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눈/마이클 오핸런]‘北 평화적核’10년뒤에나 생각할 일

  • 입력 2005년 8월 26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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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6자회담은 합의 도출에는 실패했지만 두 가지 이유에서 성공작이라고 평가하고 싶다. 우선 무려 13일 동안 대화를 이끌어 갔고, 한국과 미국이 협상 과정에서 적어도 공개적으로는 이견 없이 공동의 전략을 짰다는 점이다. 특히 한국 정부가 북한에 전력을 제공하겠다는 제안은 한미 간 협상 전략 마련에 숨통을 틔웠다.

이런 긴밀한 팀워크는 50년간 동맹을 유지한 국가 간의 우정, 그리고 미국 측에서 신세를 톡톡히 진 이라크 파병으로 결실을 본 양국의 협력 관계를 고려할 때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이러한 결속은 현실에서 유익한 협상 결과를 얻기 위해서도 절실하다. 북한은 6자회담 참가국, 그중에서도 특히 한미 간에 정책 차이가 노출될 때마다 그 사이를 비집고 들어왔다. 북한이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선제공격 독트린을 문제 삼은 것이 좋은 예다. 북한은 한미 양국이 한목소리를 내면 자신들을 압박하게 될 것임을 잘 알고 있다. 한미 간에 갈등이 생기면 북한은 늘 시간을 끌었고, 까다로운 요구조건을 내세웠으며, 비타협적으로 나왔다.

이런 이유에서 워싱턴과 서울이 북한의 평화적 핵 이용 권리를 놓고 동일한 시각을 갖는 것을 방해받아서는 안 된다. 그러나 막상 현실에서는 같은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한국 정부는 다른 나라처럼 북한에도 핵 이용 권리가 주어져야 한다고 본다. 적어도 정동영(鄭東泳) 통일부 장관은 그렇게 말했다. 그러나 미국은 대외적으로 폐쇄적이고, 자국민에게 폭압적이며, 핵확산금지조약(NPT)-한반도 비핵화 선언-제네바 합의를 한꺼번에 위반한 북한에 당분간 그런 권리를 줄 수 없다고 말한다. 북한이 언제라도 핵발전 기술을 무기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평양은 국제사회와의 세 가지 약속을 2002년 말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을 추방할 때 명백히 어겼다. 부시 행정부는 실제로는 이보다 앞선 고농축우라늄(HEU) 개발 시점부터 위반이 시작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필자는 적어도 평화적 핵 이용권 제한에 관해서는 부시 행정부가 옳다고 본다. 북한에도 NPT가 회원국에 부여하는 당연한 권리가 있다. 이는 독재국가라 해서 거부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북한은 NPT를 무력화한 당사자다. 어떻게 NPT를 무시하는 한편으로 그 조약에 근거해 핵 이용권을 달라고 할 수 있다는 말인가.

상식적으로 한 국가가 주요 국제조약을 어겼다면, 조약의 권리를 100% 주장하기에 앞서 신뢰 회복에 주력하는 것이 순서다.

전략적으로 따져 봐도 결론은 마찬가지다. 북한은 오랫동안 핵개발에 관한 한 신뢰 상실 상태에 있음을 번번이 입증해 왔다. 따라서 북한은 앞으로 ‘민간용’으로 부르는 핵 프로그램으로 핵무기를 만들지 말고, 10년 정도 규칙을 지키며 신뢰 회복에 힘써야 한다.

이런 합의는 어떨까. 한미 양국이 북한에 이론상으로는 마땅히 평화적 핵 개발권이 주어진다고 밝혀 둔다. 그러나 현재의 북한에 그 권리를 사용할 수 있다는 약속은 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동안 북한의 처신이 마땅한 권리를 잠정적으로 제한할 수 있도록 만들었으니까. 그리고 북한이 핵 포기를 실효적으로 이행하는 순간으로부터 10년 동안 그 권리를 제한하자. 핵 이용권 논의는 그때 시작할 수 있다.

전 세계는 북한에 핵무기와 화학무기를 포기하고 자국민 인권을 보호하고 재래식 무기를 감축하고 경제를 개혁할 유인을 제공해야 한다. 그러나 이것이 북한에 핵무기 재고를 늘리고 주변국을 더욱 위협하는 수단을 주는 것으로 귀결되어서는 안 된다.

마이클 오핸런 미국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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