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국정감사]정부 국감자료 사전통제 논란

  • 입력 2005년 9월 23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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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복 입고…국회 문화관광위원회는 국정감사 첫날인 22일 소속 위원 전원이 한복을 입고 나와 눈길을 끌었다. 이날 피감기관인 문화관광부의 정동채 장관도 한복을 입고 국감에 임했다. 김경제 기자
한복 입고…
국회 문화관광위원회는 국정감사 첫날인 22일 소속 위원 전원이 한복을 입고 나와 눈길을 끌었다. 이날 피감기관인 문화관광부의 정동채 장관도 한복을 입고 국감에 임했다. 김경제 기자
“국정감사 자료 제출 여부를 정부가 마음대로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국회법 위반이고 국감을 무력화하려는 시도다.”(한나라당 나경원·羅卿瑗 의원, 국회 정무위원회 국무조정실 국감)

“문화관광부에 84건의 국정감사 자료를 요청했으나 협조가 잘 안 됐는데, 그 이유를 알게 됐다. 국회 통제 의도다.”(한나라당 박형준·朴亨埈 의원, 국회 문화관광위원회 문화부 국감)

22일 시작된 올해 국감은 첫날부터 국무조정실의 ‘국정감사 정보공개 및 홍보강화 방안’ 지침 문제로 소란스러웠다.

▽“국감 자료 왜곡·악용에 대비하라”=국무조정실이 8일 각 부처에 하달한 ‘정보공개 지침’에는 국회의원의 자료 요구에 중요도 및 왜곡 악용 가능성, 이미 공개된 자료와의 일관성 등에 따라 차별적으로 대응하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

지침은 국회에 제출해야 할 자료를 3등급으로 분류해 대응하라고 적시했다.

먼저 ‘단순 제출’로 분류된 자료는 요구 취지에 맞게 정리해 제공하도록 했으나 ‘조정 필요’ 자료는 해당 의원실과 제출 여부 및 범위 등을 놓고 재협의하도록 했다. 특히 ‘중점 관리’ 자료는 정부 차원의 대응 방안을 확립한 뒤 국회에 제출하도록 했다.

지침은 중점 관리 자료의 기준을 △이해관계집단의 극심한 반발이 예상되는 사안 △통계자료의 해석 및 전후관계의 가감첨삭에 따라 왜곡 가능성이 큰 사안 △공개로 인해 정책 추진 방향의 변경 여론이 확산될 수 있는 사안 등으로 제시하고 있다.

또 “요구 내용을 입체적으로 분석해 의원들의 질의 의도와 왜곡(가능) 형태 등에 따라 문답 자료를 작성하고, 폭로성 질의나 왜곡 보도에 대응하기 위해 자료 제출 시점에 해명자료를 작성해 배포하라”고 지시했다.

▽이해찬(李海瓚) 국무총리는 몰랐다?=문제의 지침은 국무조정실 정책상황실에서 작성한 것으로 돼 있다. 그러나 총리는 이와 관련이 없다는 것이 국무조정실 관계자들의 주장이다.

조영택(趙泳澤) 국무조정실장은 이날 정무위 국감 답변에서 “총리는 이번 사안을 잘 알지 못한다”고 답변했다. 이어 유종상(兪宗相) 기획차장은 지침 작성의 최종 책임자는 자신이라고 주장했다.

국무조정실이 이런 지침을 문서로 만들어 각 부처에 돌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럼에도 이 총리에게 보고하지 않고 기획차장 전결로 작성해 부처에 하달했다는 것은 선뜻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정책 홍보인가, 국감 방해인가=국무조정실의 정책상황실 관계자는 “지침은 8월 초부터 정보 공개 방안에 대해 내부에서 검토해 표준적인 모델을 만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야당은 “실정과 무능을 숨기고 유리한 정보만 제공해 국감을 국정홍보장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라고 맹공을 퍼부었다.

한나라당 강재섭(姜在涉) 원내대표는 이날 상임운영위원회의에서 “요청 자료의 20%밖에 받지 못한 의원도 있다”며 정보 통제로 인한 국감 부실을 우려했다.

이날 국무조정실 국감장에서는 “국회의원들이 자료를 왜곡하는 집단이냐”(한나라당 남경필·南景弼 의원), “총리가 직접 해명하고 사과하라”(한나라당 이계경·李啓卿 의원) 등 야당 의원들의 질타가 쏟아졌다.

이에 열린우리당 김현미(金賢美) 의원이 “자료 제출 책임성을 강조한 것”이라고 반박하는 등 1시간 10분가량 논란이 벌어졌다. 결국 유종상 기획차장은 “잘하려고 했는데 적절치 못한 표현이 있었다”고 유감을 표시했다.

정용관 기자 yongari@donga.com

박형준 기자 love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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