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공기업 4곳 구조조정]‘방만경영 대수술’ 시작되나

  • 입력 2005년 11월 5일 03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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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역할을 못하는 공기업에 대한 기능 조정과 축소, 필요하면 퇴출 유도.’ 3일 취임 2주년을 맞은 전윤철(田允喆) 감사원장의 공기업 관련 발언은 이렇게 요약된다. 그는 ‘퇴출’이라는 단어를 직접 쓰진 않았지만 “공기업의 지사(支社)가 과거에 수행하던 특정 기능이 사라졌는데도 (아직) 남아있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퇴출 등 초강도 조치도 고려하고 있다는 암시인 셈이다. 당장은 KOTRA 대한주택공사 한국토지공사 자산관리공사 등이 구조조정 대상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공기업들에 대한 총체적인 감사가 계속되고 있어 대상이 더 늘어날 수도 있다.》

▽“이젠 공기업도 변해야 한다”=전 원장은 이날 “기득권에 손을 대니까 저항이 있다. 하지만 과거에 고착된 제도를 바꾸지 않으면 우리가 앞으로 살아남을 수 없다. 공기업도 이제 방만하게 경영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전 원장은 감사원 개원 이후 최대 규모로 진행되고 있는 공기업 감사에 대해 “산업자본주의 시대의 패러다임이 21세기 정보화시대에는 맞지 않는다”며 “현시점에 맞도록 (공기업을) 고치는 게 (이번) 감사의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일단 ‘손 볼 대상’ 리스트에 오른 것으로 알려진 4개 공기업 중 KOTRA, 주공, 자산관리공사는 1960년대에 설립됐고 토공은 1979년에 설립됐다. 이들 공기업은 기능이 중복되거나 역할이 다했다는 지적을 그동안 꾸준히 받아 왔다.

▽무엇이 문제인가=KOTRA는 무역진흥과 국내외 기업 간 투자, 산업기술 협력을 지원한다는 목적으로 1962년에 설립됐다. 1970, 80년대 고도성장기에 해외 수출정보를 기업에 제공하면서 ‘수출 한국’을 이끌었지만 세계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최근 제공하는 정보가 대기업 정보보다 못하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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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관리공사는 1962년 4월 출범한 ‘성업공사’의 후신. 금융기관이 갖고 있는 부실자산 정리가 핵심적인 업무다. 1999년 4월 한국자산관리공사법을 개정해 ‘배드 뱅크’ 기능을 맡아 부실기업 처리를 주도해 왔다.

하지만 외환위기로 무너진 부실기업 처리가 내년 상반기에 끝나는 등 업무가 줄어 조직 축소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산관리공사는 국내 은행 등 민간기업과 공동으로 자금을 조성해 내년부터 해외 부실채권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계획이다.

토공과 주공의 업무 중복 지적은 오랜 역사를 갖고 있다. 김대중(金大中) 정부는 출범 직후인 1998년 초 두 기관의 통폐합을 공식화할 정도였다. 하지만 두 기관의 반발이 강력해지고 국회가 2002년 초 외부기관에 의뢰한 통폐합 타당성 분석에서 부정적인 결과가 나오자 통폐합 논의는 수그러들었다.

결국 건설교통부는 2003년 4월 두 기관의 기능 특화 방향에 대한 지침을 통해 현재처럼 두 기관이 별개로 활동하도록 지시했다.

▽향후 절차는=감사원은 일단 올해 말까지 47개 금융 및 건설 공기업 감사를 끝낸 뒤 내년 말까지 179개 공기업을 추가로 감사한다는 방침이다.

감사원은 감사 결과 문제가 지적된 공기업에 대해서는 축소, 통폐합, 퇴출 등을 권고한다. 해당 공기업은 감사원 조치에 대한 이행 여부를 통보해야 한다.

박중현 기자 sanjuck@donga.com

황재성 기자 jsonhng@donga.com

박형준 기자 love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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