국방부는 가격과 성능을 철저히 따지는 ‘최저가격 충족기법’으로 업체를 선정할 방침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 사업과 관련해서는 최근 이스라엘 기종에 탑재될 일부 미제 통신장비에 대한 미 정부의 수출 승인 문제를 놓고 윤광웅(尹光雄) 국방부 장관과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 미국대사가 미묘한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이번 KHP의 해외 참여업체 결정을 계기로 앞으로 대형공격헬기사업(AHX)과 공중급유기 사업(KCX)과 같은 대형 무기사업에서도 미국에 버금가는 기술력을 가진 유럽 업체의 약진이 두드러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군의 한 관계자는 “특히 항공과 정밀유도 무기분야에서 미국과 함께 세계시장을 석권 중인 유럽 군수업체가 한국 무기시장에 적극적으로 진출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미제 무기와 군사장비가 주축을 이룬 한국의 전력 체계에서 이 같은 유럽의 군사장비를 어떻게 활용하고 또 미군과의 상호 운용성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가 군이 앞으로 풀어야 할 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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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상호 기자 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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