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민생에 눈감은 채 ‘파탄 경제’구했다는 정부

  • 입력 2005년 10월 21일 03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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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으로부터 ‘경제 파탄’을 비판받은 청와대가 “참여정부와 국민의 정부는 국제통화기금(IMF) 금융위기로 파탄 난 나라경제를 국민과 함께 힘겹게 다시 일으켜 세우며 여기까지 왔다”고 맞받았다. 노무현 정부 출범 이후 투자와 일자리, 소득과 소비의 적신호가 꺼지지 않고 성장동력 약화에 따라 미래에 대한 불안이 증폭되는 상황이다. 현 정부가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에서 경제와 민생을 다시 일으켜 세웠다는 것인지 모르겠다.

노 정부 들어 올해까지 3년간 3∼4%대로 떨어진 경제성장률을 대수롭지 않게 여겨도 될 만큼 의미 있는 ‘희망의 지표’를 정부는 갖고 있는가. 국민은 역대 어느 정부 아래서도 겪지 않은 잠재성장률(현재 5%) 이하의 성장에 시달리고 있다. 청년 실업자는 33만 명을 넘는다. 더구나 미래 성장엔진을 키우지 못해 ‘경제의 기초체력’이라고 할 잠재성장률 자체가 4%대로 하락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라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나쁜 성적이 미래를 위한 투자 때문이라면 참을 수도 있다. 하지만 노 정부는 출범 직전 노조의 손을 들어준 것을 시작으로 지금껏 노조에 휘둘려 기업 구조조정을 어렵게 했다. 공기업 민영화를 중단해 공공부문에 대한 국민부담도 키웠다. 경기(景氣)를 살릴 수 있는 환경을 정치적으로나 정책적으로 북돋우기는커녕, 경기에 찬물을 끼얹는 행태를 계속하면서도 이에 대한 자각과 책임감은 없어 보인다. 현 정부는 걸핏하면 “인위적인 경기부양은 하지 않겠다”고 하지만, 이는 경기 활성화를 위한 정교한 선순환 정책을 펴지 못하는 ‘무능’을 덮으려는 것으로 들릴 뿐이다. 결과적으로 국민의 납세 능력을 떨어뜨려 놓고는 세금이 안 걷힌다며 쥐어짜기에 급급하고, 방만한 나라살림으로 재정 부실을 심화시키고 있다.

청와대는 경제 파탄이 아니라는 근거로 부패지수, 세계경쟁력지수, 국가신용등급, 수출실적, 주가지수 등을 내세웠다. 설사 부패가 줄었다고 해도 이것이 경제 파탄이 아니라는 근거는 못 된다. 또 나머지 대부분은 민간부문에서 이룬 성과다. 기업하기 좋은 나라 만들기에 경쟁적인 외국과 달리 대기업 때리기와 시장(市場) 무시하기에 바빴던 정부 아래서 그나마 기업들이 잘해 준 것이다. 오죽하면 정권의 위세에 눌려 침묵하던 전경련마저 ‘기업 그만 때리라’고 나섰겠는가.

정부가 ‘경제를 잘 관리하고 있다’고 주장하면 할수록 ‘저런 정부 믿고 희망을 갖기는 어렵겠다’는 국민만 늘어날 것 같다. 정부의 경제 인식이 참으로 딱하고, 그래서 장래가 불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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