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파일]검찰의 孔씨 압수자료 ‘풀세트’ 아니었다

  • 입력 2005년 8월 4일 03시 12분


코멘트
검찰이 국가안전기획부(현 국가정보원) 미림팀장을 지낸 공운영(孔運泳·58) 씨 자택에서 압수한 테이프와 녹취 보고서 내용 중 서로 일치하지 않는 부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새로운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공 씨의 변호인인 서성건(徐盛健) 변호사는 2일 밤 공 씨를 면담한 뒤 “테이프 274개와 녹취 보고서 13권의 내용이 일치하는 것도 있고 아닌 것도 있다더라”고 전했다.

공 씨로부터 테이프를 반납 받는 과정에 개입한 전 안기부 직원도 이날 “당시 테이프는 있는데 녹취록이 없는 것들이 많았다”고 증언했다. 두 사람의 말이 맞아떨어지면서 도청 테이프를 둘러싼 미스터리가 더욱 커지고 있다.

▽원본 증발 가능성=테이프에 있는 내용이 녹취 보고서에는 없거나, 거꾸로 테이프 없이 녹취 보고서만 달랑 존재한다는 것은 매우 심각한 문제이다.

공 씨 측은 “추가 테이프는 없다”고 강조하지만 공 씨가 일부 테이프나 보고서를 빠뜨렸거나 미리 제3의 장소에 빼돌렸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

전직 미림팀원과 국정원 관계자 등에 따르면 불법 도청된 내용은 통상적으로 테이프→녹취록 원본→녹취 보고서 등 3단계로 가공된다.

대화내용을 테이프에 담은 뒤 이를 밤새 풀어 녹취록을 작성하고, 이 원본을 다시 요약해 녹취 보고서 형태의 묶음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공 씨가 훗날을 대비해 보관해 뒀다면 이 3가지를 한 세트로 보관해 뒀을 가능성이 높다.

녹취록 원본이 없다면 일일이 테이프를 다시 풀어야 하는 번거로움이 생기고, 테이프를 분실하면 보고서 내용의 진위 여부를 입증할 방법이 없기 때문.

▽방에서 비밀리에 복사=공 씨는 미림팀 사무실에서 전체 테이프와 녹취록에서 무작위로 몇 개씩 들고 나온 뒤 집에서 복사했다고 서 변호사는 전했다.

1999년 국정원에 테이프 등을 반납하기 직전 복사기 한 대를 구입해놓고 방안에서 녹취 보고서를 복사하고, 더블덱 녹음기로 테이프를 복사한 것. 이 때문에 가족들이 ‘방에서 뭐하나 하고 이상하게 생각했었다’고 서 변호사는 전했다.

공 씨가 이렇게 복사한 도청 테이프와 녹취 보고서는 검찰에 압수당했지만 녹취록 원본은 발견되지 않았다.

재미교포 박인회(58·구속) 씨가 MBC 이상호(李相澔) 기자에게 제보한 테이프 등은 녹취록 원본까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테이프와 녹취록 원본이 없는 이른바 ‘나홀로’ 녹취 보고서는 진위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원본 테이프를 들어야 실제로 일어난 일인지, 아니면 공 씨가 첨삭·가공한 것인지 가려낼 수 있지만 현재까지는 원본이 없어 수사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정원수 기자 needjung@donga.com

이종석 기자 wi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