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전성철]‘北-현대 갈등’ 국제원칙따라 대처를

  • 입력 2005년 9월 26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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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그룹과 북한의 관계가 꼬이고 있다.

우리 민족의 염원과 갖가지 사연이 담긴 대북 사업은 반드시 ‘유종의 미’를 거두어야 한다.

그렇다면 유종의 미란 무엇일까? 대북 사업의 궁극적 목적은 이 사업들이 매개와 촉매가 되어 북한이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복귀하도록 하는 것이다. 즉, 세계와의 교류를 통해 북한이 개방되고 부유해지도록 하는 것이다.

어떻게 해야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을 것인가?

북한이 부유해지기 위한 길은 하나밖에 없다. 그것은 세계의 부자 나라들이 너도나도 북한에 투자하는 길이다. 그것이 중국, 한국이 부자가 된 길이었고 베트남 등이 가고 있는 길이다. 부존자원과 기술이 없는 후진국이 이른 시일 내에 부국이 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결국 외국인 투자밖에 없다는 것은 이미 경험적으로 입증된 것이다.

세계의 부자 나라들이 한 나라에 투자하는 데 아주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그 투자 대상국이 ‘글로벌 스탠더드’를 지키느냐의 여부다. 아무리 언어와 문화가 다르더라도 이 원칙을 지키기만 하면 교류할 수 있다는 것이 지금까지의 경험이다. 하지만 이것이 없으면 다른 것이 아무리 좋아도 부자 나라들은 투자를 꺼리게 된다. 왜냐하면 글로벌 스탠더드는 나라와 나라를 연결해 주는 ‘언어’이기 때문이다.

글로벌 스탠더드의 핵심은 ‘법’이고 ‘계약’이다. 북한이 이 사업을 통해 글로벌 스탠더드를 준수하는 나라라는 인상을 준다면 그것은 앞으로 북한이 개방을 원할 때 수많은 나라, 수많은 기업의 마음을 움직일 것이다.

세계는 지금 북한이 계약 즉, 약속을 지키는 나라인지를 주시하고 있다. 북한이 사사로운 인간관계에 얽매여 법적인 실체와의 약속을 뒤집으려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북한은 또 ‘제3의 사업자’ 선정 움직임 등을 통해 남한 기업들을 자신의 입맛에 맞게 조종하려는 듯한 모습을 연출했다.

만약 북한이 현대와의 대북 사업을 통해 얻고자 하는 것이 ‘달러 몇 푼’이라면 지금과 같은 언행으로도 별문제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럴 경우 북한은 아직도 갈 길이 먼, ‘국제 사회의 지진아’로 낙인이 찍힌다. 당연히 외국의 대북 투자는 끊어질 것이다.

우리 정부는 북한과 현대의 갈등에 끼여 고심하는 듯하다. 정부가 취해야 할 방향은 명확하다. 북한이 이런 의미를 깨닫고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게 행동하도록 설득하는 것이다.

만일 우리 정부가 인간관계에 얽매이는 북한의 사사로운 이해를 돕는 쪽으로 방향을 정한다면, 그것은 북한의 장기적인 발전에 치명적인 해가 될 것이다. 궁극적으로 한국의 부담도 엄청나게 증폭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다. 우리 정부는 북한의 잘못을 정정당당하게 지적하고, 바른 방향으로 인도하려는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옳다.

앞으로 북한이 더 개방되면 이번 현대와의 갈등 같은 사태는 또 발생할 것이다. 우리 정부는 글로벌 스탠더드라는 원칙으로 정당한 논리와 주장을 펴야 한다. 그것이 바로 북한을 살리는 길이고 우리도 사는 길이다.

전성철 세계경영연구원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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