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윤종구]‘탈북자 대책’옌타이와 칭다오의 차이

  • 입력 2005년 10월 12일 03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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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와 빵을 찾아 사선(死線)을 넘어 중국 옌타이(煙臺) 한국국제학교로 들어갔던 탈북자 7명이 최근 중국 당국에 의해 강제로 북송됐다.

한국 정부의 거듭된 요청을 묵살하고 이들을 강제 북송한 뒤 일주일이 지나서야 이 같은 사실을 일방적으로 한국에 통보한 중국의 행태는 지탄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한국 정부의 대응도 잘한 게 없다. 한숨이 나오기는 마찬가지이다. 중국에 그렇게 무시를 당했고, 탈북자들이 사지(死地)와 다름없는 곳으로 추방된 것을 보고서도 외교통상부는 유감 성명을 내는 것이 고작이었다.

그동안 10여 차례나 탈북자 북송이 이뤄졌지만 그때마다 재발 방지 촉구가 전부였다. 범정부 차원에서 발 벗고 나선 적도 없다. 탈북자 문제는 떠들어 봐야 득 될 게 없으므로 조용히 처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11일 또 다른 탈북자 8명이 칭다오(靑島)의 한국학교에 들어간 것에 정부가 신속히 대응한 것을 보면 그간 정부의 대응에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분명해진다.

외교부는 중국의 탈북자 강제 북송으로 악화된 국민감정을 의식해 이날 서울과 베이징(北京), 칭다오에서 중국과 동시다발적인 접촉을 갖고 총력전을 펼친 끝에 탈북자들을 우리 공관으로 데려오는 데 성공했다. 이는 정부가 탈북자 문제에 적극적으로 나서면 그들의 운명이 달라질 수 있음을 여실히 보여 준다.

중국의 한국 경시와 한국의 저자세는 여러 차례 지적돼 왔다. 지난해에는 대만 총통 취임식에 참석하려던 여야 의원들에게 중국 측이 불참을 종용하고 탈북자 북송 반대 운동을 하는 의원에겐 협박성 편지를 보낸 일도 있었다. 내정 간섭에 가까운 이런 행태에 정부는 따끔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반면 올해 초 일본과 외교 마찰을 빚을 때에는 대통령이 선두에 나섰다. 외교부는 주한 일본대사를 외교부로 부르는 장면이 보도되도록 포토라인을 설치하기도 했다. 지난해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 때 비밀리에 중국대사를 부른 것과는 딴판이었다.

정부는 ‘할 말은 하는 외교’를 표방하고 있다. 할 말을 제대로 해야 대접도 제대로 받는다는 건 옳은 말이다. 그러나 미국이나 일본뿐만 아니라 중국에도 정부는 이 원칙을 지켜야 한다. 대접을 제대로 받으려면 말이다.

윤종구 정치부 jkm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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